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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4월 15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415목] 참 염치없는 세금 체납자들
서울시가 재산세 상습체납자들로부터 세금을 추징하기 위해 그들의 은행 대여금고를 압류했더니 황금덩어리와 보석장신구 등이 무더기로 나왔다고 한다(한국일보 14일자 10면 보도). 당국이 굳이 개인의 은행금고까지 뒤지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이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핑계로 수백만~수천만원의 세금을 상습적으로 체납해 왔는데, 알고 보니 많은 재산을 갖고 수억원대의 주식투자 등을 하면서도 자신들의 명의를 친척ㆍ친지들의 이름으로 빼돌려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질 '배째라 족(族)'이 서울시에만 337명이고 그 체납액이 464억원이라고 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무일푼'으로 가장하고, 은행의 비밀금고에 고액의 사치품들을 숨겨놓고 있었다. 일부는 비밀금고를 압류한다는 통보만 듣고도 수억원의 체납액을 자진해서 납부했다고 한다. 최근 경기 부천시와 고양시에서도 이런 체납자에 대해 개인 은행금고를 압류한 바 있고, 강원도와 충북도 울산시 등에선 숨겨둔 부동산을 찾아내 공매처분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앞서 이달 초 "상습적 체납자에 대해 특허권과 저작권, 의장권과 상표권 등 무형의 재산권 3만7,450건의 내역을 확보해 실효성 있는 627건(431명ㆍ178억원)을 추려내 압류했다"고 밝혔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후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지, 엄포에 그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할 터이다. 이들 역시 무기명채권과 주식을 실제로 소유하고 호화생활을 누리면서도 세금에 관해서만 유독 '무일푼'으로 행세하고 있었다.
재산을 숨겨놓고 불법적으로 탈세를 일삼는 행위는 적은 수입에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일반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일종의 '절도 행위'다. 정부의 감세정책과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지방세의 체납률이 전국적으로 10%에 육박하고 있다. 이 정도 세금이면 재정 부족으로 올해부터 축소한 저소득층의 희망근로사업을 5년간 실시할 수 있는 예산이다. '배째라 무일푼 족속'들에 대한 추징을 강화할수록 생계를 위협 받는 저소득층에 대해 체납처벌 유예의 폭을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415목] 이기수 대교협 회장의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언
이기수 고려대 총장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 취임 일성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한다. 이 회장은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거액 기부자 자녀에 대한 기여입학제에 찬성하며, 대교협이 최근 발표한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을 무시해도 제재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대학입시를 총괄하는 대교협 회장의 발언으론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하다.
이 회장은 열악한 대학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자발적 헌금과 기부금이 확대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앞장서겠다”며 “100억원 정도 기부해 건물을 지어주는 분이 있으면, 그들의 2세나 3세에 대해 정원외 입학을 허용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견임을 전제로 한 발언이다. 그러나 대교협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등이 틈만 나면 기여입학제 허용을 주장해온 점에서 그의 발언은 예사롭지 않다.
