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상수 감독은 국내 감독 중 이창동과 함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인데 첫 손을 꼽으라면 잠시 망설이겠지만 아마 홍상수를 꼽을 것 같다. 최근 벌어진 일들은 그의 영화 작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지극히 사적인 문제이다. 때문에 굳이 알고싶지 않고, 나는 다만 영화감독 홍상수, 그리고 그의 영화에만 관심이 있을뿐이며 앞으로도 그의 작업과 영화에 대한 관심은 변합 없을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열여덟번째 영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남녀가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또 진정 사랑하는 사이라면 상대를 제대로 알고 있느냐는것을 탐색한다. 극중 민정(이유영)은 사랑할 수 있는 상대, 즉 제대로 된 남자를 찾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 연유로 여러 남자를 만나며 그 과정에서 술도 마신다. 따라서 민정은 현재 사랑하는 남자인 영수(김주혁)조차 사실은 제대로 된 남자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민정에 의하면 그동안 자신이 상대한 남자들은 두 가지 부류다. 늑대거나 어린애 같다는 것. 그리고 만약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자신이 보고 판단한 바를 있는그대로 믿어야 한다는 것. 누가 어떤 말을 해도, 설사 세간의 평이 그 어떤 것이든 단연코 외면하고 자신이 본바만을 절대 믿어야한다는 것. 즉 사랑하는 상대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야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젊은 청년 영수의 사랑에 대한 성장기이기도 하다. 민정이 보기에 처음엔 어린애 같이 단순하고 징징거리는 남자였다면,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결국은 상대 민정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볼 수 있게되고, 나아가 누군가가 민정에 대해 아무리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도 과감히 무시한다. 즉 민정에 대해 절대적 신뢰를 보내며 이때 비로소 영수는 민정의 사랑을 되찾기에 이른다.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홍상수 영화로는 보기드물게 해피앤딩으로 끝난다. 그런데 문제는 영화와 달리 현실이 단순치 않다는 사실이다. 때로 내가 바라보는 상대방, 아니 내 자신마저 편견에 의해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수가 허다하고, 나라는 존재는 다른 사람들의 평판, 혹은 여러 사람이 본 견해가 종합적으로 구성된 결과가 더 정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온갖 의혹이 난무하는 시대에 과연 내가 본바만을 있는 그대로 우직하게 믿고, 전폭적인 신뢰를 보낼수 있을지, 참 쉽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