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식당에서 뭘 먹다가 누구를 만나게 되면 난처해질 때가 많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면 더 그렇다.
어제 아침, 흐릿하고 비가 오는 날씨라 그런지 일산시장 고기국수가 댕겼다.
마침 오일장 열리는 날이라 어슬렁거리며 시장을 한바퀴 돌고 식당으로 갔다.
소문난 맛집이라 사람들이 많다.
이 집은 주문한 후 누구든 15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조리에 소요되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 식당은 협소하다. 해서 누구든 자리를 좁혀 앉아야 할 경우가 많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밖에서 대기해야 한다.
그래서 점심시간 무렵이면 대개는 이 집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줄을 선다.
혼자 자리를 잡아 얼큰한 고기국수를 시켰다.
이 집 고기국수는 맛있다.
마늘, 고추가루와 적당하게 조화를 이룬 돼지뼈 국물이 우선 얼큰하고 시원하다.
그리고 듬뿍 든 숙주의 사각사각 씹히는 맛과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일품이다.
소주 안주로도 좋다. 언젠가 사람들 없을 때 소주와 함께 먹은 적도 있다.
그건 그렇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막 수저를 들려는데, 누가 내 뒤에서 큰 목소리로 “행님!” 한다.
내 이럴 줄 알았다. 혼자 먹는 걸 들킨 것이다. 문촌마을 사는 33회 후배인데,
어제 SNS를 통해 지나가는 투로 오일장에서 만나자는 걸 아무런 대꾸도 안 했는데,
기어코 이 집에서 만난 것이다.
“행님, 내 요 있을 줄 알았십니더.” 후배는 일행이 있었다.
그러고는 가게 주인에게 주문을 해 놓고는 바람처럼 나간다. 이따 오겠다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단이다. 괜히 얼굴이 화끈거린다.
내가 무슨 죄를 지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