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감사하게 하는 일 1
8월 15일 태극기를 달았다.
막내 손자 진표와 같이 한 장은 우리 집에, 한 장은 장인 집에 진표보고 꽂으라고 하니 펄럭이는 국기를 단 손주의 기분이 대단하다.
우리가 사는 주택 중에 유일하게 우리 집 둘과 삼층 목사님 가정만 국기를 달아서 3가구밖에 달지 않았다.
대단히 부족한 나라 사랑을 느꼈다.
예전과 달리 읍사무소에서도, 동내 이장 방송에서도 전혀 국기 달라는 이야기가 없으니 사람들이 안달아도 되는가보다 생각하는 모양이다.
최초의 김대건 신부가 천주교를 세운 나바위 동네를 통하여 용동으로 간다.
나바위 동네 도로 옆에 집집마다 나부끼는 태극기를 보았다.
솔바람에 무궁화 꽃처럼 펄럭이는 국기가 아름다왔다.
큰 길에만 달았는가 하고 골목길로 들어가 보았다.
집집마다 어김없이 색깔도 산뜻하게 나부낀다.
박가네 추어탕 집도, 이발소도, 작은 가게도, 마을회관에도 꽂혀 있다.
순간 내 마음의 문이 확 열리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나의 마음이 이렇게 기쁠 수가.....
가게에서 삼다수를 한 박스 사면서 점원에게
“이렇게 국기를 잘 다는 마을은 처음 보았다”고 하였다.
점원이 말하기를
‘우리 이장님이 국경일에 국기를 모두 달게 나누어 주고 저녁때는 모두 회수 하였다가 다음 국경일에는 다시 나누어 달게 한다’는 것이다.
기막힌 나라 사랑의 생각과 실천이었다.
국기가 장롱속에 있다고 하여도 모두 다는 것이 아니고 잊어버리는 사람도 있으니 동네 이장이 자기가 손수 달아주고 걷는 일을 한다고 한다.
좋은 사례가 되었다.
나를 감사하게 하는 일 2
용성 동네가 말복 잔치를 벌인다.
멍멍이를 두 마리에 삼계탕 닭도 많이 삶는다고 열흘 전부터 참석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원래는 내 고향 동네지만 지금은 손님 동네나 마찬가진데 만나는 형님들은 내가 거기 사는 사람이라고 인정해 준다.
화관 앞에 텐트를 치고 젊은 동생댁들이 음식을 만들어 노인축에 들어가는 동네 형님들에게 대접하는 손길이 고맙다.
방안에 들어가자 왜 이제 오느냐고 깜짝 닥달을 한다,
내 동네에 살면서 외인 취급을 하지 않은 것도 감사한데 행사 때마다 잊지 않고 참석하게 하는 동네 사람들 특히 형들, 동생들이 감사하다.
나를 감사하게 하는 일 3
식사 후에 일을 하다가 집에 돌아와 잠시 쉰다.
잠이 살포시 온다.
자다 일어나 보니 나 혼자다.
피곤하다고 나를 깨우지 않은 모양이다.
더 눈을 감고 있는데 아내가 와서 용성 쪽에 구름이 심상치 않다고 하였다.
벌떡 일어나 용성으로 간다.
강경중학교 앞을 지날 때 가랑비는 이미 소나기로 변하고 차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오고 있다.
아침결에 날씨가 좋아서 참깨를 널어놓고 왔는데 비로 목욕을 한 것 같아 조바심도 났다.
도착하는 데 5분도 안 걸렸다.
집 앞에 도착하니 널어놓은 참깨가 없다.
누군가 집안에 들여 놓은 것 같아서 집안으로 들어갔더니 거기에도 없다.
그렇다면 창고에?
창고에 가보니 거기도 없다.
그렇다면 어디에 있는가?
아랫집에?
그러면서 비닐하우스쪽으로 오는데 용원 형님네 하우스 안에 우리 참깨가 있었다.
우리 깨가 비가 맞으니 자기 하우스에 급히 넣어 둔 것이다.
눈이 시큰거린다.
남의 작은 배려가 이렇게 눈을 시큰하게 하는가?
고마웠다.
깨를 옮기고 고추를 씻어 건조기에 넣었다.
오늘은 세 번의 감사가 나를 감격케 하였다.
하나님 이 감사를 나도 나눌 수 있게 해 주세요.
첫댓글 참 고마운 일이고만 고향떠난지50년이 넘으니까 이젠잊고 살아가는데 ㅎ ㅎ ㅎ 보름달처럼 가족과 함께 즐건 추석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