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 앙상블 글/김소심 국 지성 폭우가 내리는 주일에 쏟아 붓는 빗속을 가르며 서울로 향하였다. 한 달간 병가를 맡은 아들을 제자리로 데려다 주기 위해 덤으로 생긴 나들이였다, 자취방에 아들을 내려주고 돌아올 시간이 조금 남아 남편과 모처럼의 우중 데이트를 하기로 하였다. 70년대에 타보고 지하철을 이용할 기회가 없었다는 남편이 지하철을 타자고해서 또 폭우가 심해서 아들의 자취 집에 차를 세워두고 지하철을 이용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져보기로 하였다. 입고간 나의 바지가 낡아 보인다며 바지하나 사자는 남편의 제의로 동대문으로 행선지를 정하였다. 나이 들어가는 마누라가 젊고 세련 되게 깔끔하게 변신해주기를 바라는 남편은 항상 나의 착실한 코디 역할을 자청해 평소에도 자주 즐기던 아이쇼핑을 퍼부어 대는 폭우에 옷과 신발을 적셔가며 즐기고 있었다. 매장의 상품은 여름의 끝이라 가을 신상품들이 주로 진열이 되어 있었다. 젊어지고 싶은 마음이 허욕을 일으켜 캐주얼 스타일의 반 나팔 바지 한 점을 골라 들었다. 쳐진 배, 굵어진 허리에 조금 무리라는 판단이지만 사고싶어하는 나의 표정을 읽은 남편은 오케이사인을 보내준다. 캐주얼 스타일에 과감한 디자인으로 결정한 탁월한(?) 선택은 매장의 아가씨에게 놀라움을 조금 선사해 주기도 하였다. 특이한 디자인의 선택은 40대의 끝에서 시도하는 최후의 발악이며 젊어지고 싶은 나의 강렬한 욕구를 표현한 것이었다. 이곳 저곳을 돌아보다가 가을 신상품인 앙상블 니트 한 점을 더 골라 보았다. 색깔과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서 이미 사놓은 바지와 어울려서 고르니 문득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 항상 언니 같은 시댁 큰 형님이 유난히 걸린다. 형님의 취향에 꼭 맞을 색깔로 똑같은 니트 앙상블 한 점을 더 골라 보았다. 수 십 만원 짜리 백화점 명품은 아니지만 니트 앙상블 한 점으로 형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리고 싶어서이다. 나이 들어 늙어가면서도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 여자의 마음이 아닐까? 이러한 마음이 형님의 마음이라 여겨져서 형님에게 유행하는 옷 한 점 선물해 마음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육십 고개를 넘기면서도 고운 자태의 형님! 시어머니와 5형제, 형님 며느리까지 둔 대가족을 사랑으로 이끌어 가는 형님에게 사랑을 표현해 드리고 싶었다. 서울서 사온 니트 앙상블을 형님에게 전해 드렸을 때 형님은 참으로 좋아해 주었다. 서로 살아가기 바쁜데 마음으로 사랑하고 형제간에 우애 넘치면 되지 하면서도 기뻐하는 형님을 보니 마음이 즐거웠다. 맏이니까 당연히 해야 된다면서 중병을 앓고 있는 작은 아주버니의 병 수발을 자칭하던 형님의 숭고한 사랑에 옷 한 점의 표현은 작고 미약한 것이다. 작은사랑으로 힘들었을 형님의 마음에 위로를 해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 형수 옷 산다고 들썩이는 마누라를 향한 흐뭇한 남편의 시선도 좋아하는 형님의 표정도 작은사랑의 표현에서 건져 올린 삶의 앙상블이었다. 마음속의 깔린 사랑을 실제로 표현하게 되니 서로의 마음이 열리고 가까워지면서 사랑의 마음이 커지게 된다. 삶의 모습이 부드러워 진다. 몸에 잘 어울려 겉모습을 예쁘게 치장해주는 니트앙상블처럼 사랑의 표현으로 우리의 삶도 아름답게 마음의 앙상블을 만들어 가야 하리라. Adamo - L`amour Te Ressemble (사랑은 당신처럼)
첫댓글 따스한 마음이 담긴 글 잘 감상하였습니다
첫댓글 따스한 마음이 담긴 글 잘 감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