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서민의 영양식품 꽁치. 비린내가 심하고 기름이 많은 것이 흠이지만 값이 싸고 영양이 풍부하다.
유교식 제사상에는 갈치, 꽁치, 준치 등 이름의 끝자가 ‘치’로 된 생선은 올리지 않는다.
이것들은 조선 후기에 들어와 많이 잡힌 생선으로 흔하다하여 끝에 ‘치’ 라는 글자를 붙였다. 천한 음식을 제물로 쓰지 않기 위해 이런 금기가 생긴 것 같다.
꽁치는 등쪽은 흑청색, 배쪽은 은백색으로 아름답기 때문에 추어도(秋漁刀), 추광어(秋光漁) 라고도 부른다. 꽁치라는 이름은 아가미 근처에 침을 놓은 듯 구멍이 있어 구멍 공(空)자에 물고기를 뜻하는 ‘치’를 붙인 ‘공치’가 된소리로 변해 ‘꽁치’가 됐다는 설이 설득력 있다.
‘등푸른 생선’은 추위에 저항력도 키우며, 불포화지방산인 DHA와 EPA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 성분들은 콜레스테롤치를 낮추고 동맥경화, 심장병, 뇌졸중 등 순환기 질환을 예방해준다.
이는 30여년 전 그린랜드 거주 에스키모인을 조사한 덴마크의 의학자 다이아베르그 박사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당시 연구팀은 에스키모인들이 야채,과일, 곡류를 거의 먹지 않고 생선, 물개 등 지방이 많은 식품을 주로 먹는 데도 순환기질환에 잘 걸리지 않는 데 주목했다.
이유는 생선기름에든 EPA가 순환기질환 예방에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그뿐아니라 야맹증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비타민A는 쇠고기의 16배나 들어있다.
DHA는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높이고 노인들의 뇌세포 노화를 막아 치매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예로부터 ‘꽁치가 나면 신경통이 들어간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꽁치의
붉은 살에는 빈혈에 효과가 있는 B12도 다량 함유돼 있고 꽁치에든 비타민 A가 암예방에 효과적임이 밝혀졌다.
가을철에 꽁치가 맛있는 이유는 지질 함량이 가장 높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10%대였던 지질함량이 20%대로 상승하고, 그 뒤 산란하여 12월쯤은 5%로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꽁치가 가장 맛있는 계절은 10월과 11월이다. ‘서리가 내려야 꽁치는 제 맛이 난다’는 말은 과학적이다.
꽁치는 잔가시가 많지만 몸에 좋은 영양소도 골고루 갖고 있어 골다공증예방뿐 아니라, 성장기의 어린이에게도 좋다.
그러나 꽁치를 피해야 할 사람도 있다. 꽁치에는 요산(尿酸)의 원료인 퓨린이 다량 들어 있다.
통풍환자, 알레르기성 체질이나 평소 설사가 잦은 사람은 꽁치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꽁치는 광택이 나며 통통하고 살이 단단한 것, 입과 꼬리 주위에 노란색을 띠는 것이 맛도 좋다.
신선한 것은 생선회로 먹을 수 있지만 소금구이도 좋다. 생선의 본래의 맛을 즐기는 사람들은 “생선을 굽는 것. 그 이상의 조리법은 없다.”라고 한다. 단순해 보이는 조리 방법에도 조리사만의 비밀이 있다.
방금 구워 먹음직스럽게 윤기가 흐르는 생선구이는 왜 생선구이가 일미라고 하는지 알게한다. 소금구이에 무즙을 곁들여 먹으면 무에 함유된 아밀라아제가 탄부분에 생긴 과산화물질을 제거해준다.
그뿐인가. 매콤짭조름한 양념이 속살 깊이 베어 있는 조림의 맛도 뿌리칠 수 없는 맛의 유혹이다.
껍질과 껍질 바로 밑의 살에 영양성분이 풍부하므로 껍질째 먹게 조리하는 것이 좋다.
선도가 좋은 것을 내장째로 먹는 것이 좋은데 내장째로 구워 먹어도 맛에 별 이상이 없는 생선은 꽁치와 은어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음식만큼 훌륭한 보약은 없다. 제철식품은 몸에 활력을 주고, 맛있는 음식냄새는 가족을 따스하게 묶는 사랑의 조미료가된다.
사랑과 정성이 있는 식탁은 새로운 힘을 얻는 원동력이됨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