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를 내다본다면 공부보다 중요한 건 ‘꿈’ 일 겁니다. 공부하기도 바쁜 요즘 아이들에게 그럴 시간이 있느냐 하겠지만, 방향 없는 질주는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입니다. 서글프지만 희망 직업을 빨리 정해야 입시에서도 경쟁력이 생긴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진학과 학습 동기를 위해 꿈이 필요한 세상입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자신이 정한 진로의 방향을 향해 설렘 가득한 출발을 해야 할까요. 재단하긴 어렵지만 <미즈내일>은 이 문제를 중학생 시기에 집중해 생각해보려 합니다. 교육전문가들도 중학생의 진로 지도는 닥치는 대로 경험하는 초등 시기나, 자신이 선택한 방향에 집중해야 하는 고등 시기와 확연히 달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춘기 ‘외계인’ 중학생 자녀와 진로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방향에 집중해야 하는 중학생 진로 지도, 그 안에서 부모와 학교가 감당해야 하는 몫은 무엇일까요? 최근 중학교 자유 학기제 도입 등으로 관심이 높아진 우리 사회의 진로 교육 현주소는 어디일까요? 꿈조차 공부를 위해 필요한 사회, 아이들의 꿈을 이루기 위한 진로 탐색과 방향 찾기가 먼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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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알아야 할 진로 발견의 ‘정석’ 질풍노도, 그들이 꾸는 꿈의 방향에 동참하라! |
중학생 자녀의 진로 상담은 ‘진학’ 이나 ‘입시 정보’ 로 귀결되는 것이 공공연한 현실. 진로에 대해 정확한 정보나 명확한 관점이 없는 부모라면 더욱 난감하다. 진로 발견에도‘정석’ 이 있다. 질풍노도 사춘기 자녀의 진로 앞에서 부모가 알아야 할 진로 발견의 정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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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와 공부는 별개! 아이에게 꿈꾸는 법만 알려줘라 |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이성미(가명, 37·서울 성북구 돈암동)씨는 고등학교 진학에 관해 딸과 대화를 나누다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당연히 일반고에 진학할 줄 알았던 아이가 특성화고에 가고 싶다고 폭탄선언을 한 것. 아이는 “부모님만 괜찮다면 자기는 패션고등학교에 가서 옷 만드는 걸 배우며 창업을 하고 싶다” 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이씨는 “평소 옷 욕심이 많고 옷을 센스 있게 입어 관심이 많은 건 알았다. 하지만 그걸로 진로를 정할 정도인지 확신이 없다. 더구나 언제 변할지 모르는 아이의 말만 믿고 고교 선택을 가볍게 할 수도 없는 일 아니냐” 고 하소연한다. 그렇다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아직은 오리무중인 아이에게 ‘일단은 공부’ 를 강요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적성보다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가고 직장을 구한 부모 세대도 제대로 꿈을 꿔본 적 없으니 아이와 함께 길을 몰라 헤맨다. 서울 대원고 오흥빈 교사는 “진로는 청소년의 고민 1순위일 만큼 주요 관심사다. 고교 선택을 통해 중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세상을 먼저 경험했으니 어른들의 설계를 따르라고 재촉하기보다 아이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꿈을 찾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부모” 라고 조언한다. 아직 적성 파악이 안 된 중학생이라면 다중 지능검사와 같은 잠재 능력 검사를 통해 본인의 강점 지능을 파악하는 것도 방법. 특히 다중 지능은 부모와 관련성이 높기 때문에 부모 검사를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
특정 직업으로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는 건 아니다 |
중학교 3학년 아들과 수시로 대화를 한 임선희(42·경기 용인시 죽전동)씨. “소소한 고민까지 나눌 만큼 아들과 사이가 좋지만 진로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예외” 라고 말한다. 얘기가 잘 통하는가 싶다가도 늘 마지막에는 “그러니까 공부해!” 로 귀결되기 때문이라고. 자녀가 초등학생일 때는 별문제가 없었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부터 사사건건 부딪힌다는 부모들이 많다. 사춘기 자녀들은 부모에게서 독립하려 하는데, 부모는 여전히 자녀를 어린아이로 여기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다. 진로도 마찬가지. 양육자의 태도에서 벗어나 멘토 부모가 되면 문제는 한결 쉬워진다. 