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에 달 가듯이 [형제 여행]
◌ 일자 :2016. 11. 04(금). ∼ 05(토).
◌ 장소 : 경기 가평군 청평(남이섬, 화담숲)
○ 형제여행
나이가 들면서 형제간 모이는 자리가 줄어든다. 아니 없다. 형제간 여행이 근 10년 사이에 없었다. 선거여행 빼고는. 6남매 모두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떻든 쉽지 않은 성격 탓이 아닐는지?
서울 근교의 콘도를 예약한다. 청평에 있는 켄싱턴 리조트이다.
11월 4일 13:30. 여의도에서 동생 승용차로 5명이 출발한다. 이런저런 사유로 세형제만 참석한다. 목적지는 숙소만 정해졌을 뿐, 무작정이다. 일단 청평을 향하여 승용차는 달린다. 고속도로에서 ‘화담숲’ 이란 대형 광고판을 본다. 처와 작은누나는 다녀왔는데, 좋다고 적극 추천이다. 차 안에서 내비게이션이 유용하다. 지나친 길을 유턴하여 화담숲을 찾아간다.
[사진 – 형제 사진]
○ 화담 숲
[2016. 11. 04.]
차 속에서 ‘화담 숲’에 대해서 예비설명이 이어진다. 두어 시간 이상 걸리는 데, 볼 것이 많단다. 목적지 부근에 이르자 나오는 차량이 편도 1차선에 장사진이다. 평일(금요일)인데 무슨 차량이 저리도 많을까 의아해 하면서, 들어가는 길에는 붐비지 않으니 일단 다행이다. 어디인지도 모른 채 따라와 도착과 동시 부지런히 매표소로 달려가는 것이 내 본분이다. 15:30. 입장마감이 16:00인데 아슬아슬 도착했다. 오후시간도 거의 지나는데 입장객은 아직도 줄을 잇는다.
(사진 – 단풍과 국화)
화담(和談)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이다. ‘화담 숲’은 LG 상록재단이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설립 운영하는 수목원이라는데, 입장료는 싸지 않다(9,000원), 숲은 약 41만평 토지에 조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테마공원과 식물이 전시되어 있다. 계곡 따라 숲길에 조성된 오밀조밀 목로길을 걸으면 어른과 아이 모두가 즐겁다.
여기저기 볼 것도 많다. 군데군데 쉼터도 있다. 가져간 과일과 커피를 마시면서, 경관에 취한 듯 5인 모두 즐거운 찬사를 보낸다. 정답게 이야기도 나눈다. 그래서 이곳 이름이 화담숲인가 보다.
11월 첫 주의 단풍은 마지막 가을을 보내기 아쉬운 듯 절정의 색깔로 단장하고 있다.
(사진 – 화담숲의 단풍)
등산코스도 아마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은 시간이 늦어 벌써 폐쇄되었다. 60대 수준에 맞을 등산코스일 듯한데, 내년 봄 꽃필 무렵에 친구들과 꼭 와 봐야지∼
이용안내서에 보니, 11. 14.부터 등산코스(등반추천), 숲속산책길 2코스(트레킹추천), 힐링코스(숲 치유코스)는 이용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내리막길에서 보는 단풍, 소나무정원 모두가 아름답다.
(사진 – 미완성 소나무 정원)
숲 위쪽에서 보니 계곡의 맞은편에 곤지암 스키장이 있다. 아. 여기 위치가 곤지암이구나. ‘곤지암’, 지날 때마다 지명의 유래가 궁금했다. 암자일까? 들어본 적이 없다. 오늘에야 비로소 인터넷에서 곤지암에 대해 찾아본다. 곤지암(昆池岩)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있는, 조선 선조 때의 명장 신립 장군에 얽힌 전설이 있는 바위이다.
화담숲 운영시간이 17:00까지 인데, 흐린 날씨 때문에 마감시간 전부터 어둑어둑해진다. 곤지암 화담숲에서 나오는 길이 여간 붐비는 게 아니다. 차들이 3-4차선 도로에 거의 서있다. 길가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식사를 때운다.
서울과 반대방향인 청평 쪽으로 방향을 틀자 이제 차 막힘은 숨통이 트인다. 리조트에는 밤중에 도착한다. 20:45. 리조트 안에서는 5명이 와인 한 병을 반도 비우지 못한다. 동생이 준비해 온 사과, 포도, 귤 등으로 또 배를 채우며, 화담(和談)만 하다 와인 두 잔이나 마신 나는 ‘최순실 정국’의 어지럼을 외쳐대는 TV 뉴스를 켜 놓은 채 쓰러져 잠이 들었다.
○ 남이섬
[2016. 11. 05.]
어제 저녁 밤늦도록 간식을 먹어댔으니, 누구도 아침밥을 찾는 이 없다.