정운찬 총리가 사립대의 기여입학제를 용인할 듯한 발언을 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정부 안팎에서 이렇게 주고받으며 여론의 물꼬를 돌린 뒤 단계적 허용으로 몰고가려는 계산된 행동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을 제외하고 기여입학을 허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학벌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대학이 부족한 재정을 핑계로 학벌장사를 하다간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당장 더 큰 문제는 입학사정관제 공통기준 관련 발언이다. 이 회장은 “학교 특성에 따라 각종 자격이나 경시대회 성적 같은 것에 가산점을 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걸로 인해 불이익을 주는 것은 가능하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교육 유발 가능성이 높은 이런 유의 성적을 입학사정관 전형의 주요자료로 반영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길 경우 불이익을 주기로 한 대교협의 최근 발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교협이 마련한 기준을 그 회장이 무시하는데 제대로 시행될 리가 없다. 이렇게 되면 그러잖아도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는 입학사정관 전형제의 정착은 더 어려워지게 된다. 벌써부터 이 전형의 공정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공적 책임을 진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언행이 끼칠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 이 회장은 전에도 대학교육의 질에 비해 등록금이 싸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이런 발언을 계속하는 이가 대교협 회장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동아일보 사설-20100415목] 온실가스 감축, 기업도 국민도 체질화할 때
어제 발효된 저탄소녹색성장법에 따라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가 본격 가동된다. 정부가 온실가스 다량배출업체 및 에너지 다(多)소비업체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목표를 부과하고 이행여부를 점검하는 제도다. 에너지와 온실가스 두 분야에서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600여 개 업체가 관리 대상으로 지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는 연간 1억2200만 TOE(석유환산톤)로 세계 10위 수준이다. 에너지의 58.3%를 산업부문에서 쓰고, 가정과 상업·수송이 각각 19.8%와 19.6%를 차지한다. 한국의 산업구조는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제지와 같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비율이 높다. 우리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16위로 배출량의 약 70%가 발전(36.8%)과 산업(32.4%) 분야에서 나오기 때문에 온실가스 목표관리는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탄소배출 억제는 기업에 부담이긴 하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길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교수는 “기후변화 정책의 반대론자들은 탄소배출을 억제하려는 시도가 경제적으로 파멸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경제가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 시행과 함께 ‘탄소 경영’은 이제 기업의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
우리나라를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으로 편입시키려는 국제적 압박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하겠다는 국가목표를 국내외에 선포했다. 기업은 이를 위기로 인식할 게 아니라 발상을 바꿔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 창출 기회로 삼을 일이다. 연구개발(R&D) 구매 생산 마케팅 등 모든 과정에서 에너지 낭비요소를 없애나가야 한다.
목표관리 대상에 대형 아파트는 제외됐지만 에너지와 온실가스 감축에 일반 가정이 기여할 부분도 많다. 주택 단열기준을 강화하고 에너지 고(高)효율 제품과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자동차를 사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에너지 절약과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마인드를 국민 모두가 가다듬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기업도, 국민도 탄소 관리를 체질화해야 한다.
정부는 에너지가격 체계를 합리화해 기업과 가정의 에너지절감 노력을 지원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에너지 저소비 사회로의 이행을 독려해야 한다. 정부가 방향을 잘 잡고 앞장서야 기업과 국민이 따르고 저탄소 녹색성장이 현실로 바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20100415목] 포퓰리즘이 씨 뿌린 태국 유혈 사태와 한국의 선심경쟁
지난 10일 태국 수도 방콕 도심 곳곳을 장악한 '반(反)정부시위대'(UDD)와 군·경(軍·警)이 충돌해 21명이 숨지고 870여명이 다치는 사태가 빚어졌고,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지난해 4월 태국 파타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세안+3 정상회의'는 반정부 시위대가 회의장에 난입하면서 취소됐고, 이명박 대통령 등 16개국 정상들은 호텔 옥상에서 헬기로 가까스로 시위 현장에서 빠져나왔다. 2008년 12월에도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가 시위 때문에 열리지 못했다.
태국 반정부 시위의 한복판에 서 있는 인물이 탁신 친나왓 전 총리다. 탁신은 2001년 총선 승리로 집권한 다음 2005년 재선에 성공했다. 탁신은 2006년 1월 그의 일가가 19억달러어치의 회사 주식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싱가포르 국영기업에 매각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자기 소유 통신회사에 이권을 몰아줬고, 탈세와 입찰비리, 뇌물수수 등 각종 권력형 비리 혐의도 밝혀졌다. 태국 대법원은 지난 2월 탁신의 불법 재산 460억 바트(1조6100억여원) 몰수를 선고했다.
탁신은 군사쿠데타로 실각한 2006년 말부터 해외를 떠돌고 있다. 지금 방콕 곳곳을 휩쓸고 있는 시위대는 이런 탁신을 다시 국가지도자로 모시자는 사람들이다. 탁신 지지층의 빨간셔츠 부대와, 현 정권을 지지하는 노란셔츠 부대가 유혈 대결을 벌이고 있는 지금 태국은 내전(內戰) 상태다. 탁신은 태국 북부 지역의 농민과 저소득층인 자기 지지자들을 위성방송과 국제전화로 '원격조종'하고 있다.
