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멘트:
현재 우리나라에 공식 등록된 장애인들은 약 백 80만명,또 등록되진 않았지만 이런 저런 장애나 불편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4백만 명이 넘을 걸로 추산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장애인들은 아직도 혐오와 편견의 대상일 뿐입니다. 재활과 자립을 통해 이런 차별의 벽을 뛰어넘으려는 젊은 장애인들이 세계 무대로 눈을 돌렸습니다. 한국 장애인 재활협회가 주관하는 ‘장애 청년 드림팀 6대륙 도전’ 프로젝트를 따라가 봤습니다.
*김철민 기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장애인 재활 공학과를 설치한 대구 대학교. 여기서 만난 소은실 씨는 장애 어린이들의 미술 치료 선생님입니다. 소 씨는 어릴 적 사고로 왼쪽 팔을 잃은 절단 장애인입니다. 그래서 왼팔엔 이렇게 늘 의수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의수는 손으로서 기능이 전혀 없는 값싼 미용 의수입니다.
*소은실/절단 장애:
“장애인이 노동인구도 그렇고, 수입면에서 일반인들, 비장애인들보다는 낮은 편이잖아요. 그런거 이제, 고가를 구입하려면 그만큼 생활에 윤택함이 있어야 되는데 그만큼 안되기 때문에…”
*김철민 기자:
KAIST에서 항공 우주 공학을 전공하는 강지훈 씨. 지난해 실험실 폭발사고로 두 다리를 모두 잃었습니다. 한때 실의에 빠지기도 했지만 요즘은 예전처럼 왕성하게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강 씨에게 재활의 의지를 심어준 건 바로 이 최첨단 의족.
*강지훈/절단 장애:
“탁 짚죠. 탁 짚으면 얘가 경사가 좀 있는데를 짚는다 싶으면 이게 잘 안 굽혀지게, 천천히 굽혀지게 해준다거나, 평지를 걷는다 그러면 이게 빨리 굽혔다 펴졌다 해야 하잖아요. 그러면 여기 저항을 이제 안주는거죠.”
*김철민 기자:
전처럼 격렬한 운동을 할 순 없지만 이 의족 덕분에 보행이나 이동에 큰 무리가 없습니다.독일 제품인 이 의족 가격은 무려 4천 5백만원. 웬만한 고급 승용차 값보다 비쌉니다.
*강지훈/절단 장애:
“4천만원이 넘는데, 만약에 제가 정부나 건강보험공단에 신청을 하면 제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이 3백만원이 안돼요.”
*김철민 기자:
이렇게 재활 보조도구들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에겐 그저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선진 외국의 장애인들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이를 알아 보고, 국내에 적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장애인 재활 협회가 젊은 장애 청년들을 모집했습니다. 치열한 경쟁과 엄격한 심사를 거쳐 5 명의 장애 청년들이 선발됐습니다.
*김철민 기자:
이들이 찾아간 곳은 장애인 복지 선진국인 영국. 재활 보조 공학 기술을 세계적으로 선도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첫 방문지는 런던의 킹스 대학병원. 여러가지 재활 보조 도구들을 개발해 장애인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개발된 최첨단 의수입니다. ‘스파이더’라 명명된 이 의수는 피부에 부착하는 전기 센서로 팔뚝 신경의 전기신호를 감지합니다.
*존 로스 박사/킹스 대학 병원:
“이 장치를 한 개 달면 손을 오므리고 벌리고 회전하는 동작을 하고 두 개 달면 팔꿈치를 이용해 팔을 올리고 내릴 수 있습니다.”
*김철민 기자:
이런 최첨단 의수나 의족, 정보화 기기, 전동 휠체어 등 천 여종 이상의 재활 보조 도구들을 장애인들에게 모두 무료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만난 18 세 소년 리차드 군. 오른쪽 다리 절단 장애인인 리차드 군은 이 병원에서 제공한 의족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도 타고 껑충 껑충 뜀박질도 하면서 활기찬 모습을 자랑합니다.
