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포진을 치료한 경우 (조세신보 치험례 138)
38세의 C 씨는 8개월 전부터 발생한 한포진을 치료하기 위해 내원한 환자였다. 실제 손바닥에 수포가 많이 있었는데, 양방 피부과에서 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아 괴로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영양이 부족하다는 주변 얘기를 듣고 영양제도 복용 했지만 차도가 없어 필자의 한의원에 찾아 왔다고 말했다.
<진단과 치료>
한포진은 뚜렷한 원인 없이 손바닥과 발바닥에 물집을 형성하는 재발성 습진 피부 질환을 일컫는데, 주로 손에 증상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어느 연령에서나 발생이 가능하지만, 특히 40세 이전에 잘 생기며 10세 이전에는 드물게 나타나는 것으로 되어있다. 초기에는 투명한 작은 물집이 무리지어 손바닥이나 손가락 측면에 급격히 발생하는데, 이때 열감과 더불어 따가운 느낌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작은 물집이 서로 합쳐져서 큰 물집을 형성하기도 하는데, 가려움증이 심할 수 있으며, 증상이 물집이 생기기 전에 나타날 수도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관련 있는 땀 발생 부위와 일치하여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작용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또한 여름철에 악화되는 것으로 보아, 화나 열이 악화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용성 기름이나 니켈, 크롬, 코발트와 같은 원발성 자극 물질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아스피린의 내복, 경구 피임약, 흡연이 한포진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염증이 재발되는 형태로 인해, 면역력 저하가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인자로는 ‘새는 장 증후군’을 들 수 있다. 장의 기능이 약해지면 저항력이 떨어지고 위장 세포들의 간격이 느슨해져서 독소물질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허용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 이 때 몸속으로 들어온 독소물질 들은 혈액을 타고 온몸에 쉽게 퍼지게 되는데, 이러한 독소는 몸 곳곳에 만성염증을 일으키게 되며, 한포진의 원인으로도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임상적으로 피부질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병의 원인이 밖에서 쳐들어온 감염성이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곰팡이 등이 우리 몸의 피부에 상륙해서 일어난 병증이기에, 그 곳만 잘 치료해주면 된다. 그러면 주위로 번지거나 퍼질 일이 없으며, 굳이 인체 내부를 치료해야 할 필요성도 없다. 따라서 양방 피부과에서도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 몸 내부의 문제가 외부인 피부에 나타나는 경우다. 물론 외부의 자극이 유발인자가 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내부의 문제가 표출되는 것이기에 피부만 치료해서는 잘 낫지 않거나 계속 재발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결국 양방 피부과에서 한의원으로 건너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피부질환의 거의 대부분이 후자에 해당되기에 점점 한의원 문을 두드리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재 추세다.
한의학적으로는 보통 인체에 쓸모없는 열을 없애는 방향으로 치료방향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여름에 더 심해진다는 것이 더위 속의 화나 열이 작용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스트레스가 심해서 나타나는 경우에는 심화(心火)나 간의 노화(怒火)의 작용으로 보게 되는데, C 씨의 경우에도 과도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따라서 몸속에 생겨난 쓸모없는 열을 식혀주면서, 머리를 맑게 해주고, 진액을 보충해 주는 처방이 필요했다. 또한 스트레스로 인해 목 주위가 경직되면서 두통과 머리 띵한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추나치료를 통해 경추 교정 치료도 병행하였다.
첫 번째 한약을 먹은 이후에 손바닥의 수포가 눈에 띄게 사라졌다고 매우 좋아했다. 그런데 약을 다 먹고 나서 며칠 지나니까 다시 재발하는 조짐이 보여 부리나케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어서 두 번째 한약을 복용했는데, 차가운 약재를 좀 높여서 투약했더니, 약 복용하고 하루 이틀 저도 설사를 했다고 얘기했다. 마지막에는 증상은 거의 사라졌지만, 이번 기회에 뿌리를 뽑고 싶다고 말하면서, 추가로 2주 분의 한약을 더 복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