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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젼 사극을 보면 부잣집에서 잔치를 위해 부침개를 만드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아낙들이 둘러 앉아 수다를 떨면서 노릇노릇하게 색색의 부침개를 부치고, 동네 아이들은 담 너머로 침을 삼키며 이를 지켜본다.
노란 빛이 도는 예쁜 부침개의 색깔은 치자가 낸다.
치자를 찧은 다음 물에 담궈 우려낸 뒤 밀가루에 섞어 부치면 노란색이 곱게 물든 부침개가 된다.
부침개에 치자를 넣는 이유는 색 때문만은 아니다.
먹을 게 풍족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명절이나 제삿날에 과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부침개를 부칠 때는 지방인 기름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설사를 일으키는 일도 잦았다.
이 때문에 먼 곳에서 온 ‘귀한’ 손님들이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고, 초청한 집주인도 안절부절 못했다.
치자는 담즙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부침개의 느끼한 맛을 줄이고 소화장애를 줄여주는 효능이 있다.
부침개에 치자를 넣었던 것은 귀한 손님에게 별 탈 없이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조상의 지혜가 들어 있는 셈이다.
치자는 1천500년 전 중국에서 들여왔다고 전해진다.
주로 남부지방에서 정원수로 많이 심었고, 산 등지의 야생에서도 자란다.
하얀색의 꽃이 피며 독특한 향기를 풍기는 매력적인 화초이다.
조상들은 치자를 비자와 유자와 더불어 남해의 삼자(三子)라고 불렀다.
남해의 기후와 풍토에 알맞아 아무 곳에나 잘 자라고, 품질도 좋아 농가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꽃은 6월에 피며 10월부터 따는 치자 열매는 색이 영롱하고 아름다워서 염료로도 많이 사용되고, 온돌방의 장판의 고운 염색물로도 쓰인다.
치자는 살균력도 뛰어나 고흥지역 마을 재배 농가에서는 병해충을 박멸하는 친환경 살충제로 쓰고 있다.
또 연구결과 치자 달인 물을 생쥐에게 먹였더니 혈압을 내려주고 진정작용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험관 내에서는 세균의 발육을 억제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치자는 간기능을 개선하는 효능이 있다.
예로부터 간이 나빠졌을 때 먹는 약재에는 인진쑥과 더불어 치자는 빠지지 않고 들어갔다.
치자는 민간요법으로 많이 쓰인다.
넘어지거나 삐어서 타박상을 입었을 때 밀가루와 치자가루를 함께 개어 상처에 붙이면 어혈을 빨아들이는 효능이 있다.
할머니들은 이것을 치자떡이라고 하는데 부어오른 발의 염증을 빨리 가라앉히기 때문에 많이 약으로 썼다.
말린 치자 열매 20개를 죽염 10g과 항께 넣고 약한 불에 은근히 달인 뒤 마시면 기관지염 때문에 목의 불쾌한 기운이 가시면서 기침도 멎는다.
기미에도 치자 열매를 가루로 만들어 약간의 물로 갠 다음 붙이면 효과가 있다.
무좀을 치료할 때도 치자 열매를 달여서 그 물에 20∼30분씩 발을 담그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식용 색소로도 치자가 많이 쓰인다.
식용색소 대신 단무지의 노란 물을 들이는데 대표적으로 치자가 사용된다.
인체에 전혀 해가 없어 음식 및 식료품의 착색료로 사용되는 것이다.
치자색소를 쥐의 몸 안에 투여한 뒤 3개월 동안 관찰한 결과 피부, 체중, 운동성 등에 아무런 이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체중도 색소를 먹이지 않은 흰쥐와 비교하여 변화가 없었으며 이외에 장기의 중량, 간장, 신장, 비장, 심장도 아무런 징후가 없었다.
/오광록기자 kroh@kwangju.co.kr
▲ 치자 빵으로 감싼 스테이크=①쇠고기 안심을 칼로 자근자근 두드린 다음 소금, 후춧가루로 밑간한 뒤 팬에서 익힌다.
②버터, 밀가루, 치자물, 소금으로 반죽을 해서 ①의 안심을 넣고 감싼 후 오븐에서 구워낸다.
③적포도주, 스테이크소스, 치자물을 넣고 졸인 다음 접시에 끼얹는다.
④당근을 곱게 채썰어 살짝 튀긴 다음 스테이크 위에 올려 장식한다.
▲ 치자 더덕 튀김=①껍질 벗긴 더덕을 소금 약간과 치자를 우린 물에 하루 정도 담군다.
②물기를 제거한 뒤 튀김 반죽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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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자 송편=①쌀가루에 소금을 넣고 반죽한다.
②녹두 앙금이나 강낭콩을 넣고 김이 오른 찜기에 15분 정도 찐다.
③대추를 돌려깎아 장식한다.
④참기름을 섞은 물에 송편을 담궜다 건져 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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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자 두부찜=①곱게 으깬 두부에 치자 우린물, 다진 청·홍고추, 깻잎, 전분, 소금, 후춧가루, 계란을 넣고 섞는다.
②김이 오른 찜기에 넣고 찐다.
③한입 크기로 잘라 담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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