*리차드 브래드버리/절단 장애:
“축구, 자전거 타기, 수영, 농구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김철민 기자:
천 만원이 넘는 이 의족을 갖추는데 리차드 군이 부담한 비용은 한 푼도 없습니다.
*로빈 러프 박사/킹스 대학 병원:
“현재 이 병원을 이용하는 팔,다리 절단 장애인이 천 6백명 있고, 의족,의수를 사용하는 사람이 만 천 명, 휠체어 장애인이 만 6천명이나 됩니다.”
*김철민 기자:
이렇게 무상 지원이 가능한 건 NHS (National Health System), 즉 영국 특유의 무상 의료 시스템 덕분입니다.
*소은실/절단 장애:
“기술적인 면은 우리나라랑 많이 차이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데, 지원방법이 다른 것 같아요.”
*김철민 기자:
인간과 재활 공학 기술을 조화롭게 접목시킨다는 개념의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를 처음 창안한 레딩 대학. 이 곳 연구 책임자인 케빈 워윅 교수는 특히 인공의수 분야의 최고 권위자입니다. 근육 신경에 직접 컴퓨터 칩을 이식해 두뇌의 명령에 따라 자기 팔처럼 움직이는 인공 의수를 개발했습니다.
*케빈 워윅 교수/레딩대 재활공학과:
“내 팔에 전자 칩을 이식하면 내 신경체계가 로봇 팔과 연결되고 내 두뇌신호가 로봇 팔을 내 손처럼 조종합니다. 이렇게 작동하는 거죠.”
*김철민 기자:
소은실 씨를 본 워윅 교수는 이 기술을 소 씨에게 바로 적용시킬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케빈 워윅 교수/레딩대 재활공학과:
“당신의 신경 섬유를 이 전자장치에 연결하면 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므로 당신 팔과 다름없습니다.”
*김철민 기자:
이 기술을 다리에 응용하면 하반신 마비 장애인도 정상적인 보행을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초음파로 장애물을 감지하는 소형 로봇 ‘너티’. ‘너티’를 휠체어에 부착하면 휠체어 조종조차 힘겨운 중증 장애인들도 마음놓고 외출할 수 있습니다. 또 초음파를 발사해 장애물을 감지하는 모자나 지팡이는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개발됐습니다.
*안승준/시각 장애:
“여기 연구하는 걸 보면 빠른 시일 내에, 단시간 내에 뭔가 좋은 제품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철민 기자:
이 학교가 가장 자랑하는 재활 보조 도구는 바로 가상 현실 시스템. 자폐나 발달장애, 뇌성마비, 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쇼핑이나 운전, 가사 활동 등 현실과 똑같은 가상의 현실을 체험하면서 장애인들은 실생활에서의 시행착오를 최소화 시킬 수 있습니다. 컴퓨터 가상 현실을 장애인 재활에 처음 도입한 영국은 이 분야에서 단연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습니다.
*토니 리더베터/이스트 런던대 기술연구원:
“장애인들은 운전하는데 두려움이 많고 비장애인보다 위험성이 큽니다. 따라서 두려움 없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이 장비가 개발됐습니다.”
*김철민 기자:
영국 최대의 시각 장애인 자선 단체 RNIB.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여러가지 재활 보조 도구들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간단한 생활용품에서부터 최첨단 정보화 제품까지.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세심하게 제작된 제품들이 눈길을 끕니다.
*페니 스터기스/RNIB 홍보부장:
“여기엔 약 8 백종의 시각 장애인용 재활 보조 도구들이 있습니다. 크게 세 종류가 있는데 보기 쉽도록 사물을 확대해 주는 제품과 소리를 내는 제품, 촉각을 통해 감지하는 제품 등이 있습니다.”
*김철민 기자:
여기서 만난 시각 장애인 마크 프라우즈 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시각 장애인들에겐 필요 없는 액정화면을 없애고, 돌출형 숫자 버튼들을 띄엄 띄엄 배치했습니다.
