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님의 벙개에도 불구하고 이지메를 당하여 결국 340에 15마력으로 단독출조하게
되었습니다. 날로 척박해지는 현대사회의 암울한 단면을 보고 자성과 통찰의 무릎을
꿇으며, 물때를 감안하여 오전10시 배차고지에 집결하였습니다. 주말이라 왜목슬러프
에는 많은 조사들이 진을 치고 있더군요.
일주전에 엔진을 정비한지라 기대반 걱정반 시동줄을 당기는 순간....
일발시동의 진수를 보여주며 20살 청년의 터질듯한 오줌발을 뿜어내는 스즈끼2사이클의
위용앞에 정비가 얼마나 중요한 기계의 비아그라인지 확실히 깨닫게 되더군요.
머리부분만 보면 사우디 노동자, 가슴부분만 보면 태극마크 단 등반가를 연상케하는 내맘님이 보트세팅후 출조준비를 하는군요. 슬러프에도 양옆으로 주차가 되어있어 왜목슬러
프는 주말에는 비좁습니다.
선창에서 회를 먹는 나들이객에 방파제 낚시꾼과 유선, 보팅 조사들로 많이 붐빕니다.
수온도 좋고 일단 날씨가 정말 좋았습니다. 달리면 약간 시원하고 서있어도 그렇게 덥지
않으며 수면도 거의 장판수준.. 필요한건 뭐? 30짜 이상 물괴기들입니다.
방공호에서 경계작전중이듯 움츠리고 릴대에 전해져오는 어신감지에 여념이 없는 대원들
입니다.
2시간동안 20짜리 놀래미 한수에 일단 국화도로 입항하여 오찬준비를 합니다. 올해 바다
두번 갔는데 회를 딱 한점씩밖에 못먹은 암울한 기억이 있어서 이번만큼은 죽어도 2점
이상 먹으려했지만... 20짜리 놀래미 회처봐야 4점...승무원들은 3명이길래 이번에도
역시 한점밖에 못먹을듯한 불길한 예감이 엄습합니다.
국화도 내항시설이 비교적 잘되어있더군요. 파도쳐도 문제없고 일단은 한적해서 정말
좋았습니다. 국화도 포인트죠. 특히 3-4개의 정자까지 설치되어있어 식사하기에는
최상이었습니다.
요 민박집은 그중 정취가 좋아보여서 한장 찍었네요. 나중에 가족과 오면 하룻밤 쉬어가도 좋을듯합니다. 옆에는 족구,테니스장이 있습니다.
요거이 우리가 정자에 도착하자마자 떠나는 두명의 남자여행객이 놓고간 쓰레기입니다.
지덜이 가져왔으면 지덜이 가져가야지... 젊은놈들이 처먹고 놔두고 가더군요. -
우리 일행은 깨끗히 치우고 일어나려는데 동네 아주머니와서 막 뭐라 하십니다.
처먹었으면 가져가라구... 어쩔수없는 환경미화까지 하고 왔네요. 젊은놈들 봐서는 정말..
시장표 김치에 셋이서 잔돈 탁탁 털어 도다리회를 사왔습니다. 회 한점으로 소주pet 비우
기는 아침도 못먹은 제 위장이 너무 욕할듯해서요. 아무튼 먹기는 먹었습니다. 라면을
못먹을정도로...
간만에 신라면대신 너구리 사갔는데 거의 못먹고 버리고 왔습니다. 3봉지 2400원이니까
우리나라 올해 음식물쓰레기로 허비되는 돈이 20,000,000,002,400원이 되었네요.
안타깝습니다.
괴기는 못잡아도 알딸딸하게 쇠주로 분위기를 잡았습니다. 좌측 내맘(당진)님과
전두환각...아...아닙니다.
출항하기전 독일군 투구들이 일제히 전방을 향해 조준사격을 시작합니다.
글구 찾아간 곳은 좌대에 붙은 다시마밭입니다. 4-5년은 손이 닿지 않았다고 하는데
1미터도 넘은 다시마줄기가 싱싱하네요. 모처럼만에 수확입니다. 평생먹을
너구리건데기를 손에 넣는 순간입니다.
쿨러와 삐꾸에 하나가득 발로 눌러담아와 삼등분했는데도 엄청나게 많더군요. 나중에
남은 2/3까지 마대자루로 수확해 와야겠습니다. 워낙에 어복이 없는지라 이런걸로라도
만족하고 사는 불쌍한 불로소생의 조사들이네요.
열심히 좌대 바닥에 붙은 다시마수확에 사시미를 후둘르는 회장님과 내맘님... 건너편
좌대주인이 자꾸 눈총을 주는 바람에 안보이는 쪽에서 조심스레 칼질을 하고 있습니다.
가져갔던 미꾸리들이 배바닥에 뒹굴길래 더 불쌍해보여 제가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근데 최종 포획자는 갈매기들이더군요. 눈이 얼마나 좋은지...
미꾸리가 바다에 가라앉기전 사냥하는 갈매기의 모습입니다. 저놈들은 바다에서
미꾸리특식을 맛본 몇안되는 갈매기로 기억될 것입니다.
다섯시경 포터스추레라에 보트를 올리고 출발하기전 모습입니다. 비교적 한산해졌네요.
많이들 가보셨을 정리된 왜목마을입니다. 슬러프옆에 주자창 좀 넓게 설치하지...좀
아쉽네요.
집에서 마르고 있는 다시마줄기입니다. 냄새가 얼마나 나는지 오늘 집에 들어오는데
아놔~~ 말려서 아는분들께 생색좀 내야겠습니다. 너구리 끓일때 다시마 하나가지고
눈치보지 말고 이거 한줄기씩 넣어 먹으라구요.
29일 조황은 내맘님 3센티(30센티 아님) 볼락 1수, 회장님 20센티 놀래미 1수, 오토캐드
20센티 놀래미&10센티 우럭 각1수씩 이상 4수였습니다. 낚시를 하러 가는건지 유람하러
가는건지는 몰라도 갈때마다 즐겁게 놀고 옵니다.
다음주 일요일에는 가의도 가볼려구 합니다. 간조도 정오라 이것저것 해산물이 풍부
할지 몰라서요.
이상 허접한 조행기 끝~~
(AUTO C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