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일(바라나시)
2024. 1. 24. 수. 제2일. 델리에서 -> 바라나시로 |
사르나트(Sarnath, 녹야원/鹿野苑)는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후 5비구를 비롯한 60명의 신도들에게 법을 펴신 최초의 설법지(초전법륜지/初轉法輪地)다. 탄생하신 룸비니, 깨달음을 이루신 보드가야, 열반의 땅 쿠시나가르와 함께 4대 성지다.
사르나트를 가자면 일단 바라나시(Varanasi)로 가야 한다. 바라나시에서 북동쪽으로 10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델리에서 가자면 빠른 기차로 17시간 걸린다. 우리는 항공편으로 바라나시로 가기로 되어 있다. 패키지여행의 효용성은 짧은 시간 안에 멀리, 여러 곳을 이동하기다.
호텔 알람소리에 일어나(05시), 떠날 준비 한 시간쯤 체크아웃하고, 6시에 호텔 아침밥을 먹고 그길로 출발, 전용버스로 국내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도착했는데... 또 돌발 상황. 일행 한 분이 호텔에 핸드폰을 두고 오셨단다. 다들 안타까운 마음으로 탄식도 하며 당황하고 있는데, 현지 가이드가 호텔로 전화해서 폰이 보살님 묵었던 방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나중에 델리로 돌아오면 찾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어제 공항에서 우리끼리 호텔에 버스 타고 먼저 가서 쉬고, 밥 먹자, 고 했던 그 보살님이 주인공... 그래도 되돌아갈 수는 없다. 인도의 공항들은 우리나라처럼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 공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항공권을 확인 받아야 한다. 일단 들어섰으면 나가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바라나시행 비행기는 10시 30분 출발인데, 경험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이 비행기는 출발이 “제맘대로”인 것으로 악명 높다. 어떤 이는 9시 50분에, 혹은 10시에 게이트에 갔더니 이미 비행기가 출발해 버려서 비행기를 놓쳤더라는 얘기다. 세상에... 딜레이 되는 비행기는 수없이 봐왔지만 출발시각도 안 돼서 미리 가버리면 어쩌란 말인가? 백번 양보해서, 예약한 승객이 다 탑승했다면 또 모를까, 예정 시각보다 일찍 떠나는 비행기가 어딨나, "아무리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인도"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나, 하도 믿기지 않는 얘기라 흘려들었는데, 현지 가이드 라하스가 같은 말을 한다. 진짠가? 진짜 그럴지도...
바라나시행 출발 게이트 앞, 분명 10시 30분에 출발해야 할 비행기가 감감무소식... 안내도 없이 무작정, 무한정 기다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델리도 그렇지만 바라나시 안개 때문이었다. 워낙 안개가 극심해서 바라나시 착륙이 힘들어 델리 출발이 지연되었던 것이란다. 듣던 대로 북인도의 겨울 안개는 복병이다. 4시간 가까이 뒤늦게 겨우 비행기가 이륙할 수 있었는데, 덕분에 일정은 다 꼬이고 말았다.
녹야원 참배는 내일로 미루고, 갠지스(Ganges/Gaṅgā/강가-)로 가서 보트 타고 강을 왕복하며 아르티 푸자를 보는 일정만 소화하기로 했다.
짙은 저녁 안개 속에 보트가 흔들릴 정도로 강물은 소리를 내며 흐르고 강변 가트 화장터 불빛과 연기는 꿈의 한 자락처럼 몽환적이다. 저기 화장장 한쪽에서 어느 아웃카스트의 버려진 시신을 어깨에 둘러매고 와서 내려놓는 오츠(大津)가 있을 것도 같다. 오츠는 엔도 슈사쿠(遠藤周作)의 <<깊은 강(深い河)>>에 나오는 인물이다.
* 갠지스 강 : 힌두교도들에게 ‘강가-(갠지스강, 한역경전에서는 항하/恒河)’는 성스러운 존재로, ‘어머니의 강’이라 불린다. 모든 죄악을 정화하는 곳이며 기도하는 곳이다. 아침 일찍 강변(가트)에 나가면, 강물에 들어가 떠오르는 해를 향하여 두 팔 벌리고 기도하며 힌두교식 기도(의례)를 바치는 남녀노소 힌두들을 볼 수 이 있다. 온몸을 정화하기 위해 목욕하고, 강물을 마시고, 그 성스러운 강물(聖水)을 물병에 소중하게 담아 집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 부유층에서는, 수백 킬로미터 거리의 강가-강물을 떠다 나르는 일만 전담하는 고용인까지 두는 집도 있다고 하니 인도인들에게 갠지스가 어떤 존재인지 짐작할 수 있다. … 이 ‘강가-’강에서 목욕하거나 생을 마감하면 죄업을 씻고 윤회를 벗어나 해탈할 수 있다고 믿기에, 평생 한 번이라도 ‘강가-’에서 몸을 씻거나, 임종을 맞는 것이 힌두교도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강 ‘강가-’는 죽어 한 줌의 재가 되어서라도 마지막으로 흘러들어가고 싶은 구원의 성지인 것이다. 옛날에는 말할 것도 없고 오늘날까지도 강변 곳곳의 힌두사원에 가면 임종을 기다리는, 몸을 가누기 힘들어 심지어 사원 벽이나 바닥에 겨우 기대거나 누운 자세로 기도하며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다. 그들은 인도 각지에서 모여든 힌두교도들이다. ‘강가-’에서 임종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죽음이며, 사후세계에 구원 받을 수 있는 죽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 김호성 저 <불교성지 간략소개>자료집 19-20 |
* 가트(ghat) : 가트는 호숫가나 강변, 하천변 등에 만들어진 층층 계단형태의 시설이다. 강이나 호수로 들어가는 물과 육지의 연결 계단(통로)이다. 남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볼 수 있으며 취사, 세탁장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특히 힌두교도들의 경우 뿌자(Puja/제사), 목욕, 장례 등 다양한 종교 의례를 행하는 장소로 이용된다. 바라나시가 힌두교도들의 성지가 될 수 있었던 까닭도 따지고 보면 갠지스강이 있었기 때문이며 …중략… 바라나시 서쪽 ‘강가-’ 강변 6.4km에 걸쳐 84~88개의 가트가 있다. … 각 가트(계단)와 연결된 육지에는 사원이나 저택 등이 있어 강과 통하게 된다. … 흔히 ‘가트’라고 하면 은연중 화장터를 떠올리게 되는데, 갠지스(바라나시)의 수많은 가트들이 모두 화장 의식을 치르는 곳은 아니고, 통상 메인 가트라 불리는 다사슈와메드 가트(Dashashwamedh ghat, 여기서 날마다 일몰에 거창한 ‘아르티 뿌자’의식이 치러진다)를 중심으로 하류 쪽에 있는 하리쉬찬드라 가트(Harishchandra ghat)와, 상류 쪽의 마니까르니까 가트(Manikarnika ghat)가 유명하며, 그 외 소형 버닝 가트가 있다. 버닝 가트는 24시간 가동되며, 하루 200~300여구의 시신을 다비(茶毘)한다고 한다. -- 김호성 저 <불교성지 간략소개>자료집 19-20 |
저 버닝 가트 묘사는, 지묵스님 성지순례기 <<나마스테>>에도 나오고,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