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폭염경보가 내려지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이런 무더위를 피하는 데는 역시 산간계곡이 제일이다.
시원한 폭포수가 쏟아지고, 천연바람이 불어나오는 '대가천계곡'은 경북 성주와 김천 사이를 잇는 계곡으로 곳곳에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져 여름휴가지로 각광받고 있다. 청정한 계곡물과 짙은 숲에서 불어오는 천연바람을 즐기기에 그만인 대가천계곡을 찾아 30번 국도로 나섰다.
대가천계곡은 '무흘구곡(武屹九曲)'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경북 성주 출신의 도학자 한강 정구(1543~1620)가 중국 송나라 주자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본떠 만든 것이다. 제1곡 봉비암에서 제9곡 용추까지 그 아름다움을 한 편의 시로 담아 놓았다.
- ▲ 경상북도 성주와 김천 사이를 잇는 대가천계곡은 시원한 계곡물과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진다.
때문에 이번 여행의 시작은 한강 정구의 자취가 서려있는 '회연서원'이다. 서원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입구에 자리한 '견도루(見道樓)'를 지나야 한다. 밖에서 바라본 서원은 지붕이 하늘로 부드럽게 솟아 마치 옛 선비의 고고함을 나타내는 듯 느껴진다.
서원 내부로 들어가면 군데군데 솟아난 큰 노송들이 운치를 더해주고, 적막한 고요함은 오히려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 준다. 서원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강당은 과거에 후학을 양성하던 공간으로 현재도 당시 사용했던 물건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서원을 빠져나와 향한 곳은 무흘구곡의 제1곡 '봉비암(鳳飛岩)'이다. 이곳은 마치 봉황이 하늘 위로 날아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하여 이름 붙여진 곳이다. 절벽 아래로 맑은 물이 잔잔히 흐르고 있는데, 물결에 비춰지는 봉비암 역시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를 보여준다.
- ▲ '무흘구곡(武屹九曲)'은 30번 국도를 따라 약 35km 구간에 펼쳐져있다.
'봉비암'을 지나면 제2곡 '한강대(寒岡臺)'를 만날 수 있다. '한강대'를 감상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성주 국제 하키장’에서 바라보는 것과 봉비암 뒤편으로 난 마을 신작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는 방법이다.
차량으로 이동 가능한 하키장과 달리 마을 신작로를 따라 산 정상에 오르면 소나무 사이로 굽어 흐르는 맑은 물길을 볼 수 있다. 발아래로 '한강대(寒岡臺)'라고 적힌 글귀를 볼 수 있으며, 눈앞으로는 성주 국제 하키장과 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두 가지 방법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 관람하면 된다.
- ▲ 무흘구곡의 시작점인 '회연서원'과 제1곡 봉비암, 제2곡 한강대의 전경.
제3곡 '배바위'부터 본격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시작된다. 30번 국도를 따라 성주댐을 지나면 배바위를 만나는데, 이곳은 바위 위로 배가 정박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바위 위에 무학정(舞鶴亭)이라는 정자가 있어 그늘 아래 강바람을 맞으며 경치를 구경할 수도 있다.
정자 위에 오르면 S자 모양의 계곡물이 세차게 흘러 멀리서 보아도 시원함이 느껴진다. 또한 배바위 주변으로 캠핑장이 잘 조성돼 많은 휴양객들이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 ▲ 바위 위로 배가 정박한 모습을 하고 있다하여 '배바위'라 불리는 이곳은 계곡물을 바라만 보아도 시원함이 느껴진다.
배바위를 지나면 무흘구곡 중 가장 유명한 제4곡 '입암(立巖)'을 만날 수 있다. '선바위'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말 그대로 바위가 하늘 높게 서있어 누군가 조각을 해놓은 듯 신기할 따름이다.
바위의 상단 중간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이곳에 학이 집을 짓고 살았다 해서 소학봉(巢鶴峰)이라고 전해 내려온다. 특히 이곳 유명한 이유는 물이 맑고, 수심이 얕아 아이들이 놀기에 적합하고, 캠핑을 즐길 공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 ▲ 무흘구곡 중 가장 유명한 '입암(선바위)'에서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약 5km 정도 떨어진 '사인암(捨印巖)'이다. 이곳은 마치 한편의 수묵화처럼 높게 솟은 기암괴석은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며, 절벽 사이사이 삐져나온 노송이 운치를 더해준다.
단, 이곳은 빼어난 경치에 비해 물살이 거센 편이라 물놀이를 할 경우 항상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휴양객들은 구명조끼나 튜브를 이용해 물놀이를 하는 것이 좋다.
- ▲ 한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이 아름다운 절경을 뽐내는 '사인암'의 전경.
사인암을 지나면 경북 김천으로 접어든다. 김천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제 6곡인 '옥류동'이다. 바위에는 옥류동(玉流洞)이라 선명하게 새겨진 이곳은 흰 바위 위로 흐르는 계곡물이 마치 옥(玉)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붙여진 곳이다. 이곳에 비교적 낮은 곳에 자리한 옥류정자는 잠시 쉬어가기 좋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6개의 노송이 계곡을 감싸고 있는 제 7곡 '만월담(滿月潭)'이다. 달빛이 연못에 꽉 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곳은 돌담 위로 자라난 노송이 아래로 흐르는 계곡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 ▲ '옥류동' 아래의 낮고 평평한 바위 위로 흐르는 계곡물은 마치 '옥'과도 같은 모습이다.
이곳에서 1km 떨어진 곳에는 용이 누워있는 형상인 제 8곡 '와룡암(臥龍巖)'이 있다. 이곳에서 더 위로 오르면 '무흘구곡'서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용추(龍湫)', '용소폭포'를 만날 수 있다. 높이 17m, 깊이 3m인 이곳은 용이 살다가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다.
그 전설에 믿음이 갈 정도로 폭포 주변으로는 빼곡한 산림과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실제 용이 살아있다면 이런 곳에 머물렀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이러한 절경을 갖추다보니 최근 이곳은 휴양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곳 역시 물살이 거세고, 폭포가 높아 안전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 ▲ 노송이 계곡을 감싸고 있는 '만월담'과 바위가 용이 누운 형상을 하고 있는 '와룡암', 용이 하늘로 올랐다는 '용추'의 전경.
'무흘구곡'의 9명소만으로도 아쉽다면 용추 위쪽에 자리한 '수도암'을 찾는 것도 좋다. 도선국사가 터를 찾고 일주일 동안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는 곳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소박하지만 마음의 수양을 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사찰 정상의 대적광전 옆으로는 수도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마련돼 길을 따라 쭉 오르면 김천시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등산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꼭 한번 들러봐야 하는 코스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 정도이다.
- ▲ 용추 위의 도로를 따라 오르면 고즈넉한 사찰 '수도암'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