*마크 프라우즈/RNIB 제품개발 담당:
“이 전화기는 버튼이 돌출돼 있어 사용하기 쉽습니다. 애당초 시각 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음성 전화기로 앞을 못 봐도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김철민 기자:
이곳을 둘러 본 장애 청년들은 매우 인상적이라는 반응들입니다.
*정재은/지체 장애(왜소증):
“색깔이 구분 안 될 수도 있고 그런데, 이정도 크기의 글씨면 그래도 충분히 자기가 원할 때 키워서, 확대해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것 같아요.”
*김철민 기자:
영국 전역에서 장애인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DRC. 장애인들의 고충과 민원을 연간
50만건 이상 해결하고 있습니다. 5년째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버트 매시 위원장은 하반신을 못쓰는 중증 장애인입니다. 환갑을 코 앞에 두고 있지만 직접 자가용을 운전하며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시 위원장이 운전하는 이 차량은 자동 탑승 장치와 핸드 컨트롤러가 장착된 특수차량입니다. 차량 탑승에서 운전까지 모두 버튼 하나로 조종할 수 있습니다.
*버트 매시/DRC 위원장:
“오토매틱 차량이므로 클러치만 작동하면 됩니다. 잡아 당기면 가고 누르면 정지합니다. 매우 쉽습니다.”
*김철민 기자:
이 특수 차량의 가격은 약 1억원. 그러나 차량 구입비의 대부분을 정부에서 지원해 줬습니다.
*버트 매시/DRC 위원장:
“매장에서 이 차를 사면 차 값 2만 9천 파운드에 개조 비용 2만 파운드 해서 약 5만 파운드가 듭니다. 그러나 정부 지원에다 감세 혜택도 받습니다.”
*김철민 기자:
한국의 장애 청년들을 만난 매시 위원장은 이런 복지 제도를 만들기까지 끊임없이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장애 청년들은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근민 교수/장애청년 드림팀장:
“가만히 있어선 안될 것 같습니다. 저희들이 도전하고, 만약에 정책이 안 만들어져 있으면정책 만들어질 때까지 실천하는 모습, 그리고 도전하는 모습을 가져야 될 것 같습니다.”
*김철민 기자:
그렇다면 국내의 재활 공학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재활 공학 분야에서 국내 최고 기술을 자랑하는 재활 공학 연구소. 첨단 의족이나 의수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재활 보조도구들을 연구,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여기서 개발된 제품들을 실제로 상용화시킨 기업도 있습니다. 외국산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품질만큼은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가입니다.
*전권순/B.K.메디텍 전무:
“품질에서는 저희가 거의 만족하낟고 보고있고, 지금 들어오는 다국적 제품과 비교했을 때 떨어지는 건 없습니다. 저희가 인공지능 의수 같은 경우에는 세계적인 것으로 4개 업체가 생산하는 것 중의 하나로 저희가 무난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김철민 기자:
이곳에서 생산된 의족를 장착한 송기석 씨. 보행은 물론 자전거 타기 등 일상 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송기석/절단 장애인:
“보통 하루에 많이 안타고 2-3km, 많이 탈 때는 12km 정도, 어제 같은 때는 한 12km 탔습니다.”
*김철민 기자:
이런 국산 의족이나 의수의 가격은 평균 3-4 백만원대. 외국산 제품의 1/10 수준이지만 이 비용도 장애인들에겐 만만찮은 액수입니다.
*문무성 박사/재활공학 연구소장:
“기술 경쟁력은 굉장히 뛰어나다. 그런데 이게 이제 산업체하고 연계될 수 있는, 어떤 그런 지원체제, 제도적인 이런 게 부족하지 않나 생각되고, 국가에서 어느 정도는 지원을 한다면 제가 볼 때는 굉장히 경쟁력이 있는 부분이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김철민 기자:
그래서 많은 장애인들은 아직도 집안에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최첨단 재활 공학은 움츠린 장애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최소한의 배려입니다. 우리의 기술은 이미 세계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그러나 첨단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그 기술의 혜택을 골고루 나눌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