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진리를 가지고 나에게 오지 말라 / 올라브 H. 하우게]
모든 진리를 가지고 나에게 오지 말라.
내가 목말라한다고 바다를 가져오지는 말라.
내가 빛을 찾는다고 하늘을 가져오지는 말라.
다만 하나의 암시, 이슬 몇 방울, 파편 하나를 보여 달라.
호수에서 나온 새가 물방울 몇 개 묻혀 나르듯
바람이 소금 알갱이 하나 실어 나르듯.
어떤 시인은 시뿐만 아니라 삶으로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3인의 현대 시인 중 한 명인 올라브 H. 하우게(1908~1994)는 해안 마을 울빅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평생을 살았다. 자신이 직접 가꾸는 70그루의 사과나무에서 나는 사과에 의지해 생계를 이었다. 하우게의 집을 방문한 사람들은 그가 나무를 깎아 만든 스푼과 식기, 나무의자, 책꽂이들을 보고 놀라곤 했다.
시인은 거대 빙하들이 만든 피요르드 해안과 호수들이 있는 마을에서 일생을 보냈다. 거기서 얻은 영감이 이 시 속에 녹아 있다. 새는 호수에서 물방울 몇 개만 묻혀 나를 수 있고, 바람은 바다에서 소금 몇 알갱이만 실어 나를 뿐이다. 그 물방울 몇 개, 소금 알갱이 몇 개를 가지고 우리는 호수와 바다로 가는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불확실한 길이지만 거기에 추구의 묘미가 있다.
만약 당신이 모든 진리를 알고 있다면 나는 당신이 내게 오는 것을 사양한다. 천국에 이르는 길, 진리를 깨닫는 모든 방법을 내게주고자 한다면 사절한다. 누군가가 모든 해답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면 그를 따르지 말 일이다. 그 해답은 당신의 목적지가 아니라 그의 목적지로 데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아니다. 삶의 의문은 다른 사람이 가져다주는 해답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빛을 찾는 당신에게 누군가가 하늘을 가져다준다면 오히려 당신은 눈이 멀 것이다. 자신이 답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자는 언제나 거리를 두고 경이로움 속에 웃는 이와 함께해야 한다.
일생 동안 소박한 삶을 산 농부답게 하우게는 주로 짧은 시를 썼으며 독학으로 영어, 불어, 독어를 익혀 책과 문학에 파묻혀 살았다. 이십 대 후반에 몇 차례 정신병원을 드나든 까닭에 늦게 문단에 등장했지만 8권의 시집을 썼고, 예이츠와 랭보와 브레히트등의 작품을 모국어로 번역했으며, 5권 분량의 일기를 남겼다.
로버트 블라이는 하우게의 시집 서문에 이렇게 썼다.
“만약 당신이 작은 과수원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과수원보다 시를 더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그 과수원에서 난 사과를 팔아서 생계를 잇는다면, 당신은 사과보다 시를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65세에 하우게는 22살 연하의 화가 보딘 카펜렌과 결혼했다. 그가 드물게 참석한 시 낭송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졌다. 처음 하우게의 집에 들어선 카펜렌은 자신이 그곳에서 살게 될 것을 예감했다. 두 사람은 20년을 함께 살았고, 하우게가 85세에 먼저 세상을 떴다. 병을 앓지는 않았으며, 스스로 연휴 동안 음식을 끊고 책을 읽던 의자에 앉아 숨을 거뒀다.
하우게의 또 다른 시 언덕 꼭대기에 서서 소리치지 말라 Don't Stand There Shouting, on A Hilltop>도 노르웨이의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는 시다.
저기 언덕 꼭대기에 서서
소리치지 말라.
물론 당신이 하는 말은
옳다. 너무 옳아서
그것을 말하는 것 자체가
소음이다.
언덕 속으로 들어가라.
그곳에 당신의 대장간을 지으라.
그곳에 풀무를 세우고
그곳에서 쇠를 달구고
망치질하며 노래하라.
우리가 그 노래를 들을 것이다.
그 노래를 듣고
당신이 어디 있는지 알 것이다.
류시화 《시로 납치하다》 중에서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