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표는 누구?1997년생인 오인표는 우리 나이로 여섯 살이던 2002년의 한일 월드컵이 생생히 기억난다고 했다. 당시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느꼈던 흥분과 설렘이 그를 축구의 길로 인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인표는 “스페인전을 집에서 부모님과 같이 봤다. 엄청 어렸는데도 그때 느낀 짜릿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축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회상했다.
안산에서 나고 자란 오인표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축구 이외의 다른 진로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로지 축구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다. 그가 이렇듯 축구에만 매진할 수 있었던 데는 아버지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
“아버지가 조기축구회에 나가시는데 제가 어릴 때부터 항상 아버지를 따라다녔어요. 그때 아버지 친구가 초등학교 감독님이셨는데 제가 혼자 놀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축구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하셨죠. 저도 마냥 좋아 시작했어요. 축구선수 말고 다른 무언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제가 유치원 때 그린 그림을 본 적이 있었는데 죄다 축구장 아니면 축구하는 모습이더라고요. 아버지가 저를 축구장에 많이 데려가셨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축구와 친해질 수 있었죠. 아버지께서 어릴 때 축구를 하다 그만 두셨는데 그런 아쉬움 때문에 저에게 축구를 시키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컸던 게 아닌가 싶어요.”
아버지가 오인표를 축구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면 여동생은 오인표가 축구선수 생활을 이어가는데 큰 힘이 되는 활력소다. 오인표보다 일곱 살 어린 초등학교 5학년 동생이지만 오빠를 챙기는 마음이 살뜰하기 그지없다. 오인표는 “한번은 안산 집에 갔을 때 동생이 뭐 하고 있는지 몰래 훔쳐봤는데, 내가 뛴 경기 동영상을 보고 있더라고요. 적어도 오빠가 축구선수인 것은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라며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여동생과 별로 싸우지도 않고 자주 연락도 하는 돈독한 사이에요”라고 강조했다.
안산 이호초등학교를 졸업한 오인표는 울산현대 산하 유스 팀인 현대중학교를 거쳐 현대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꾸준히 연령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오인표는 측면 공격수로서 개인기가 뛰어나고 프리킥 능력도 수준급이다. 영리하게 동료를 활용하는 플레이도 잘 해내며 고등학생답지 않은 실력을 뽐내고 있다. 그는 “루카 모드리치의 패스와 산티 카솔라의 슈팅 능력을 닮고 싶다”며 자신의 롤모델을 밝혔다. 지난 고등리그 왕중왕전에서는 7골을 넣으며 해결사 역할을 도맡았다.
선수로서 흠 잡을 데 없는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오인표의 평소 모습은 어떤지 궁금했다. 오인표는 평소 말수가 적고 진중한 편이다. 울산 현대 관계자들은 “오인표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속이 깊고 머리가 크다”고 했다. 실제로 보니 꼭 필요한 말 외에는 좀처럼 입을 떼지 않았고 수줍음도 많이 탔다. 그는 “초등학교 때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중학교 때부터 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게 그냥 내 성격인 것 같아요”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인터뷰 도중 오인표가 남다른 반응을 보인 것은 역시 여자 이야기를 할 때였다. 오인표는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 “제가 배울 수 있는 여자가 좋아요. 믿음직스럽고 무엇보다 제가 말이 없으니 말이 많았으면 좋겠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여자 연예인 중 이상형을 꼽아달라고 하자 “외모만 보면 배우 강소라가 좋습니다”라고 했다. 동시에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고등학교 1학년 때를 마지막으로 연애해본 적이 없다는 오인표는 “여자친구가 생기면 소소한 일들을 해보고 싶어요. 같이 만나 밥 먹고 영화 보고 차 마시는 것 정도?”라고 말했다. 자신의 매력포인트에 대해서는 “묵묵함? 듬직함이 매력인 것 같습니다. 외모는 별로인 것 같아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여느 고등학생처럼 힙합 음악을 좋아하고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즐겨보는 오인표에겐 의외의 취미도 있었다. 바로 책읽기다. 책을 읽는 게 특별한 취미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운동선수가 꾸준히 책을 읽은 경우는 드물다. “한 달에 두 권 정도 읽는다”는 오인표는 “최근 읽은 책 중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기억에 남아요. 게으름, 나태함에 대한 글이었는데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라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오인표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고등학교 방침 상 축구부 선수들은 전화기를 반납하고 훈련에만 매진하게 돼있다. 휴대전화는 훈련을 마친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인표는 “중학교 때부터 휴대전화를 안 쓰는 버릇을 들여 불편하지 않아요. 오히려 휴대전화가 없는 게 더 편한 점이 많아요. 동료끼리 말하는 시간도 많아지고 여러 모로 좋습니다”라며 휴대전화 무용론(?)을 폈다. ‘여자친구를 사귀려면 휴대전화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는 “주말에는 사용할 수 있으니까 그때 하면 되죠”라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