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격으로 원유공급에 문제가 생겼다. 식품가격 인상으로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장기독재 타도의 물결이 원유값마저 올리고 있어 물가상승의 여파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유엔에서 측정하는 식품가격지표는 20년 전 측정을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옥수수, 콩, 밀 등이 포함된 다우의 농작물지표는 지난 8개월 동안에만 무려 71%나 뛰었다.
이런 가운데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정치불안이 마침내 원유의 주요 생산국인 리비아의 유혈 내전사태로 확산되면서 원유가마저 한 주일에 15%씩 치솟아 배럴당 110달러까지 위협하고 있다. 제 3의 오일쇼크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가 경제 비상사태에 들어간 분위기다.
원유가 계속 치솟는 이유는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렇게 공급부족으로 인한 물가상승은 일반적 물가상승과는 판이한 결과를 가져온다. 일반적으로 물가상승은 경기가 과열되면서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올라간다. 즉 물가상승은 경기상승의 결과라는 말이다.
그런데 공급이 갑자기 대량으로 줄면 사태가 완전히 다르다. 물가가 오르는데 수요도 줄면서 경제가 불황에 빠져버린다. 오일쇼크로 알려진 원유생산의 갑작스런 대폭 감소와 이에 따른 세계경제의 침체가 대표적인 경우다.
바로 이렇게 공급의 갑작스런 대량감소로 인해 나타나는, 물가는 뛰면서 경기는 식어버리는 현상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경기가 하강한다는 스태그네이션 (stagnation)과 물가가 오른다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말이다.
이 공급부족사태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은 두가지 면에서 심각성이 높다. 첫째는 국민들에게 물가고와 불황의 이중 고통을 준다는 점이고 둘째는 경제당국에게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비록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나 겨우 걸음마를 떼는 정도의 회복을 하고 있는 지금, 식품가격 인상으로 세계가 힘들어하는 중에 원유공급문제가 더 큰 시련을 가져오고 있다. 먹구름이 다가오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왜 하필 지금 정치적 문제까지 겹치는가 하는 탄식도 있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거품파괴로 인한 후유증의 당연한 귀결이다. 과소비를 부추기면서 누구나 잘살 수 있다는 허상을 심어주다 이 허상이 깨지면서 생활고의 고통이 다가온다. 이 고통이 오래가면 결국 상실감에 시달리고 이 상실감은 체제에 대한 분노와 불신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누가 권좌에 앉아있든 무능이나 부패의 상징이 되고 바로 지금의 경제적 고통의 원인으로 지목이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평화적인 선거라는 방식으로 정권이 바뀐다. 반면 민주적 정권교체의 시스템이 없는 독재국가에서는 혁명이라는 시위와 폭력의 형태로 정권교체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이 폭력적 정권교체가 현재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결국 지금의 원유공급위기 사태는 경제회복을 가로막는 사건이기 이전에 이번 경제위기를 가져온 거품붕괴 후유증의 연장선이라는 말이다.
다행히 초기 단계에서 원유수출국의 맏형인 사우디가 공급부족을 메워주고 있어 이번의 중동과 북아프리카 사태는 제3의 오일쇼크까지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만약 경제허상파괴, 상실감, 정치적 분노의 물결이 사우디나 이란까지 확대된다면 그 폭발력은 꽤 클 수 밖에 없다.
인기주의를 위해 무분별하게 경제를 키우는 선심성 정책의 쓴 값은 어떻게든 치르게 된다는 교훈이 이번 중동과 북아프리카 사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정치와 경제는 결국 하나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