탁신 지지층이 부패한 탁신을 못 잊어하며 거리를 휩쓸고 있는 이유는 탁신이 폈던 포퓰리즘 정책의 맛을 잊지 못해서다. 그는 집권 직후 농가부채를 3년 유예하고 모든 국민이 30바트(1050원)만 내면 기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도시와 농촌 간 소득격차를 줄인다며 농촌 마을마다 100만바트(3500만원)씩 나눠줬다. 이런 선심정책이 국가 재정을 바닥낸 건 당연한 일이다. 결국 세금을 올렸으나 그런데도 의료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는 현상에 대한 도시 중산층의 반발이 확산되면서 탁신은 쫓겨났다. 그러나 서민층과 빈곤층은 이미 공짜의 단맛에 중독돼 버린 상태였다. 한번 포퓰리즘에 중독된 민중에겐 어떤 해독제(解毒劑)도 약효가 없다.
태국만 그런 게 아니다. 20세기 전반기 선진국 문턱까지 올라섰던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이 포퓰리즘에 맛들인 국민의 비위를 맞추다 후진국으로 다시 굴러떨어졌다.
지금 국내에서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작심한 듯 갖가지 선심 정책을 풀어놓고 있다. 민주당이 1조5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초·중학생 548만명에 대한 무상급식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자, 한나라당은 이에 질세라 지난 한 달 동안 총 1조2200억여원의 예산이 필요한 9개의 친(親)서민정책을 발표했다. 이 나라 정당 수준이 이 지경이니 빨간셔츠와 노란셔츠가 부딪쳐 피를 뿌리는 태국 사태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서울신문 사설-20100415목] 公試 전교조 지문 출제에 이념잣대 댈 일인가
우리 사회의 소모적 이념 싸움은 언제쯤 수그러들까. 이번에는 9급 국가공무원 시험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창립선언문을 지문으로 제시한 것이 이념논쟁으로 비화했다. 문제를 제기한 측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을 뽑는 시험에 전교조에 대한 내용을 출제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목청을 높인다. 나아가 ‘좌파’와 ‘빨갱이들’이 곳곳에 숨어서 공직사회를 물들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시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현대사의 발생시기를 묻는 단편적 문제인데 이념 논란이 벌어져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발단은 지난 10일 치른 9급 공무원 시험의 한국사 17번 문제다. 예시 선언문은 1981년 민정당 창당 선언문(ㄱ), 1987년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의 국민대회 선언문(ㄴ), 1976년 재야단체의 민주구국 선언문(ㄷ), 1989년 전교조 창립선언문(ㄹ) 등이다. 지문마다 핵심어를 유심히 살펴보면 무슨 선언문인지 몰라도 현대사의 흐름 순서를 파악할 수 있는 문제다. 공무원 시험에 굳이 특정정당이나 정치·사회적 단체, 노동단체의 선언문을 인용한 것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크게 보면 출제자의 의도가 이념지식을 묻는 게 아니라 예문의 핵심어를 통해 사건의 발생순서를 묻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교조 선언문만 유독 문제삼아 침소봉대하고 이를 이념 논쟁으로 핏대를 올릴 사안은 아닌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념 문제에 너무 예민하다. 사사건건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면 사회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건강한 사회라면 이념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서로 다른 의견이나 성향을 존중해야 한다. 사실 진보나 중도, 보수 모두 개혁의 속도나 사안의 중점에 시각 차이가 있는 것이지 선(善)과 악(惡)으로 딱 잘라 가르기 어렵다. 여론 주도층이나 언론은 사소한 문제를 이념적으로 부각시켜 사회 분열을 야기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415목] 외환위기 이전 수준 회복한 국가신용등급
국제 신용평가 회사인 무디스가 어제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전격 상향조정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 경제의 건실성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음을 단적으로 입증해주는 결과에 다름 아닌 까닭이다.
무디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한국 경제가 전 세계적 위기 가운데서도 정부 재정적자를 억제하면서 예외적 회복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 환경 개선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으며, 정부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돕는 정책을 취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외화채권 신용등급도 Aa3에서 Aa2로, 외화예금 등급 또한 A2에서 A1으로 각각 끌어올렸다.
