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위대한 쇼맨"이라는 영화를 봤어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바넘 효과"라는 말로 알려진 바넘이라는 한 공연 기획자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바넘 효과가 뭐나면요... 인터넷에서 찾은 것을 올려 볼께요.
일례로 아래 같은 문장을 가지고 맞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거에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바넘 효과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구요,
바로 이 바넘이라는 사람의 삶에서 제 삶의 모습을 조금 발견했기 때문에 글을 적는 것입니다.
바넘의 아버지는 옷을 만드는 분이었고, 귀족의 옷을 만들어 주는 것을 업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바넘은 그 귀족 중 한 사람의 딸을 좋아하지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 가신 후 거지처럼 살았지만, 그 딸에게 계속 편지를 보냈고, 결국은 가난했지만 여자쪽 부모의 만류를 뚫고 두 사람은 결혼합니다.
그러나 그 마음 속에는 자신의 신분에 대한 깊은 상처가 남았지요.
그래서 아내의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상처가 어떻게 보면 자신의 삶에 대한 동기가 되었어요.
성공한 사업가가 되는 것도, 귀족 소사이어티에 들어가고 싶은 욕망의 반영이었고,
실제로 크게 성공하게 되자 아내 부모님들에게 모진 대우를 해서 복수를 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자신의 공연장이 다 불타 버리고 파산하게 되자, 자기가 가졌던 그 욕망이 부질없는 것이고,
자신의 삶에는 그것 말고도 소중한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귀족이 아닌 많은 사람들도 있고, 그들이 자신을 인정하고 또 따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여러분들의 삶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청소년기에 결핍을 아주 심하게 느꼈습니다.
고1, 처음 입학하게 될 때 아버지께서 시장에서 Hike 가방을 사오셨는데, 도저히 그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갈 수가 없는 거에요.
그때만 해도 나이키며 리복같은 브랜드가 아니면 안 되는 그런 분위기가 청소년 사이에 아주 팽배했지요.
그런데 비슷한 가격에 Hippo 라고, 지금은 사라진 브랜드이지만, 나름의 브랜드 가방이 있었는데, 아주 예뻤어요.
그래서 그 가방을 사고 싶다고, 저 가방을 물러 달라고 부탁 드렸지요.
아버지께서 그 가방을 들고 시장에 가셨는데, 주인이 절대로 안 바꿔 주는 거에요.
그때 그 주인 아저씨가 하신 말씀이 지금도 마음에 남습니다.
"우리 아들도 이 가방 가지고 공부해서 서울대 경제학과 들어 갔어요. 뭔 가방 타령이야?"
아버지는 그 주인 아저씨에게 갖은 수모를 다 당하시면, 무려 30여분을 기다려서 결국 환불을 받아 내셨습니다.
아마 그날 아버지는 저에게 뭔가를 보여 주고 싶으셨을 거에요.
저는 아주 굴욕적이었지만, 그래도 Hike 가방을 가지고 새로운 학교에, 새 친구들을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너무 너무 죄송했지만, 그 30여분을 아무 말 없이 서 있었지요.
이제 제가 어른이 되었으니, 그 날 아버지의 심정이 어땠을지는 잘 알지요.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처음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날, 나이키 로고이지만 하이키라고 쓰여진 가방을 들고 가는 일은 너무 너무 부끄러워서 감당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것이 세대차이일까요?
가방이면 무조건 좋았던 아버지 세대와, 브랜드가 아니면 안 되었던 아들 세대의 문제일까요?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어요.
친구들이 몇몇 모여서 미군 부대 앞을 간다고 하더군요.
그곳에 가면 가짜 브랜드 신발들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거에요.
그래서 저도 친구들에게 부탁을 해서 나이키 농구화를 싸게 샀어요.
그때 나이키 농구화는 한 3만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7천원을 주고 샀지요.
아주 아주 멋있는 신발이었습니다.
제 짝꿍이 아주 농구를 잘 했는데요, 저에게 한번만 빌려 신고 싶다고 하는 거에요.
그래서 빌려 줬어요.
그리고 그 친구가 그 농구화를 신고 운동을 하는데, 정말 폼이 나더군요.
그런데 그 친구는 몰랐지만, 제가 얼핏 보니 신발 밑창 접착이 제대로 안 되었던지, 분리가 되고 있었어요.
앞뒤는 붙어 있지만 점프할 때 보니 가운데가 떨어지고 있더군요.
너무 너무 불안했습니다.
가짜 신발인 것을 들킬 것 같았지요.
그런데 돌려 달라고 하니 친구가 조금만 더 신고 싶다고 하는 거에요.
저는 그 신발이 신는 도중에 완전히 밑창이 분리될까봐 조마 조마 하면서도 그러라고 했지요.
그리고 며칠 동안 저는 그 신발때문에 엄청나게 고민을 했습니다.
왜 그냥 내 신발이니 달라고 하지 못 했을까요?
그런데 그러던 와중에 제가 전학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 신발은 곧 돌려 받게 되었고, 다행히 들키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기억들이 원인이 되었을까요?
저는 제가 어른이 되어서 돈이 생기자, 신발에 복수를 실컷 했습니다.
좋은 운동화들을 엄청 샀지요.
제가 넥시 신발 만드는 데 많은 정성을 기울이게 된 것도, 이런 사연들이 다 얽혀서 그런 것일 거에요.
