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정원 교육 소식입니다! 8월은 날이 너무 뜨거워 실내에서만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3시간 가량 오도 선생님과 절기, 8월에 텃밭에서 해야 할 일, 봄/여름 작물 채종법 등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내용이 길지만 교육생분들과 나누었던 정리 내용을 아래에 첨부할게요.
1. 8월 절기와 농사와 관련된 재밌는 단어 이야기
- 입추: 입추의 입은 '들 입'이 아니라 '설 립'입니다. 가을에 들어선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을이 일어선다는 뜻이에요.
- 백중(백종): 백중은 원래 백종이라는 단어가 변형된 것입니다. 백종이라고 했을 때 백 가지의 씨앗, 즉 온갖 씨앗이 여무는 시기라고 볼 수 있어요. 농부들은 이날을 '호미씻기'라고도 하는데요. 이제 김매기를 그만하고 호미를 씻어서 넣어놓는다는 뜻입니다.
- 어정 7월 건들 8월: 농사일이 많은 7월에는 어정어정 바쁘게 뛰어다니다가 8월에는 건들건들 걸어 다녀도 된다는 뜻입니다.
- 첫물: 7월 말은 고추를 처음 수확하는 때입니다. 고추는 처음 따는 열매가 가장 커서 '첫물'이라고 부른다네요. 이 단어를 아는 분들은 지금쯤 고추를 사기 시작할 때 첫물을 달라고 하신대요.
2. 8월은 김장채소를 준비하는 달
- 8월에는 배추, 무, 열무, 대파, 쪽파 등 김장채소 모종을 준비하는 달입니다. 배추는 8월 20일 경에 모종을 내서 9월 5~10일 경에 밭에 심습니다. 밭에 심기 한 달 전에 미리 퇴비와 석회와 붕소를 같이 넣어 준비를 해두면 좋습니다. 지금이 바로 가을밭을 준비하는 적기에요!
- 석회와 붕소는 왜 뿌릴까요? 석회는 산성 토양을 알칼리성으로 바꿔주고 식물의 세포벽을 튼튼하게 해줍니다. 또 상처 부위를 잘 아물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요. 붕소는 십자화과 채소(배추/무)의 무름병과 무가 속이 텅 비는 현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가을밭을 준비할 때 퇴비와 꼭 같이 뿌리면 좋겠습니다!
- 생명역동농법 달력으로 잎의 날(8월 14~16일 오전 8시까지)은 배추 씨앗을 심기 좋은 날, 뿌리의 날은 무를 심기 좋은 날이라고 합니다. 여농센터에 걸린 생명역동농법 달력에 자세한 내용이 있으니 한번 확인해보시고 모종을 내시면 좋을 것 같아요.
3. 봄/여름 작물 채종법
- 토마토: 토마토를 반으로 자르면 양분이 지나가는 길이 보입니다. 이를 '태좌'라고 불러요. 사람으로 말하자면 태반인 것이죠. 방울토마토는 양분의 방이 2개, 큰토마토는 여러 개로 나뉘어 있습니다. 반으로 자른 토마토를 그릇에 꾹꾹 눌러주면 씨앗이 빠집니다. 씨앗이 담긴 그릇을 비닐봉지나 지퍼백에 넣고 햇볕이 좋은 밖에 4시간 정도 두면 보글보글 끓으면서 발효가 됩니다. 발효를 하는 이유는 안 좋은 세균을 소독하고 수분기를 빼기 위함입니다. 발효한 토마토 씨앗을 가져와서 체망에 넣고 흐르는 물에 비비면 젤라틴이 떨어집니다. 깨끗하게 정리된 씨앗을 물에 다시 넣고 가볍게 떠오르는 쭉정이는 버리고 무거운 씨앗만 골라냅니다. 양파망(종이는 들러붙을 수 있어요)이나 거친 조직의 천을 밑에 깔고 위에 씨앗을 올려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그늘에서 말린 뒤, 마지막으로 30분 정도 햇볕에 말려서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 참외/오이: 참외는 수확해서 2일 정도, 오이는 일주일 정도 후숙한 뒤 토마토 채종하는 방법처럼 채종하시면 됩니다!
- 가지: 가지도 오이처럼 수확해서 일주일 정도 열매를 후숙시킵니다. 가지를 반을 자르면 과육이 마치 스펀지 같아요. 이 스펀지 같은 과육에서 씨앗만 잘 골라내기 쉽지 않은데요. 어르신들은 가지를 끝까지 자르지 않고 3분의 2 정도만 반으로 잘라서 옷걸이에 걸어 말리시기도 합니다. 가지 채종은 깍둑썰기를 한 뒤 믹서기에 물 한 컵과 같이 가지를 넣고 아주 약하게 몇 번 돌립니다. 너무 많이 돌리면 전체가 다 갈려버릴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어느 정도 약하게 돌리면 과육과 씨앗이 분리됩니다. 이때 물에 넣어 스펀지 과육은 골라내고 씨앗만 체망에 비벼서 골라냅니다.
- 옥수수: 시골집에서 많이 보신 적 있으실 텐데요. 옥수수 수염 부분은 떼어주고 옥수수 잎은 다 떼지 말고 하나하나 벗겨서 뒤로 묶어줍니다. 이렇게 하면 처마 밑에 걸어서 가을 내내 혹은 겨우내 말려 내년에 다시 씨앗으로 쓸 수 있어요.
- 참깨: 참깨는 열매가 익을 시기에 자연스럽게 꼬투리가 벌어지는 작물입니다. 참깨를 심은 밭에서 아래 꼬투리가 1개 터진 참깨가 있다고 하면 하루 이틀 사이에 참깨를 다 수확해야 합니다. 꼬투리가 열려 참깨가 다 쏟아지지 않게 잘 세워서 비닐을 덮고(빗물이 들어가면 안 돼요!) 잘 말려준 다음, 털어서 씨앗을 골라내면 됩니다.
- 상추: 꽃대가 반 정도 누렇게 되면 잘라서 비를 맞지 않는 그늘에 거꾸로 매달아 말린 다음, 어느 정도 건조가 되면 털어서 씨앗만 골라냅니다. 거꾸로 매다는 이유는 줄기에 있는 양분이 마지막까지 씨앗으로 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에요.
- 당근: 씨가 맺힌 꽃대도 있고 아닌 꽃대도 있어 잘 관찰해서 꽃대를 잘라주어야 합니다. 누렇게 되기 전에, 꽃대가 진초록색일 때 잘라서 소쿠리나 채반에 신문지나 천을 깔고 꽃대를 말려주세요. 꽃대가 잘 마르면 씨앗이 투둑투둑 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