이번 조치가 특히 큰 의미를 갖는 것은 3대 신용평가회사 중 처음으로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을 1997년 외환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려 놓았기 때문이다. 무디스에 이어 피치 S&P 등도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피치의 경우는 96~97년 11월까지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에 AA-를 부여했다가 지금은 이보다 한 단계 낮은 A+를 유지하고 있고, S&P 역시 94~97년 11월까지 A+를 부여했다가 지금은 이보다 한 단계 낮은 A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따라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기업과 금융 회사들에 대한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고, 해외 자금 차입(借入)시 가산금리가 줄어드는 등 자금조달 여건 또한 크게 개선될 게 틀림없다. 이번 조치는 천안함 침몰 사건 등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어서 더욱 기대가 크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가는 일이다. 회복세에 들어선 경기가 다시 가라앉는 일이 없도록 투자 확대 유도 등 경제활력 제고에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외환보유고 또한 적절한 수준을 유지해야 함은 물론이다. 국가신용등급 상승으로 원화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415목] 우리경제 불안감 해소한 신용등급 상향조정
천안함 사태 등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됨으로써 지정학적인 불안감을 씻어주는 것은 물론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 신용등급 평가에서 비교적 깐깐한 것으로 알려진 무디스는 14일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2에서 A1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투자부적격 등급인 Ba1까지 떨어졌던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13년 만에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무디스는 이번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배경으로 금융위기 이후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대응, 재정 및 금융 건전성, 외환보유액 확충 등을 꼽았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과감한 재정통화 정책을 구사하면서도 재정건전성을 크게 해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수출증대를 통해 외환보유액을 크게 늘린 점이 높이 평가된 것이다. 그동안 여러 국제기관에 이어 신용평가 기관에서도 우리나라의 위기대응 능력을 평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을 계기로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따른 불이익이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신용등급이 좋아진 만큼 외화조달에 따른 코스트도 경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증시를 비롯해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이 좋아지면서 외국인 투자 유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신용등급 상향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외환시장에서 원화가 강세를 보인 데서도 이번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천안함 사태와 북핵 문제 등으로 고조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렵사리 회복한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고 더 나은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신용등급 상향조정 이후 예상되는 해외자금 이동과 그에 따른 외환시장 변화 등을 점검하고 긍정적인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측면은 최소화해나가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과도한 외자유입에 따른 과잉 유동성 문제와 환율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의 빠른 회복세와 함께 외국인 투자유입이 크게 늘어 나면서 환율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어 수출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화유입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로 인해 원화가치가 과대평가되는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진세근(탐사2팀장)-20100415목] 나혼
중국 내지에 나혼(裸婚)이 유행이다. 나혼의 특징은 무(無)다. 무 혼례식, 무 드레스, 무 반지, 무 신혼집, 무 자동차…. 그래서 나혼(벌거벗은 결혼)이다. 있는 건 딱 하나, 결혼증서뿐이다. 1980년대 출생자(바링허우·八零後)의 슬픈 현실이다. 이들의 하소연을 들어보자.
“초등학교 시절, 대학은 무상교육. 대학에 가니, 이젠 초등학교가 무상교육. 학창 시절 직장은 분배제, 직장 잡을 나이 되니 머리 깨지게 노력해야 푼돈 주는 직장에 겨우 턱걸이. 학창 시절 집은 분배제, 직장인 되니 내 집 마련은 언감생심. 옛날엔 자전거만 타도 장가는 여반장, 가정 꾸릴 나이 되니 아파트·자동차 없으면 결혼은 별 따기.”
물가는 다락같이 오르고, 일 찾기는 지난한 현실, 서민 출신 바링허우가 택할 길이 나혼밖에 또 있을까. 구직전문사이트 즈롄자오핀(智聯招聘)의 최근 조사를 보자. 30세 직장인 가운데 50%가 단칸방에 산다. 차는 물론 없다. 81~84년생의 경우는 70%다. 오죽하면 혼인 적령기의 남성 70%가 나혼을 찬성할까. 여성의 70%도 나혼을 수긍한다.
