우리 과장님의 딸이 놀이방에서 사랑이 가득담긴 아빠 편지를 제출하라고 해서 과장님이 심사숙고 끝에 쓴 글 혼자보기 아까워서 올려봅니다.
사랑하는 가빈이에게. 엄마, 아빠는 가빈이를 사랑한단다. 사실은 아빠가 엄마보다 많이 사랑한단다. 굳이 수량으로 표현을 하자면, 열 배정도 더 많이 사랑한단다. 엄마의 사랑은 아빠의 사랑에 비교하면 아주 형편이 없는 수준이란다. 그러니 엄마의 가식적인 사랑에 속지 말고, 현명하게 대처 할 수 있는 현명한 가빈이가 되었으면 한다.
책은 마음에 양식이라는 말이 있단다. 이건 책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소리가 아니라, 책을 이용해서 뭔가를 먹을 수 있다는 뜻 일 게다.
예를 들자면, 니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냉장고에 있다. 그런데 그 아이스크림은 항상 너에 손이 닿을 수 없는 차디찬 냉동실 맨 꼭대기 위에 놓여져 있더구나. 아빠는 항상 그 상황이 가슴이 무척 아프단다. 하지만 가빈아 그 상황에서 좌절을 하면 안 된단다. 책을 이용하거라! 이번에도 니 엄마가 230만원 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으로 뻘짓을 했더구나. 처음엔 출판사를 통째로 샀다는 이야기 인 줄 알았단다. 23만원이라고 말 하는 줄 알고, 놀랬는데. 230만원이라는고 말하더구나. 아빠는 순간 기절 하는 줄 알았단다. 도대체! 책값이 230만원이라니. 아마도 책을 사면 디지털 TV를 사은품으로 주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엄마가 제 정신으로 돌아와 반품할 수 있도록 기도해 보자.
어쨌건. 그걸 사람이 읽으라고 사줬겠니! 그 책을 차곡차곡 쌓거라, 그리고 그걸 딛고 올라서면 어렵지 않게 꺼내 먹을 수 있을 거다. 책을 이용하면 사람이 많은 지식과 풍족한 삶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먹을 땐 항상 작은방에 들어가서 문을 걸어 잠그고 먹어라. 엄마한테 걸리면 짤 없단다. 대신 문을 열고 나오는 일이 없도록 하려무나.
그리고 주말이면 니 엄마가 항상 수락산에 끌고 갈려고 하더구나. 억지로 엄마에게 끌려가는 너에 모습이 애처롭기 까지 하더구나. 아빠는 막아보려고 해도 힘이 없단다. 마치 5천의 군사로 5만의 신라군과 맞서 싸우는 계백장군과 같은 기분이 든단다. 계백장군이 누구인지 굳이 알 건 없단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억지로 배우게 되니깐, 그때 배우면 된단다. 하여간, 아빠도 요즘 숨어서 힘을 키우고 있으니 조금만 참거라! 도대체가 지도 힘들어 하는 등산을 연약한 너에게 아무런 죄의식 없이 강요를 하다니 분명 하늘이 용서하지 않을거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할 수만 있다면, 아빠가 수락산을 없애버리고 싶다.
가빈아! 이럴 때는 엄살이라는 것을 피우는 거란다. 사실 엄살이 아니라 삶의 지혜란다. 발목이 아프다고 드러누워라! 좌삼삼 우삼삼 구르거라! 너네 엄마도 제정신이라면 그런 널 끌고 가겠니?
그리고 저번에 니가 노래를 불러 주었잖냐? “아빠! 힘내세요 가빈이 가 있잖아요” 이 노래 제목이 ‘아빠 힘내세요’라고 하더라. 근데 가빈아 아빠가 진짜 힘든 게 뭔지 아니? 진짜로 힘든 건 바로 ‘너’ 때문이다. 우선 한 달 놀이방비가 25만원이라고 하더라. 이게 말이 되니, 6개월로 계산 해보자. 순순히 놀이방 비만 해도 150만원이더구나. 거기다 간식비, 견학비, 책값…… 니가 대학생이니……. 아빠는 요즘 미치지 않을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그러니 가빈아! 앞으론 아빠 앞에선 그런 노래 하지마라. 니가 노래 부르면 무슨 돈 벌어오라는 ‘주술소리’로 들린단다.
할 얘기는 많지만 오늘은 여기서 그만 할 란다. 사랑하는 가빈아! 아빠는 너를 진정으로 사랑한단다. 소주 한 박스만큼. 사랑해!!!!!!!
너무 웃긴다...가빈이가 겪는 팍팍한 현실(요즘 아이들이 겪는 것일 수 있죠 학교에 학원에...)을 유머러스하게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엄마를 적(?)으로 몰고가면서 딸과의 동지애를 쌓는....ㅋㅋ 그래도 가빈이가 읽으면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 같네요... 이렇게 조목조목 실감나게 적은 글을 보니 임샘이 떠오르는군요...ㅋㅋ 임샘은 잘 사시고 계시겠지요 ㅋㅋ
첫댓글 ㅋㅋㅋ......노원구 사시는 분 같은데.....구구절절 아빠의 마음을 절실하게 대변했넹~~
너무 웃긴다...가빈이가 겪는 팍팍한 현실(요즘 아이들이 겪는 것일 수 있죠 학교에 학원에...)을 유머러스하게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엄마를 적(?)으로 몰고가면서 딸과의 동지애를 쌓는....ㅋㅋ 그래도 가빈이가 읽으면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 같네요... 이렇게 조목조목 실감나게 적은 글을 보니 임샘이 떠오르는군요...ㅋㅋ 임샘은 잘 사시고 계시겠지요 ㅋㅋ
이게 우스게소리고 유머러스한 건가요? 그럼 나도 유머러스한 생각과 생활을 하는건가? ㅋㅋㅋ 정말 멋진 편지네요. 나도 상준이 가은이에게 이렇게 편지 써 봐야지
저도 임샘이 생각나더이다...임샘은 살아계신건지 모르겠네요??
첫번째 대단한 유머에 놀래고,둘째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애가 저걸 스스로 읽고 이해할수있다는거에 놀래고..둘째는 사실이 아니라면,저건 분명 부인 읽으라고 쓴 글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