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쾌 젓조기로 추석 명절 쉬어보세.
신도주, 오려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선산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 먹세’
농가월령가 8월령에 수록되어 있는 구절이다.
토란국은 송편과 함께 추석 명절에 먹던 전통음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송편은 하늘의 열매로 달을 의미하고 과일은 지상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땅을 상징하며 토란은 땅 밑에서 나는 열매로 추석에 먹던 송편, 과일, 토란은 하늘, 지상, 지하세상의 음식을 모두 먹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토란은 땅에서 나오는 알같이 생긴 뿌리라는 의미로 토란(土卵)이라고 하며 잎의 생김새가 연잎과 닮아 토련(土蓮) 이라고도 한다.
열대 초본식물로 열대 및 아열대 지방에서 많이 재배하고 태평양 지역의 여러 섬에서는 주식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열대지방에서는 다년생 작물로 고온 다습한 조건을 좋아하고 많은 햇빛량을 필요로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후적 특성으로 인해 봄에 심어 가을에 수확하는 1년생 작물이다.
열대지방에서 생산되는 타로(Taro)가 원종이며 우리나라 토란은 타로의 변종으로 볼 수 있고 그동안 재래종을 재배하다가 1990년대에 시험연구가 시작되고 품종도 개발되었으며 지방마다 재래종이 있고 최근에는 열대지방에서 수입한 타로를 왕토란이라 하여 재배하기도 한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기원전부터 재배된 내력으로 볼 때 우리나라 역시 재배역사는 오래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나 도입 시기는 분명하지 않으며 《향약구급방》에 최초의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 이전부터 재배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시대 《용재총화》에는 ‘한양 근처 청파와 노원은 토란 밭이었다’는 기록이 있고 허균의 《도문대작》에는 ‘영남과 호남산이 알도 매우 크고 좋으며 한양산은 알이 작은 반면에 맛이 좋다’고 평가를 하였는데 이는 기후적인 요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토란은 평소에 즐겨 찾는 음식도 아니고 호불호가 분명하여 모두가 즐겨 찾는 것도 아니며 특별히 건강에 좋다는 이미지도 강하지 않고 값이 비싸거나 귀한 것도 아니지만 추석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토란은 뿌리발달이 1m 정도까지 되며 알뿌리와 줄기를 동시에 식용할 수 있는 식물이다. 추석 전후부터 수확하여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이용하는 땅속 작물 고구마는 18C에 도입되어 남해안을 중심으로 재배되었고 감자는 19C에 도입되어 20C에 들어와 전국적으로 재배가 이루어진 반면 토란은 오래 전부터 곡식 다음으로 주요한 식량자원 역할을 해온 것이다.
중국에서는 추석에 토란을 먹어야 재난을 물리친다고 믿었다.
토란의 중국어인 우여(芋邚, 위나이)가 운이 트인다는 운래(運來)와 발음이 비슷하고 《사기》에 ‘촉나라 평야에는 토란이 자라고 있어 그곳 사람들은 재난이 닥쳐도 굶주리지 않는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중요한 작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추석에 추수감사의 의미로 제사에 토란을 올리고 보름달을 보면서 토란을 먹었는데 이 날을 토란 먹는 보름날 즉 우명월이라 하였다.
특히 벼농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이전에는 중요한 식량작물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일본 오키나와에 표류하였던 조선인들과 통신사들이 토란의 재배나 음식에 대해 여러 번 거론하는 것으로 보아 일본에서는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음식이었던 것 같다.
토란은 비료나 농약 사용량이 적고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비교적 재배가 쉬운 작물이기도 하지만 ‘알토란같다.’고 실속 있는 사람을 표현할 때 쓰이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특별한 맛과 향기는 없어 다른 먹거리에 비해 인기가 덜할 지도 모르지만 탄수화물과 단백질, 칼륨과 같은 무기질이 많고 섬유질도 많아 활발한 장운동을 도와준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끈적거리는 촉감이 있는데 이는 갈락탄이라는 다당류로와 뮤틴 단백질로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에 효과적이고 소금물에 담그면 간단히 해결된다.
토란의 주성분은 전분이지만 비타민B도 많이 함유된 저칼로리 식품이다.
줄기에는 얼얼한 자극물질인 옥살산칼슘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날것으로 먹으면 절대로 안되고 반드시 삶아서 독성을 물에 우려낸 후 먹어야 한다.
껍질을 벗길 때 맨손으로 하면 알레르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고무장갑을 끼고 작업하고 국을 끓일 때는 독성 제거를 위해 먼저 끓는 물에 데친 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웰빙 식품으로 선택하고 기성세대들은 향수식품으로 찾는다고 한다.
찬바람이 부쩍 느껴지는 요사이 따끈한 토란국이 생각나는데 나는 기성세대인가 ? 그래도 한 그릇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