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지
김윤선
복지관에서 노인학생 한글을 가르 친지 5년이 되었다.
오랜 아동복 도매상을 운영하면서 주경야독 검정고시 공부를 약 25년 동안 하였다. 회갑을 지나고 40년 하던 장사도 졸업하면서 본격적인 공부에 몰두를 하게 되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8년만에 대학원 "외국어로서의한국어 교육학과"석사도 마쳤다. 졸업 후 약 5년간 여성문화 회관 진구 여성센터 에서 다문화 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나이에 맞춰서 현재는 65세부터70세 까지 83세 노인 1명 모두 10명을 가르친다.
평생 글을 몰라 한이 맺힌 사람들에게 복지원에서 한글도 가르치고 ‘시’ 동요도 노래하면서 참다운 행복이 무엇인지를 공부하고 있다.
오늘은 83세 전 판식 어른께서 점심을 사겠다고 어제부터 말씀을 하시니 어른의 뜻을 거역 못해 칼국수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내가 카드로 식사 값을 지불 하였더니 식사비 보다 더 많은 돈을 나에게 주신다. 늘 선생님이 고마워서 무엇으로 보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글썽이신다. 특히 처음부터 오랫동안 정이든 민백석 어르신과 두 노인이 짝이 되어 공부를 해 왔는데 민백석 노인께서 우리도 모르게 며칠전 돌아 가셨다고 한다.
술을 너무 많이 먹어 목에 식도암이 걸려 언제 가실지 선고가 내려진 사람이었다.
전 판식 어른은 짝 잃은 기러기처럼 늘 혼자서 쓸쓸히 민노인에게 수시로 전화를 하고 있었다.
지난 날도 학교 오는 날 매일 전화를 걸어 만나서 같이 오고 식사도 같이 하곤 했는데 짝지가 저렇게 돌아가셔서 눈물이 난다. 처음 병을 발견 했을 때 몇번 집으로 찾아 갔더니 선생님 하며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셨다.
80이 넘은 사모님도 너무 고생을 하셔서 지금 돌아가시면 안된다며 울먹이 셨다.
전 판식 어른 께서는 전화를 하지 말라고 해도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 민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하면서 가슴 아파 하셨다.
처음 병이 걸려 약 일년간 항암치료도 하고 집에 왔다가 병원에 입원을 계속 하셨다. 그렇게 병이 좀 나아 우리 학교에 하루 공부를 하러 오셨다. 다시 학교에 오시니 모두가 반갑에 맞이 하며 특히 전 노인께서 그렇게 좋아 하셨다.
다시 회생할 수 었을까, 기대를 했는데 그 길이 마지막이 될줄 몰랐다. 일주일 전에 집으로 가 보니 문이 잠기고 아무도 없더라고 하면서 또 말씀을 하시더니 이제 돌아가셨다니 더욱더 마음이 아파온다.
전 어르신은 어린시절 고아로 머슴 살이를 하고 어머니도 먹을 것이 없어 자식들을 얻어 먹이곤 했단다.
시골에 살수가 없어 맨손으로 부산에 내려와 노동일을 하며 열심히 아들 넷을 낳고 살았는데 아내가 일찍 병이들어 가버렸단다. 혼자서 아들을 공부시키고 키우면서 갖은 고생을 다하면서 오늘에 왔다며 쓰린 가슴을 다독이신다.
아들 넷은 모두 장가를 가서 각자 힘들게 살고 있고 자신은 혼자서 쓸쓸히 살아가고 있다.
친구도 없고 누구와 만나 식사 한번 할 사람도 없는 노인은 비오는 날이면 갈 곳이 없어 너무 지루하다고 하신다.
민 백석 어른께서 함께 공부를 할 때 요즘 백세 시대라고 해도 거짓이라고 했다.
민 어른이 40대 오뎅 공장을 하면서 49명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임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까지 모두 다 죽고 8명이 살아있다고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우리도 언제 어떻게 될지 다되었다고 하시며 그래도 수급자로 학교에 청소도 하셨다.
그렇게 정정 하시던 어른이 이렇게 빨리 가실줄 몰랐다.
전 어른께서는 일주일에 세 번 학교에 오는 것이 최고의 기쁨이라고 좋아하신다.
학교에 오시면 젊은 여인들이 오빠라고 불러주고 좋아하니 더욱더 행복해 하신다.
작년에 사상구 문해 작품 공모전에서 약 50명 중에 대상을 받고 너무 좋아하시던 어르신이다.
상을 받던 날 강원도와 창원에 사는 아들 부산 아들 작은 며느리 까지 다 와서 아버지의 대견한 모습을 축하 해 주었다. 함께 사진도 찍고 기분이 좋아 우리 학생들에게 밥도 사고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도 하였다.
정이 많으신 어른께서 짝이 가버렸으니 수시로 눈물을 흘리며 쓸쓸해 하신다.
그리고 늘 간식을 학교에 오실 때 누가 주더라고 하며 가지고 오신다.
이제 짝이 먼길을 가버렸으니 더욱더 우울해 하시는 어르신의 그 눈물이 내 마음을 아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