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산포 유람
지난 주 수요일 아침에 태안 몽산포에 다녀왔습니다. 이른 식전부터 문홍빈 권사님의 애마 ‘굿모닝’을 타고 이른 식전에 서해안고속도로를 누볐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지역 명물인 ‘박속 낙지 칼국수’로 점심을 먹으니 두 시간 거리도 참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몽산포를 간 이유는 문 권사님이 여름휴가장소로 추천하면서, 고향집을 사용할 수 있도록 내주었기 때문입니다.
서해안의 명사십리로 유명한 몽산포 해수욕장은 문 권사님의 고향입니다. 그곳에서 철들고, 추억을 쌓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명문 천안고로 진학하면서 고향으로부터 멀어졌지만, 농촌 반 어촌 반의 환경에서 자랐기에 50대에 갓 들어선 여전히 시인 같은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한 모양입니다.
색동교회의 여름 휴양지로 개방된 몽산포는 천혜의 자연환경이란 수식어를 붙이기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서해의 변산반도와 남해의 다도해상, 한려해상 함께 우리나라의 4대 해안국립공원이 되었을까요? 이른바 태안해안국립공원의 중심이며, 유명한 천리포, 만리포 그리고 안면도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해변의 소나무 숲의 정취는 물론 해변을 따라 모래밭이 12km에 이릅니다.
문 권사님 이야기에 따르면 워낙 유명한 해수욕장이다보니 자라면서 개발의 부작용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물질문명은 시골 아이들의 꿈을 키우기보다, 오히려 동심을 깨뜨렸다고 회고합니다. 몽산포 해변에 들어선 맘모스 같은 종교시설은 물론 도시의 자본이 탐욕스럽게 해안을 잠식해버렸습니다. 펜션 붐은 여기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중해 연안의 스페인과 그리스풍의 집이 있는가하면, 미국식 통나무집과 조립형 패널집 등 온갖 국적불명의 집들의 전시장과 같습니다.
여러분이 사용할 문 권사님 댁은 동네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 잡은, 가장 근대적인 집입니다. 우리가 고향동네에서 흔히 보던 전통가옥입니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으로 집 개량사업을 벌일 때 당시 마을 이장을 보던 아버지 문 장로님이 마을 최초로 신축한 집이라고 합니다. 이른바 ‘입식 부엌 집’으로 적어도 칠십 년 대까지는 마을 최고의 ‘펜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집 밖으로 200미터 쯤 내려가다 굽이를 돌면 바로 솔숲과 모래 해안이 나타나는 가히 환상적입니다.
역시 사람이 살지 않으면 집이 망가진다는 통념이 맞더군요. 푸른 철 대문을 열자 마당은 이미 풀이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닫혀 있던 집은 바람을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무성한 풀을 매고, 거실 문과 창문을 열고 통풍을 시키니 잠간 사이 사람 사는 집으로 변신했습니다. 방이 세 개, 마당을 내다보는 거실 그리고 입식 부엌과 널찍한 세면장과 화장실이 있는 현대식 외할머니 댁이었습니다. 시골집이 조금 불편해도 사람 사는 멋과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몽산포 마을은 마늘과 생강으로 유명한 농촌이기도 합니다. 한참 마늘 수매 철이어서 집집마다 마당 한쪽 켠에는 마늘이 쌓여있습니다. 서해안 해풍을 맞고 자랐기에 육질이 좋아 겨울을 난다는 ‘서산 육쪽마늘’이었습니다. 그런데 농협 공판장에 나선 농부들은 울상입니다. 작년에 마늘 값이 좋아 너도나도 심는 바람에 올해는 가격 폭락을 한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눈멀고 귀 막은 농정 때문에 농부들은 마치 화투판의 ‘섰다 농사’ 짓듯 하고 있었습니다.
해안 옆구리를 돌면 몽산포구가 나옵니다. 마을 차원에서 조성한 조개 양식장은 물론 소박한 횟집과 젓갈 가게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이 동네에서 자란 아이들은 질 좋은 몽산포 조개 덕분에 학교를 다녔다고 하니, 우골탑(塔)이 아닌 조개성(城)인 셈입니다. 그야말로 농촌과 어촌 그리고 이국적 펜션 체험 등 몽산포(夢山浦)는 이름 그대로 ‘꿈의 동산’입니다.
잠시 북쪽으로 달려가면 인근에 유명한 천리포수목원이 있어 눈부시도록 나무를 구경하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안빈낙도 안면도가 환대를 합니다. 서산까지 나서면 불교 사찰인 개심사와 역사적인 해미읍성을 관광할 수 있고, 어리굴젓과 꽃게탕도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습니다. 국립공원 측에서는 모래 해변을 안전하고 낭만적으로 걸을 수 있도록 솔향기길을 조성했습니다. 만리포에서 몽산포에 이르는 길을 제2코스 ‘유람길’로 부른다고 합니다.
오는 7월 22일부터 8월 말 까지 몽산포를 유람할 가정은 등록하십시오. 서해안고속도로로 내려가다가 서산 IC에서 빠져나와 태안 방향으로, 또 안면도 방향으로 죽 가면 몽산포가 나옵니다. 주소는 태안군 남면 몽산포길 112-60입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휴가에 즐거움으로 동행하시길 바랍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창 1:31).
첫댓글 안가봐도 눈에 선합니다.전기없이 살았다고 자랑하시는 문권사님의 심정도 제가 잘압니다.제가 살아온 세월을 어쩌면 똑같이 살아오신 문권사님과 시골의 풍경이 자꾸저를 설레이게합니다.아 가고싶고 보고싶은 내고향 신안 지금도 똑같은 모습으로 이 못나고 철없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마치 어머님처럼
저도 권사님 따라 신안 구경 가고 싶습니다. 재작년 겨울 한규와 기차 타고 목포나들이 가서, 여객터미널 옆에 있는 신안군 홍보관만 둘러 보고 왔습니다. 섬 사이에 다리를 놓고 또 무슨 슬로우 섬도 있다던데.. 여름을 핑게 삼아 무리지어 답사 한 번 가시죠? 눈 앞에 삼삼합니다.
휴가가 되어도 특별히 갈데가 없었는데 외가집이 생긴 것 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아름다운 몽산포로 마음이 먼저 가 있습니다. 또한 언젠가는 우리 모두 김순호 권사님의 아름다운 고향, 비금 도초도를 방문해야 겠습니다. 감사^^
기왕 애기가 나왔으니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보겠습니다.사계절중 여름보다는 가을이 좋습니다.염두해 두었다가 불쑥끄집어 내겠습니다.긴장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