중국의 결혼 풍습은 시대따라 변했다. 50년대엔 날라리 불고 가마 타기, 그리고 사탕 나누면 끝이다. 60년대는 나무침대·옷장·탁자면 됐다. 70년대엔 자전거·손목시계·재봉틀이 등장한다. 80~90년대는 냉장고·TV·세탁기로 바뀐다. 새 천년 들어서자 집·자동차·현금으로 약진한다.
어렵사리 결혼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방영된 워쥐(蝸居·누추한 집)란 중국 드라마를 보자. 갓난아이를 둔 신혼 부부의 대사다.
“들고 나는 게 다 돈이야. 먹일 때? 수입 분유지(국내산엔 멜라민 있을까 봐). 100위안(약 1만7000원)도 넘어. 쌀 때? 그때도 수입 기저귀야(국내산은 발진 일으키니까). 역시 100위안 넘어. 우리 어떻게 사니?”
20년 정도 차이 나지만 바링허우와 우리 베이비붐 세대(47~55세)는 닮은꼴이다. 둘 다 경제 도약기 초입에 태어났다. 그게 죄였을까, 누린 건 없고 짐만 산더미다. 그래도 바링허우가 베이비부머보단 여러모로 낫다. 우선 나이가 젊다. 이쪽은 은퇴지만 저쪽은 시작이다. 더 중요한 건 정부 태도다. 이미 ‘바링허우 소조(小組)’가 꾸려졌다. 취업·세제 지원·융자 등 전방위 대책을 연구 중이다. 우리는 어떤가. 구멍 난 연금 외에 또 뭐가 있더라….
[경향신문 칼럼-여적/유병선(논설위원)-20100415목] 우(牛)보살
사복(蛇福)은 세상을 뜬 제 어머니를 일러 ‘옛날에 경(經)을 싣고 다니던 암소’라고 했다. 12살이 되도록 말도 못하고 일어나지도 못한 그는 어머니가 죽자 원효(元曉) 앞에 불쑥 나타나 함께 장사 지내자고 말했다. 원효는 시신 앞에서 “세상에 나지 말지니 죽는 것이 괴롭도다. 죽지 말지니 태어남이 괴롭도다”고 빌었다. 사복이 번거롭다고 하자 원효는 이렇게 고친다. “죽고 태어남이 모두 괴롭도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사복 설화의 일부다. 삶과 죽음이 고통의 윤회(輪廻) 속에 있으니, 그 고리를 끊는 길은 해탈뿐임을 한마디로 일갈한 것이다.
소의 큰 눈이 힘없이 감기고 있다. 노인은 소에게서 코뚜레를 풀고 워낭을 떼어낸다. 40년을 함께 산 소는 노인 곁을 떠난다. “좋은 데 가거래이.” 홀로된 노인은 나무 아래 앉아 소와 함께 갈았던 밭을 바라본다. 그의 손에는 워낭만 덩그렇게 들려있다. 지난해 200만명이 넘는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영화 ‘워낭소리’의 장면이다. 소가 울리는 워낭 소리는 끊겼는데 영화는 흥행했다. 역설이다. 영화 속 누렁이처럼 천수(天壽)를 넘기고 주인이 땅에 묻어주는 소는 찾기 힘들다. 누렁이들은 30개월 전에 육용으로 도살되거나 구제역 따위의 돌림병으로 살처분(殺處分)될 운명인 까닭이다.
