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전 '신의 물방울'이라는 와인 만화가 많은 인기를 끌었다.
요즘엔 더치커피가 '신의 눈물'이라며 대세를 이루고 있다.
사실 네델란드(더치)에는 더치가 없다.
기이한 일이다.
더치커피라고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커피와는 관련이 없는 엉뚱한 결과만 보게 된다.
필자와 친분이 있는 네델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커피전문가 웰렌 부트에게 직접
더치커피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도 모르고 있었다.
필자가 한참 설명을 하니 이는 '더치커피(dutch coffee)'가 아니고
'콜드 워터 드립 (cold water drip)' 또는 '콜드 워터 브루 (cold water brew)'라 했다.
더치커피라는 이름의 유래는 일본인 것 같다.
오리지널 더치커피는 인도네시아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20년경부터 1876년 커피녹병이 인도네시아 커피농장을 황페화시킬 때까지
150년 동안은 네델란드 식민지인 인도네시아가 커피 생산의 절대 강자였다.
당시 많은 커피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암스테르담으로 배로 운송됐다.
이때 항해 기간 배 위에서 손쉽게 커피를 먹는 방법으로 고안해 낸 것이 커다란 나무 통 속에 커피를 갈아 넣고
찬물을 가득 채운 후 하루를 기다렸다 컵에 따라서 마시는 것이었다.
이런 찬물 추출 방식이 100년의 세월이 지난 후 일본에서 화학 실험실 도구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됐고
'더치커피 기구'로 불리게 된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커피를 거쳐 아래 용기에 가득 고이면 더치커피가 되는 것이다.
더치커피는 일반 고온 추출 커피와 비교해 산미와 향은 약하나 맛은 부드럽고 잡맛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면 오래되고 찌든 커피로 더치를 내려도 비교적 먹을 만한 커피를 만들 수 있어
더치에는 오래되고 많이 볶은 커피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선한 게이샤커피로 만든 더치를 한번 맛본다면 이러한 주장이 힘을 잃을 것이 분명하다.
유필문의 '커피로드'/커피전문가.영상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