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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라벌의 별 원문보기 글쓴이: ST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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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의 왼쪽에서 바라본 앙코르와트. 사원 중앙의 탑이 다섯 개로 보이는 위치이다. |
ⓒ 유재현 |
대개는 3개의 탑을 문양으로 만든 것을 사용했지만 5개의 탑을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베트남의 침략 이후 세워진 캄보디아 인민공화국의 국기가 그렇다. 지금의 국기는 다시 3개로 돌아왔다.
실제로 앙코르와트의 탑은 다른 사원들처럼 다섯 개이다. 그러나 서문의 정면에 솟아있는 탑은 두 개가 가려져 언제나 세 개만이 보인다.
앙코르와트를 둘러싼 못을 가로지르는 길고 긴 포도를 지나면 마침내 입구에 다다른다. 그 긴 길의 양편에는 나가로 조각된 난간이 놓여있다. 못의 물은 건기에는 바닥을 드러낼 때도 있지만 우기에는 물이 가득 찬다. 4월 중순에 접어드는 지금은 생각보다 물이 차있어 아이들이 더위를 피해 수영을 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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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코르와트의 입구를 향한 포도의 난간에서 바라본 남쪽 못 |
ⓒ 유재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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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코르와트의 입구 |
ⓒ 유재현 |
입구로 뛰어드니 사방은 벌써 노을에 가까운 부드러운 붉은 빛으로 가득하다. 나머지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뛰듯이 앙코르와트로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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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 사이로 보이는 앙코르와트의 주탑 |
ⓒ 유재현 |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리다가 숨이 턱에 차 출발점으로 돌아온 농부의 눈에 해는 그만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 버린다. 출발점이었던 언덕 위에서는 아직 해가 남아 있었는데. 지치고 실망한 농부는 숨을 거두고 사람들은 그를 땅에 파묻어준다. 그가 사들인 땅도 그에게 필요한 땅도 딱 그만큼이었다.
나는 지금 얼마나 많은 땅을 가지기 위해 이렇게 뛰고 있는 것일까? 서편 하늘로 넘어가고 있는 붉은 태양과 불그수레 물든 구름에서 눈을 돌려 숨을 고르고 앞을 보니 거대한 부처의 석상이 붉은 가사를 걸치고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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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입구의 부처상. 비시누의 화신으로서의 부처이다. |
ⓒ 유재현 |
오른쪽 회랑으로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길고 긴 회랑의 부조들은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역력해 닳고 닳아 있다. 앙코르의 유적 중에서 앙코르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숨결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곳이 있다면 앙코르와트의 회랑 부조에서일 것이다. 사방을 돌아가며 빼곡히 벽을 메우고 있는 부조들에서는 신과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전쟁과 신화, 승리를 노래하고 있다.
앙코르와트의 사원 외곽을 이루고 있는 회랑은 동서남북 사방과 모서리에 모두 10개의 종류로 나누어진다. 서문으로 들어와 오른쪽으로 꺽어지면 처음 만나는 것은 전투장면이다. 이것은 사람의 전쟁이 아니라 힌두의 마하바라타 신화에 등장하는 쿠룩세트라 전투를 묘사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랑카의 전투를 지나 모서리에 다다르면 인도의 라마야나 신화에 등장하는 장면들을 묘사한 부조가 가득하다.
그리고 남쪽 벽에 이르러서야 참파왕국과 대적했던 위대한 왕 수야바라만 2세의 군대들이 벌이는 전투가 기기묘묘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한다. 나머지 벽의 부조들이 거의 모두 신화에서 그 모티브를 빌어 왔다면 남쪽 회랑만큼은 이렇게 역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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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코르와트 남쪽 회랑의 부조 |
ⓒ 유재현 |
원숭이들이 마치 전투를 응원이라고 하듯 나무 위에서 손을 뻗고 있는 장면이나 물에 떨어진 병사를 삼키는 악어들 그리고 독특하게 묘사된 나무와 잎들. 이래서 남쪽 회랑에서는 발걸음이 더딜 수밖에 없다.
동쪽 회랑에 들어서자 사방은 이미 어둑하다. 인적조차 없어 고적함마저 사방을 맴돈다. 회랑 아래의 뜰은 한가롭기 짝이 없다.
이마의 땀을 훔치고 더 이상 회랑을 도는 것을 멈추고 안쪽 뜰로 향하는 입구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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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코르와트의 동편 하늘을 물들인 노을 |
ⓒ 유재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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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의 중심을 향해, 신의 세계를 향해 놓여진 계단. ASA 800. |
ⓒ 유재현 |
계단을 올라 마침내 다섯 개의 탑이 모여 있는 기단에 올라 잠시 머물 틈도 없이 밖으로 내몰려야 했다. 마지막 계단이 남아있건만 어쩌지 못하고 다시 돌아 나왔다.
다시 서문의 입구로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해가 진 후였다.
해가 진 후의 앙코르와트는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더욱 극명해진다. 앙코르와트 맞은편의 식당들과 가라오케들은 이미 영업을 시작했고 형형색색의 불을 켜고 손님을 맞고 있다. 심지어 왼편 공터에서는 불을 밝힌 회전목마까지 돌고 있다. 시야는 그렇게 어지럽혀지고 노래 소리와 오토바이, 자동차들의 소음으로 귀까지 먹먹해진다.
서둘러 돌아가려고 잔톤의 오토바이를 찾아 탔는데 뒷바퀴에 펑크가 나 있다. 다행스럽게도 공터에는 오토바이 수리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바로 회전목마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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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코르와트 앞 공터의 회전목마. |
ⓒ 유재현 |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와 씻고 컴퓨터를 꺼냈지만 머리가 먹먹하다. 결국 반 페이지도 못 채우고 잠시 눈을 부치고 일어나자 하며 침대에 누웠는데 다음날 아침에야 눈을 떴다.
오마이뉴스 기사목록 기사제공 : 오마이뉴스
첫댓글 빨랑 가보고싶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