입으로 목탁소리를 낸대서 ‘우보살’로 유명했던 인천 강화군 선원사의 소 3마리가 살처분됐다고 한다. 강화 일대 소 3000여마리를 생죽음으로 몰아간 몹쓸 돌림병 구제역 탓이다. 혀로 목탁 두드리는 소리를 내 전생에 스님이었다는 소리를 듣곤 한 이 소들은 살아서 계(戒, 죄악을 범하지 못하게 하는 불교 규정)를 받기도 했다. 이들 소의 49재까지 준비 중이라고 한다. 선원사 주지는 “부디 소의 몸을 벗고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떤 생명이든 생로병사에서 벗어날 순 없다. 윤회를 받아들인다면 삶도 죽음도 고통일 뿐이다. 문제는 살처분이다. 돌림병이 돌면 일정 반경내 가축은 살처분된다. 이렇게 수백만마리의 소·돼지·닭이 땅에 묻혔다. 인공육종-집단사육-돌림병-살처분의 악순환 탓이다. 윤회의 고리를 끊기는커녕 인간은 악업(惡業)을 쌓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살처분 가축에게 인간으로의 환생을 빌어주는 것이 과연 축복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매일경제신문 칼럼-세상읽기/임지봉(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20100415목] 국회 사법개혁특위에 바란다
지금 국회에서는 여야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사법개혁특위가 법원, 검찰, 변호사 등 법조삼륜의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할 개혁입법 마련을 위해 활동 중이다. 그러나 이 사법개혁특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며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탄생 배경부터가 석연치 않다. PD수첩 무죄 판결 등 일련의 시국사건에 대한 법원 무죄 판결들에 거친 분노의 말들을 쏟아내던 집권 여당이 당내에 사법제도개선특위를 만들었고 이 특위의 논의 결과로 여당 측 사법개혁안이 이미 마련되어 언론에 공표된 바 있다. 문제는 그 여당 사법개혁안이 사법권 독립이나 삼권분립 원칙과 같은 헌법상 중요한 원리ㆍ원칙들을 건드리는 위헌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법률안으로도 이미 제출된 여당의 사법개혁안은 특히 세 가지가 크게 문제된다. 첫째, 대법관을 현재 14명에서 10명을 증원해 갑작스럽게 24명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1년에 3만건을 훌쩍 넘기는 대법원의 과도한 사건 수를 이유로 들었다. 대법관 업무경감을 위해 증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10명을 늘려도 대법관 한 사람이 1년에 감당해야 할 사건 수는 1000건이 훨씬 넘어 여전히 많다. 대법관 업무량 경감은 1심이나 2심 등 하급심 강화로 근원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대법관 증원은 오히려 하급심 강화에 역행하는 일이라 `개악`이 될 수 있다. 또한 10명의 대법관을 일시에 임명할 경우 임명권자인 임명 당시 대통령의 대법원에 대한 영향력이 너무 세질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둘째, 법관인사권을 법관인사위원회에 일부 분산시키면서 법무부 장관에게 법관인사위원 2명에 대한 추천권을 주겠다고 한다. 이것은 `사법부 독립`이라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의 대원칙을 겹겹이 훼손한다. 사법부 독립의 출발은 법관의 재판상 독립이며, 법관 독립의 시작은 법관의 `소송당사자로부터의 독립`이다. 법무부 장관은 형사사건의 소송당사자 원고인 검찰의 행정수장이다. 따라서, 이것은 법관 인사가 소송당사자 측이 추천한 위원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소송당사자로부터의 법관 독립 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법무부 장관은 행정부 고위 인사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는 행정부에서 추천된 인사가 사법부의 주요 권한인 법관 인사권에 개입함을 의미한다. 행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판사나 판사후보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는 셈이다.
셋째,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겠다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법률이 정한 법정형 범위 내에서 판결할 때 실제 얼마의 형을 선고할 것이냐를 판단하는 권한이 양형권이다. 이 양형권은 따라서 판사 재판권의 핵심부분이자 사법권의 고유영역에 속한다. 물론 과거에 같은 사건, 같은 피고에 대해서도 양형이 판사마다 들쭉날쭉이어서 양형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양형권이 사법권의 고유영역에 속하는 만큼 양형에 대한 대략적인 기준 마련이나 양형의 통일성 보완 작업도 사법부 스스로가 관련 전문가와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며 해결해야 할 문제다. 따라서 양형위원회를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는 것은 사법부 판사의 고유권한인 양형권에 행정부가 간섭하는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여야 의원 대표 공동으로 구성된 사법개혁특위에서 이러한 여당 사법개혁안의 위헌적 요소들이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의견수렴을 통해 걸러지기를 바란다. 국민을 위해서 삼권분립 구조 아래 독립적으로 재판하는 사법부가 꼭 필요하다. 그런 사법부만이 국민에게 공정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를 보장해 주고 지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