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하게 떠나겠다” 100만 시대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108112113005
노도현 기자
경향신문 : 2021.08.11.
연명의료결정제도 3년6개월…‘무의미한 연명치료 거부’ 의향서 등록 100만명 넘어
무의미한 연명의료 대신 ‘존엄한 죽음’을 맞겠다는 뜻을 기록으로 남기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건수가 100만건을 넘어섰다.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시행한 지 3년6개월 만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오후 5시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건수가 100만56건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환자 16만9217명은 실제 연명의료 중단까지 이행됐다. 연명의료는 임종 과정 환자에게 실시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 착용·혈액투석·항암제 투여 등 의학적 시술을 말한다. 치료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것이다. 19세 이상이라면 건강한 사람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자신의 뜻을 기록해 둘 수 있다.
구체적인 현황을 살펴보면 19세 이상 1000명당 22.4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전체의 2.2% 수준이다. 특히 60대 3.4%, 70대 11.8%, 80대 이상 9.0%로 고령층의 참여가 높다. 아울러 가족의 요구가 아니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또는 연명의료계획서(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 유보나 중단 의사를 밝혀두는 문서)를 통해 직접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비율은 올해 2분기 41.7%에 달한다. 제도 시행 초기인 2018년 1분기(35.1%)보다 17.1% 늘었다.
2009년 5월 대법원 판결로 생명만 유지하던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었던 ‘김할머니 사건’을 통해 연명의료 중단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오랜 사회적 논의를 거쳐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됐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85.6%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반대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참여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전연명의료의항서를 작성하고 싶다면 반드시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의향서 등록기관을 찾아 일대일 상담을 받아야 한다. 현재 보건소와 의료기관, 비영리법인, 건강보험공단 지소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 등 총 503개소가 지정돼있다. 가까운 기관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www.lst.go.kr)나 전화 문의(대표번호 1422-25, 1855-0075)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사자는 언제든지 내용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100만번째 의향서를 작성한 이모씨(80)는 “친구 권유로 의향서를 작성하고 나니 미래에 받을 고통과 자녀들의 부담에 대한 걱정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짧은 기간 동안 100만명이 참여한 것은 삶의 마무리에 대한 존엄과 자기결정이 존중받는 문화가 조성된다는 증거”라며 “앞으로도 많은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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