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60대 남성이 거리의 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10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를 넣었다.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모금 83년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이다.
6일 한국 구세군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5시 20분쯤 서울 명동 우리은행 앞에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좋은 곳에 써 달라"며 얇은 봉투 하나를 자선냄비에 넣었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구세군사관학교 1학년 문형기(31)씨는 "제 뒤쪽에서 나타난 깔끔한 양복 정장 차림의 신사분이 정중하게 인사한 뒤 봉투를 자선냄비에 넣었다"며 "뭔가 느낌이 달랐다. 다음 날 우리은행 발행 1억10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가 그 봉투에 들어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봉투에는 짧은 편지도 들어 있었다. "항상 좋은 일을 하시는 구세군께 존경을 표합니다. 저에(의) 작은 성의지만 거동이 불편하고 소외된 어르신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는 내용이었다. 후원금은 5일 오전 자선냄비 모금 통장에 입금됐다.
- 4일 명동 우리은행 앞 구세군 자선냄비로 모금한 1억1천만원짜리 수표와 후원자가 남긴 글. (제공=한국구세군) /연합뉴스
기부자가 밝힌 후원 목적대로 노인들을 위한 복지사업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한국 구세군 홍보부장 홍봉식 사관은 "6년 전쯤 약 6000만원짜리 수표, 2009년 3333만원의 현금과 수표, 작년 4500만원짜리 수표가 들어온 적은 있지만 1억원이 넘는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국구세군 박만희 사령관은 "모든 구세군 가족과 자원봉사자는 얼굴도 이름도 알리지 않고 큰돈을 선뜻 기부해주신 후원자님의 마음을 깊이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이태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