이제 저는 더 이상 험한 운동을 하지 않습니다.
운동화가 떨어져서 못 신거나, 혹은 발이 커져서 바꾸게 되는 일이 없지요.
그러니 더 이상 좋은 운동화를 사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도 간혹 가다가 비싼 운동화를 사기는 합니다만, 더 이상 지난 날에 대한 보상으로 뭔가를 하기는 한계가 있지요.
탁구도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대학 시절, 탁구부 활동을 했는데요, 대학 1학년 말에 선배들의 권유로 펜홀더에서 쉐이크 수비수로 전향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르칠 사람도 없고 배울 방법도 없어서, 대학 생활 내내 스트레스만 받았어요.
학년이 올라가면 후배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학교 대표로 시합을 나가기도 해야 하는데, 저는 그냥 연습용 파트너에 불과했지요.
그래서 결국 3학년 2학기때 쉐이크 공격으로 바꿨는데요, 수비수로 지낼 때 습관들이 남아서,
4학년이 되어서도 실력 발휘를 하지 못 했어요.
그때는 그랬거든요. 수비수를 하면 아예 드라이브는 배우지도 않는 것이 맞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3학년 2학기때 드라이브를 시작했으니 뭐 잘 될 리가 있나요?
실력이 안 되는 탁구부 선배로서의 삶이 참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발언권 없는 탁구인의 설움들, 아시는 분들 계시지요?
탁구계는 실력이 없으면 발언권이 제한되지요.
저는 그 설움을 많이 겪었어요.
무시 당하기도 하고, 스스로 위축 되기도 하구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 지나간 삶에 대한 위로라고 할까요? 복수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탁구계에서 힘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결국은 다 부질 없는 것이지요.
20대, 30대가 되어서, 그 시점에서 가지고 싶은 꿈을 찾아야 하지요.
어린 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성인의 삶을 산다는 것은 어리석은 것 아닐까요?
요즘은 탁구계에서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발언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들이 참 어리석은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 삶은 과거를 반추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지요.
이 시점에서 내가 해야 할 것,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을 찾아서, 제로 베이스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의 상처들을 안고, 그것들을 되새기면서 살아 가는 것은, 결국 어린 시절에 대한 회귀 밖에 안 되는 거에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평생을 바칩니다.
저 역시 그래 왔구요....
저는 탁구닷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제 개인적으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것이 되면 안 될 것이라는 점을....
극히 최근에 깨닫고 있어요.
지금 시점에서 저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을 찾아야지요.
여러분들에게 공감 갈지는 모르지만, 저에게는 중요한 깨달음이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나눠 봅니다.
감사합니다. ^^
첫댓글 좋은 성찰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격하게 공감합니다. 힘들었던 과거에 매몰되선 안 되겠지요.
예, 저도 너무 늦게 안 것이 아니길 바라고 있습니다 ~^^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저도 참.. 이야기 보따리 풀면 날밤새야하는 사연들이 많은데..
아버지 원망하며 보낸 수많은 날들이 이제와 생각하면 크게 질못된거란걸 깨닫습니다.
아버지는 어린시절의 나에서 떠나보내야하고.
어른이된 시점부터는 그 모든 책임은 다 나의것이었다는걸 중년이되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린시절의 결핍을 메우고 그 보상을 실현하는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했다는것을.
이 깨달음이 지금 아이들 키우는데 참 많은 도움이 되고있습니다.
좋은글 크게 공감하며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자신의 결핍을 인정하는 어른들을 보기가 참 힘든데, 보기 드문 분 중 한 분이세요. 어깨에 힘이 빠지셨으니 무엇을 하시던 더 잘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오스카님의 발자취가 더욱 궁금해지네요. 오늘 하루도 화이팅하세요!!
감사합니다 😊
저는 아직 어른이 덜 된 것 같아요~^^
진짜 우리들 학창시절에는 브랜드 있는 신발과 가방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오스카님 말씀처럼 짝퉁도 넘쳐났었죠. nice, pume, adidos ,reebook. . .
hippo는 중저가 이면서도 그래도 창피하지는 않은 브랜드였었습니다.
라코스떼 , 아놀드파마. . . 이런것도 생각나네요. 참 저도 나이키 신발 사달라고 부모님께 조르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스펙스,월드컵 신발을 무지많이 신었습니다. 앞에 프로자가 들어간 신발이 얼마나 신고싶었던지. . . ㅋ 옛 생각이 새록 새록 나네요
프로 월드컵과 월드컵의 차이가 어머어마했죠~^^
저는 어릴 때 타이거 많이 신었네요.
그러게요....
친구가 흰색 면티에
라코스테가 우산을 들고있는 메이커를 그려서 입고다녔던 웃지못할 기억도...
실내화에 나이키를 그려서 신고다녔던 기억은 나지만...
학창시절에 나의.잘못이나 너의 잘못을 용기있게 말했던 기억은 없네요..
미래에는 그런일이 있기를!!
예~^^
희한하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_ _)
감사합니다 😊
참 공감이 가는 글 이 아침에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hippo가방 말씀하시는걸 보아하니 연배가 비스무리 하겠네요!
잇빠이 공감가는 글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저도 열등감 인생이였습니다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
예,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