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정] 정신의 고향 오대산
아광(光阿) 고광록
- 마음이 가는 어디서도
수미산(須彌山)에서와 같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곳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절창을 들을 수 있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산 -
여행이란 단어만으로도 설레고 들뜨는 건 초등학생이든
여든 어르신이든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낯선 곳으로 떠남만이 유익한 것이 아니며, 멀리 떠나야만 즐거운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시간에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터라 여행할 기회가 많았다.
한시(漢詩)와 바둑을 좋아했기에 중국을 자주 찾았었고, 임정(臨時政府) 로드처럼 역사의 현장을 찾아다니거나 일본의 우동을 주제로 자전거를 타고 우동집을 기행 하는 주제여행도 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 땜시, 외국을 오가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제주도를 비롯한 국내여행지마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젊은 세대 취향에 부합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여행지들이 새롭게 탄생했다.
코로나 이전 국내 명소는 일 때문에 지나면서 잠시 들른 정도가 전부였던 나 역시도 국내여행으로 발길을 돌렸었고, 제주도와 울릉도 그리고 남도까지 국내여행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특히 지지난해 가을 아내와 떠났던 남도여행은 대단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다산(茶山)과 혜장(惠藏)선사가 거닐었던 백련사 오솔길은 삶의 도반들과 다시 가보고 싶은 곳으로 첫 손에 꼽을 정도이다.
▣월정사 전경
조계종 제 4교구(월정사) 신도회장 소임을 맡게 되면서부터는 명찰(名刹) 뿐 아니라 그냥 스치는 소도시에서도 인근의 산사(山寺)를 찾아 보는 버릇이 생겼다.
지난 해 봄에는 신도회 임원들과 주말마다 말사(末寺;본사本寺의 관리를 받는 작은 절, 또는 본사에서 갈라져 나온 절)를 순례했다.
앉음새가 좋은 절집 마당에 서면 저절로 정갈한 기운이 드는 듯했다.
많은 산사들을 방문했음에도 내게 가장 정겹고 친숙한 곳은 오대산과 그 품에 있는 암자들이다.
오랜 지기들과 하룻밤을 지낸 오대산 북대의 나옹대(懶翁臺:문수성지에서 나옹선사가 오대산 적멸보궁을 바라보며 참선했던 곳)의 서늘한 별빛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고,
▣북대 미륵암 나옹대
서대 수정암(水精庵:신라의 태자들이 수행했다는 전설의 사찰, 서대 수정암은
한강의 발원지 우통수가 있는 곳)은
세상과 멀리, 외따로 여러 날 머무르고 싶을 만큼 좋았다.
▣서대 수정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나와 연결되는 것이 있다면 더욱 끌리는 게 인지상정이다.
흙을 밟고 돌다리를 건너고, 물과 바람의 소리 하늘꽃이 하늘대는 오대산 선재길에 들어서면 외국에 살고 있어 자주 보지 못하는 큰 아이 ‘선재’ 생각이 애틋하다.
▣오대산 선재길
산에 한창 빠져있던 젊은 시절 히말라야 트레킹을 간 적이 있는데, 다음에는 꼭 카일라스(카일라스山<6714m>은 지금까지도 미정복 봉우리인데, 티베트 불교에서 수미산으로 간주하여 신성시하기 때문이다. 티베트 불교만이 아니라 힌두교에서는 시바신이 아내 파르바티[Parvati]와 사는 곳, 자이나교에서는 첫 번째 티르탕카라[tīrthaṅkara;깨달은 성자] 리샤바나타[Ṛṣabhanātha]가 열반에 든 땅, 뵌교[Bön]에서는 우주산으로 여긴다.)에 가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카일라스의 북쪽 사면
하지만 이즈음은 젊었던 시절의 다짐처럼 카일라스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내가 가는 어느 곳이라도 마음이 간다면 수미산(須彌山)에서와 같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나에게 최선의 도시이듯, 최상의 여행지는 쉽게 갈 수 있는 곳 자주 찾을 수 있는 곳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심리적 간극도 멀지 않아야 한다.
▣오대산 정상 비로봉(1563m)
내게는 오대산이 그렇다.
일과가 끝나고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러 찾아가거나, 때때로 아내와 혹은 지기들과 차 한잔 하려고 찾아가기도 하는데,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맞이해주는 오대산은 늘 좋다.
전나무 숲길과 단풍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서로 다른 것들이 그 각각의 모양으로 아름다운 세계일화(世界一化), 오대산만의 절창(絶唱)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여름에는 정신(精神)의 고향 어머니 품과 같은 오대산에 다녀가시길 바란다.
▣오대산 계곡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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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광(阿光) 고광록(1961~) 강릉 출생
강릉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법무법인 율곡/대표 변호사
·불교신문 논설위원
·오대산 월정사 신도회장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 환수
위원회 집행위원장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 민간협의회장
·강릉시 사회갈등조정위원회 위원장
으로 활동 중...
첫댓글 아광(光阿) 고광록 시인님의 오대산에 있는 사찰과
불교에 관한 여러 곳을 소개해 주신 작품
참으로 고맙습니다
예향의 오대산 월정사의 교무국장 스님인
자현 스님의 강의를 많이 듣는답니다
내용들이 다 마음에 반가움으로 다가옵니다
감사합니다
물폭탄이 내리는 날입니다
피해 없으시고 시원한 날 되십시오^^
고맙습니다~
빗줄기의 세기에 따라서 고덕천의
수위도 오르락 내리락,
종일 비...
건강하십시오~!^^
반갑습니다.
올려주신 精誠이 깃든 作品 拜覽하고 갑니다.
恒常 즐거운 生活 속에 健康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