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민속무용 가운데 승무는 가장 오랜역사를 갖고 있으며 가장 잘 정제된 춤으로 손꼽힌다. 세련된 기법과 풍부한 한국적 정서를 듬뿍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얇은사 하이얀 고깔 고이 접어 날리우고, 장삼자락 휘날리며 격정적으로 휘몰아치는 춤사위는 한국전통춤의 극치를 보여준다. 우리민족의 보편적 정서인 한이 불가의 구도를 통해 적절히 표현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춤을 추려는 무용수들이 승무를 교과목처럼 배우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승무의 맥은 한영숙씨(1989년 작고)로 대표되는 경기류와 이매방씨의 호남류로 대별된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있는 이 두갈래의 흐름은 경기류가 궁중무용의 영향을 받아 우아하고 세련됐다면 호남류는 구수하고 텁텁한 향토적 정서가 담겨있다. 인맥의 측면에서 보면 경기류는 50세전후의 이수자들을 중심으로 대학강단에 대거 포진해 있으며 원로급들은 자기류의 무용세계를 독자적으로 개척하고 완성했다. 반면 호남류는 공연및 강습활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승무의 기원과 유래에 대한 체계적인 학설은 아직없다. 석가의 제자인 가섭이 득도의 기쁨으로 춘 춤을 후세 승려들이 포교의 수단으로 계승했다고도 하고, 명기 황진이가 수도승인 지족선사를 파계시키기 위해 춘 춤이라고도 전한다.
경기류 승무는 서울지역 전통무용 집대성자로 평가받고 있는 한성준씨가 지난 30년경 조선음악무용연구회를 구성, 각종 강습과 공연활동을 벌이면서 무대예술로 인정받았다. 구한말부터 기생조합인 권번등에서 춤과 장단을 가르치던 한씨는 이연구회를 통해 승무를 비롯한 살풀이춤, 한량무, 검무, 학무등 다양한 민속무용을 지도했다. 그의 대표적인 문하생으로는 강선영(태평무인간문화재) 한영숙(승무와 학춤인간문화재) 장홍심(고전무용)등 당대 경기지역 전통무용가들이 거의 망라돼있다.
이들은 모두 국내 고전무용의 현대사를 일군 거목들로 후진들을 양성해 일가를 이루고있다.
한영숙씨의 승무는 선이 아름답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 69년 승무인간문화재로 지정받은 한씨는 일찍부터 후진양성에 눈을 떠 이수자만 14명이나된다. 정재만(숙명대) 이애주(서울대) 김숙자(한성대) 김매자(전이대) 윤금자 박재희 이향재 김선애 손경순 김인숙 신혜선씨등이다.
호남승무의 선구자로는 구한말 활동했던 신방초씨로 승무는 물론 검무, 육자배기, 보렴등을 창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의 제자로는 이장선, 이창조, 신갑도씨가 있다. 이들 3인은 임금의 부름을 받고 궁중에서 춤을 출 정도로 명성이 대단했다.
호남승무의 맥을 잇고 있는 이매방씨는 목포 권번의 기녀들을 지도하던 할아버지 이대조씨에게서 춤을 배우기 시작해 신방초씨의 제자인 이창조씨에게도 사사했다. 또 중국의 경극 명인인 매난방에게서도 춤을 배웠고 그에게 감명을 받아 이름을 이규태에서 현재의 예명으로 바꿨다.
이매방씨의 승무는 힘찬 장삼놀음, 다양한 북놀이, 정련된 발놀림이 특징이다. 그래서 팔을 펼치면 장삼자락 멘끝까지 힘이 닿고 북놀음에 들어서면 가슴을 온통 뒤흔들어 놓는다. 1987년 승무인간문화재로 지정받은 그의 승무이수자는 송수남 김진홍 임이조 김진선 채향순 진이림 유숙희 최영순 홍금산씨등이 있다.
승무의 맥은 전통무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많은 예술인들에게 풍부한 영감과 활력을 불어 넣었다. 우리나라 신무용의 창시자로 손꼽히는 최승희, 조택원씨도 한성준씨에게서 승무등을 배워 고전무용을 현대화하는 자양분으로 활용했다.
완전한 예술형식 갖춘 "승무"-중요무형문화재 27호
우리나라 민속무용의 정수는 승무라 할만큼 '춤을 알려면 승무를 춰보라'고 할정도이다. 그만큼 승무는 여러가지 유형의 춤이 있지만 가장 품위와 격조가 높은 춤이다. 유래에 대하여는 불교의 입장에서 본 불교설과 민속무용의 입장에서 본 황진이의 무용설등이 있으나 어느것이 확실한지는 단정할 수 없다. 승무는 마당에서 노는 축제적 성격이나 무속의 기능을 버리고, 유독 사랑방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추어지는 정교하고도 아름다운 춤이다. 이렇틋 승무의 본질은 인간의 한과 희비를 높은 차원에서 극복하여 자유와 애정의 경지로까지 승화한 춤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