10:30. 콘도를 출발한다. 어디로 가나? 차속에서 정해진 결론이 남이섬이다. 나만 빼고 네 사람 모두 가본 곳이어서 차마 가자는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리조트와 가깝다는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남이섬 가잔다. ‘야호, 땡큐 -’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오다.
(사진 – 남이섬 가는 배)
서울에서 오는 승용차 도착은 이른 시각이라서 다행히 교통이 붐비지는 않는다. 부지런한 버스들이 도로와 주차장 마다 가득하다. 11:00
입장객은 많다. 매표소도 창구가 여럿이지만 모두 붐빈다. 나와 처가 서로 매표하다가 2중으로 매표하여 한쪽을 취소하기도 했다.
입장료는 1만원이다. 승선료를 포함하는 가격인데,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주차장에서 남이섬까지 왕복하는 배 2대가 분주하다. 수백 명씩 승선하는 배인데 5-10분 간격으로 부지런히 실어 나른다.
(사진 – 남이섬의 정문. 배에서 내리는 사람과 승선을 대기하는 사람)
토요일 주말이라 사람이 많다. 한국인 못지않게 중국인도 많다.
섬에 도착하니 벌써 나오는 사람이 선착장에 운집해 있다. 단풍이 빨갛지만 가지각색의 옷 색깔이 더 가을스럽다.
(사진 – 남이섬의 단풍)
남이섬 초입지에 남이장군(南怡將軍) 묘소가 우람하게 조성되어 있다. 비석도 우람하다. 안내판 설명이 정직하다. ‘남이장군의 묘라고 전해오는 돌무더기가 있어 남이섬으로 불리게 되었다. 1965년 남이섬을 매입한 수재 민병도 선생이 봉분을 만들고 추모비를 세웠다’고 적혀있다. [남이섬]이라는 이름의 궁금증이 한방에 해소된다. 학창시절 암송했던 장군의 시귀(詩句)도 거기 돌바위에 새겨 서있다.
白頭山石磨刀盡 (백두산 돌은 칼을 갈아 없애고)
豆滿江水飮馬無 (두만강 물은 말을 먹여 말리리)
南兒二十未平國 (사나이 스무살에 나라평정 못하면)
後世誰稱大丈夫 (뒷날 그 누가 대장부라 부르리요)
남이 장군은 이 시가 빌미되어 결국 당쟁의 희행양이 되었다고 역사는 전한다.
4계절 중 지금의 남이섬이 가장 아름답단다. 지금 춥지 않은 날씨에 단풍이 한창이니 전국 어디를 간들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을쏘냐만, 그래도 이 순간 형제들과 남이섬에서 단풍놀이를 하고 있다니, 꿈같은 현실에 감사드린다. 여기저기 사진 찍기에도 바쁘다. 누나와 동생부부는 걸음이 빠르다. 우리 부부는 걸음이 늦다. 볼 것이 많아서, 호기심이 많아서 여기저기 쭈삣거리며 들여다보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누나는 사진만 찍자면 도망이다. 우리 싸모가 “지금이 가장 젊을 때”라고 아양을 떨어도 도시 사진을 사양한다.
(사진 – 겨울연가 기념 동상
섬 여기저기에 거리공연과 도예전시 등 문화체험 현장이 널려있다. 외진 곳에 내 고향 함평의 상징 [햠평 나비공원] 공간도 있다. 어렵게도 한켠에 자리를 잡았을 성 싶은데 간판 뒤 울타리 안에는 함평군 관광 안내판만 덜렁 있을 뿐 너무 썰렁하다. 군수가 바뀌니 나비축제도 힘을 잃었다더니, 지역홍보까지 내동댕이치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선착장에 돌아온다. 14:00이다. 세 시간 소풍이 어느새 지났다. 주차를 해둔 식당에서 점심을 먹어야 한단다. 주차비에 볼모 잡혔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인터넷에서 추천한 춘천닭갈비 집인데 자리 잡는데 근30분의 줄을 섰다.
밥 먹고 출발하려니 16:30.이다. 여기 이 시각까지 남이섬 관광이라고 생각해야 차분해진다. 서울 경계까지는 교통이 매끄럽다. 올림픽대로에 들어서면서는 차량이 밀린다. 18:40에 출발지인 여의도에 도착한다.
(사진- 남이섬에서 형제 사진)
즐거운 형제여행이다. 모두 참석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여행이다. 이틀간 운전해준 동생과 줄곧 화담으로 귀를 즐겁게 해준 누님께 감사드린다. 함께 따라주며 시종 화기애애 분위기를 이어준 처와 제수씨에도 뜨거운 가족애를 느낀다. 모두에게 땡큐입니다.
2016. 11. 5. 이철환
첫댓글 오붓한 가족여행 모두다 부러움에 대상일세
이교수 여행후기는 언제나 곰삯은 젖갈 처럼 감칠맛에
흡뻑젖어 잠시 쉬었다가네 가족여행 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