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프랜차이즈에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 상륙한 블루 보틀 성수 1호점은 2~3시간 줄 서기를 각오하지 않고서는 들러볼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죠. 이런 대규모 줄 서기를 블로 보틀에 앞서 보여준 브랜드가 있었으니, 바로 쉐이크쉑 버거인데요.
미국 뉴욕에서 출발한 쉐이크쉑을 한국에 들여온 것은 파리바게뜨로 잘 알려진 SPC 그룹의 허희수 전 부사장이죠. 오늘은 다수의 해외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오는 동시에, 자체 브랜드는 해외로 진출시키는 SPC 그룹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SPC의 탄생
SPC의 모체는 을지로에 있던 제과점 '상미당'입니다. 작은 제과점에서 출발한 고 허창성 명예회장은 점차 공장 설비를 갖추고 크림빵을 생산하죠. 이후 일본의 찐빵에서 영감을 받은 삼립 호빵, 둥글고 커다란 빵 위로 포장지의 토끼가 웃고 있는 보름달 빵 등이 연이어 히트하면서, 삼립은 대한민국 양산빵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게 됩니다.
출처: MBC 뉴스데스크
1977년, 허창성 회장은 장남 허영선 전 회장에게 삼립식품을 물려줍니다. 반면 차남 허영인 회장에게는 삼립식품 매출의 10분의 1도 안되는 샤니만을 남겨주죠. 그러나 20년쯤 세월이 흐른 뒤, 전세는 역전되었습니다. 리조트 등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던 허영선 회장의 삼립식품은 IMF 시기에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빵과 식품에 올인하며 파리바게뜨를 성공시킨 허영인 회장은 승승장구했는데요. 2002년에는 허영인 회장이 형의 삼립식품을 인수하기에 이르렀죠.
이게 다 SPC 브랜드라니
현재 SPC 소속의 식품 계열사는 SPC 삼립,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 그리고 타이거 인터내셔널입니다. 이 중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들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단연 (주)파리크라상인데요.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을 비롯해 앞서 언급한 쉐이크쉑 버거와 카페 파스쿠찌, 잠바주스 등이 (주)파리크라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각각 아이스크림과 도넛 프랜차이즈의 대표격인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는 비알코리아에 속한 브랜드입니다. 비알코리아는 1985년 식품그룹 던킨 브랜즈와 SPC의 합작으로 설립된 사업체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국내에 최초로 소개하는가 하면 각양각색의 다양한 도넛을 선보이며 베이커리 업계의 세분화를 이루었죠.
SPC 삼립은 대표 브랜드인 삼립과 함께 떡 프랜차이즈인 빚은, 우동을 주메뉴로 하는 하이면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타이거 인터내셔널은 전국 유명 호텔, 레스토랑, 와인숍 등에 납품하는 와인을 수입하고 있다네요.
프랑스에서 받은 2개의 훈장
던킨이나 베스킨, 쉐이크쉑이나 잠바주스도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이지만, 아무래도 전 국민에게 가장 익숙한 SPC 브랜드는 파리바게뜨일 겁니다. 1988년 광화문에 1호점을 연 파리바게뜨는 4년 만에 매장 100개를 돌파하고, 1997년부터는 베이커리 브랜드 매출 1위, 점포 수 1위, 인지도 1위를 굳건하게 지켜오고 있죠. 성형한 반죽을 급속냉동해 점포에서 직접 굽는 휴면 반죽 방식과 발효 완료된 제품을 절반만 구워 나머지는 점포에서 조리하도록 하는 파 베이킹 방식을 채택해, 균일한 품질의 갓 구운 빵을 동네에서 맛볼 수 있다는 것이 고객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파이낸셜 뉴스
SPC 허영인 회장은 파리바게뜨 덕분에 프랑스에서 훈장을 받은 경력도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상호에서부터 프랑스를 연상할 수밖에 없는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을 통해 프랑스의 식문화를 한국에 알린 허 회장의 공로를 높이 사, 2010년에는 오피시에 훈장을, 2012년에는 농업공로훈장을 수여했죠.
파리로 간 파리바게뜨
2014년 7월, 파리바게뜨는 프랑스 파리로 진출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파리 시민들, 그리고 다수의 언론은 '파리바게뜨의 파리 진출이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는 반응을 보였죠. 프랑스에는 이미 동네마다 자리 잡은 전통 빵집들이 있고, 파리바게뜨는 이름만 파리바게뜨일 뿐, 프랑스빵과 큰 연관을 찾아볼 수 없는 달콤한 빵들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파리로 간 파리바게뜨는 대성공을 거둡니다. 샤틀레 1호점에 이어 오페라 지역에 2호점을 열었고, 두 매장의 누적 방문객은 2016년에 이미 70만 명을 넘어섰죠. 다수의 현지 레스토랑에도 빵을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tripadvisor / yelp / snapchat
빵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프랑스에서, 한국 업체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우선 프랑스의 대표 빵이자 상호에도 들어가는 '바게트'를 제대로 만들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평택 공장에서 반죽한 냉동생지를 지점에 공급하는 국내 방식 대신, 현지에서 제분한 밀가루를 공수해 프랑스인 입맛에도 손색없는 바게트를 직접 제작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죠. 여기에 카페처럼 테이블과 의자를 제공하고, 다른 빵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빙수 메뉴를 판매함으로써 익숙함과 새로움이 적절히 조화된, 특별한 장소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SPC 그룹의 자사 브랜드 해외 진출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지난 4월에는 싱가포르의 복합 상업 단지 '주얼창이'에 파리바게뜨와 메종 드 피비, 커피 앳 웍스, 쉐이크쉑 등 자사 브랜드 매장 4개를 동시 오픈했죠. 그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에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이슬람 문화권 국가로 뻗어나가기 위해 할랄 인증 생산시설도 건립하기로 했다는데요. 세계 어디를 가도 SPC 브랜드 매장을 만나보게 될 날이 머지않은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