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우면동에서 꽃을 재배하는 왕모씨는 지난 겨울 폭설로
비닐하우스가 무너진 기억이 떠오를때면 아직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
곤 한다. 복구인원을 좀처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는데 다행히 서울
보호관찰소 지역봉사센터에서 사회봉사명령 대상자 34명을 긴급투입
해 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왕씨에게 ‘천금같은 일손’을 제공한 지역사회봉사센터는 지난해
7월부터 서울, 인천, 광주, 창원, 제주 등 5개 도시의 일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법원에서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대상자를 적재적소에 투입
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농·어민은 물론 독거노인, 소년소
녀 가장, 장애인 등 소외계층민들은 지역사회봉사센터에 간단한 신청
만으로 언제든지 자신들에게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지역사회봉사센터 및 봉사활동신청=지난 1989년 도입돼 유죄판결
을 받은 범죄인을 일정시간 근로봉사를 하게 하는 사회봉사명령은
지난해 4만2천여명이 선고받은 것을 포함, 선고 횟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회봉사명령제도는 전담공무원의 제한된 인원과
공익사업 지원위주의 사업계획으로 인해 제도도입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법무부 보호국 관찰과 장재영 사무관은 “보호관찰관이 직접 지역사
회의 봉사수요를 발굴하는 한편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의 기능·특기를
사전에 파악해 가장 적합한 기능을 보유한 대상자를 적재적소에 투입
하기 위한 집행시스템 도입을 모색한 끝에 지역사회봉사센터가 만들
어졌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봉사센터는 다양한 봉사활동 수요를 보호관찰관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자체적으로 파악한다.
파악된 봉사수요는 보호관찰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입력돼 사회봉사
명령 대상자들의 보유기능, 봉사희망장소, 성향 등의 자료와 자동으
로 연결돼 최적의 봉사대상자가 필요한 분야에 배치된다.
하지만 담당공무원이 발굴한 영역에만 한정해 대상자를 투입하는 것
은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지역주민들의 신청에 의해서도 필요한
인력투입이 가능하다. ‘일손’이 부족한 지역주민은 전화, 팩스, PC
통신 등의 통신수단을 이용하거나 직접 주거지 관할 보호관찰소에
찾아가 필요인력을 신청할 수 있다.
◇봉사활동 분야 및 선결조건=지역사회봉사센터는 가옥수리, 도배
등 저소득 서민층들의 기초생활에 대한 지원에서부터 장애인·치매노
인 간병 등 사회복지시설 운영지원 및 풍수해, 설해복구, 산불진화
등 재해복구활동까지 다양한 영역의 봉사활동을 소화한다.
실제로 지난 1월에는 폭설로 인한 농촌지역작물 피해복구 현장과
도로 제설작업 등에 3,500여명이 긴급 투입됐고 지난 2월 ‘구제역
파동’ 때는 사회봉사명령 대상자 1,000여명이 방역활동을 위해 전국
을 누볐다.
또 전문기능을 보유한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를 활용해 의료검진,
농기구 수리 등의 전문분야에도 대상자를 투입하고 있다. 사회봉사명
령을 받은 피아노 조율사에게 관내 초·중등학교 무료 조율과 수리를
맡기는가 하면 대마초를 흡연하다 적발된 인기가수에게 정신지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위문 콘서트를 개최토록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역사회봉사센터 등에 일반인이 직접 필요한 노동
력을 신청한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공무원의 인력부족도 관계당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감독인원
부족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것도 지역사회봉사센터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또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재범방지와 봉사명령을
완료한 뒤에도 자발적인 자원봉사활동으로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봉사활동 프로그램 개발도 끊임없이 연구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