직업은 꿈을 이루는 수단일 뿐이고, 꿈을 실현해가는 과정에서 직업을 갖는 것이 이상적이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퀴즈 아카데미>등을 만든 주철환 PD는 중학교 국어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방송 PD와 대학교수, 방송국 사장 등으로 변신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꿈이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가 어릴 적 품은 꿈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이었단다. 그 꿈이 그를 교사, 방송국 예능 PD, 대학교수로 이끈 것. 모 중학교의 진로 지도교사는 “솔직히 꿈이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니다. 부모가 자녀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으면 길은 얼마든지 열리는 게 진로다. 예를 들어 동물과 함께 있으면 행복한 아이가 공부를 잘한다면 수의사의 길로, 그 정도 성적은 안 된다면 조련사나 얘견 미용 관련 업종으로 진로를 정하면 된다. 특정 직업때문에 행복하고 불행해지는 건 꿈과는 다른 차원의 얘기” 라고 단언한다. |
주도성 찾아주는 것만으로 진로 지도 절반은 한 셈 |
지금의 중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미래에는 한 사람이 한 가지 직업에만 종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부모의 기준과 프레임대로 직업을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인가. 한국잡월드의 홍경자 팀장은 “장래 희망을 묻기 전에 아이가 자신의 관심과 재능에 대해 스스로 알아갈 수 있도록 학교 공부 외에 독서나 직업 체험, 대화식 토론, 여행, 운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진로 지도는 미래 사회의 진로 환경을 알려주고, 아이들이 부모의 도움을 받으며 스스로 설정해가는 것” 이라고 조언한다. 현실적인 얘기지만 고입 대입 할 것 없이 자신이 그 학교, 그 학과에서 공부하기에 적합한 인재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학과성적은 물론이고 그 분야의 열정적인 활동과 체험을 보여주어야 한다. ‘스펙보다 스토리’란 말도 이 얘기다. 중요한 건 앞뒤 순서다. 스토리를 풍부하게 하기 위한 장치로 진로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진로와 꿈을 좇다 만들어진 스토리가 가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안감부터 떨쳐내야 한다. 진로 분야만큼 부모 역할이 중요한 것도 없지만 말 그대로 조력자일 뿐. 부모가 뭔가를 다 해줘야 한다는 강박을 버릴수록 아이는 더 자유롭게 꿈꾼다. 부모가 아이의 주도성을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진로 지도의 절반은 한 셈. 케듀맵연구소 백은영 소장은 “중학교 남학생들 중에는 ‘1학년 때는 주먹 쓰는 일진 친구들이 멋있어 보였는데, 2 ~3학년으로 올라가니까 특목고나 특성화고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달리 보인다’ 는 아이들이 많다” 고 전한다. 부모는 지지와 응원의 역할로 아이들이 설계하는 삶에 박수를 보내는 존재면 족하다. |
Tip |
엄마와 자녀의 대화로 평가할 수 있는 다중 지능 항목 |
다중 지능검사는 교육학자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 지능 이론에 근거한 지능검사 방법. 언어와 수리 지능뿐 아니라 음악 지능, 내부적 성찰 지능, 대인 관계 적응 지능, 신체 율동 지능, 시공간적 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마다 타고난 지능이 다르고, 지능 간 조합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빨리 찾아 집중적으로 개발하면 자신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다음은 자녀와 대화를 통해 꿈, 능력, 흥미, 적성, 대인지능, 성격, 독서 이력, 욕구, 표현 수단 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질문 내용들. |
“이 다음에 뭐가 되고 싶어?”(꿈) “제일 잘하는 것이 뭐야?”(능력) “제일 재미있는 과목은 뭐니?”(학과목 흥미) “제일 잘하는 과목은 뭐니?”(학과목 적성) “친구랑 노는 것이 재미있니, 아니면 혼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좋니?”(대인 지능, 성격) “시험 때 도서관에서 하는 것이 좋니, 아니면 집에서 혼자 하는 것이 좋니?”(대인 지능, 성격) “도서관에 가면 분류 번호로 몇 번대 책을 가장 많이 읽니?”(독서 이력) “컴퓨터로 제일 많이 하는 것이 뭐야?”(욕구) “컴퓨터게임은 왜 하는 거야?”(욕구) “어떤 컴퓨터게임을 하니?”(욕구) “돈이 생긴다면 무엇을 가장 사고 싶니?”(욕구) “시간이 생기면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니?”(욕구) “제일 아끼는 물건이 뭐야?”(욕구) “네 생각을 표현할 때 가장 편한 도구는 뭐니?”(표현 수단) | | | 미즈내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