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백운대 산행기.
1.언제:2012.12.8/토요일
2.산행코스:북한산성 매표소->백운대->원점회귀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주말,
북한산의 최고봉, 백운대에 올랐습니다.
우리나라의 산들 중 대표적인 '육산'이 지리산이라면
바위가 많은 '골산'은 설악산을 꼽습니다.
설악산 다음으로 빼어난 '골산'을 꼽으라면 지체없이 북한산을
드는 산악인들이 많은데
단지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가치가 저평가된 산이 바로 북한산이 아닌가 싶습니다.
산은 계절에 따라 제각각의 모습으로 다가오는데
겨울산에 오르는 즐거움은 무엇보다 눈덮인 산하를 내려다보는 활달한 조망에 있습니다.
간밤에 내린 눈이 그친 쾌청한 날씨에
백운대에 서서 눈앞으로 펼쳐지는 눈쌓인 수려한 바위봉우리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동안 너무 초라한 삶을 살아왔다는 회한이 밀려왔습니다.
북한산성 매표소에서 백운대로 오르는 길에 올려다본 원효봉에는 흰눈이 쌓여
겨울산의 웅장함을 보여줍니다.
원효봉 가는 길에 있는 작은 암자 '보리사'의 기와지붕에도 흰눈이 쌓였습니다.
산속의 절들은 본격적인 동안거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산행의 동지이자 인생의 동지인 친구와 함께 겨울산을 오릅니다.
올 겨울 최고의 한파에 숲도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바야흐로 겨울 나무들에게는 시련의 계절이 왔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단련된 나무들만이 이른 새봄 새싹을 움틔울것입니다.
북한산성 탐방 지원센터에서 백운대까지의 거리는 약 4km정도 밖에 안되지만
오르는 길이 가파른 깔딱고개가 많아 쉬운 매우 힘겨운 산행 코스이기도 합니다.
백운대로 가는 관문 '위문'입니다.
알고봤더니 '위문'이라는 이름은 일제강점기때 불렸던 것으로
앞으로는 '백운봉암문'으로 고쳐 불러야겠습니다.
백운대 올라가는 길 눈덮인 겨울산 바위 벼랑에 소나무의 자태가 늠름합니다.
보이는 암봉은 '만경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백운대 오르는 길에 조망되는 노적봉과 저 멀리
족두리봉과 향로봉 능선이 펼쳐집니다.
북한산이 매력적인 이유는 산행 코스와 계절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추운 것들과 함께 / 이기철
지고 가기엔 벅찬 것이 삶일지라도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 또한 삶이다
천인절벽 끝에서 문득 뒤돌아보는 망아지처럼
건너온 세월, 그 물살들 헤어본다 한들
누가 제 버린 발자국, 쓰린 수저의 날들을
다 기억할 수 있는가
독충이 빨아먹어도 아직 수액은 남아 나무는 푸르다
누구의 생이든 생은 그런 것이다
세월이 할 수 있는 일은
노오란 새의 부리를 검게 만드는 일뿐
상처가 없으면 언제 삶이 화끈거리리
지나와 보면 우리가 그토록 힐난하던 시대도
수레바퀴 같은 사회도 마침내 사랑하게 된다
계절을 이긴 나무들에게
너도 아프냐고 물으면
지는 잎이 파문으로 대답한다
너무 오래 내려다보아 등이 굽은 저녁이
지붕 위에 내려와 있다
여기저기 켜지는 불빛
세상의 온돌들이 더워지기 시작한다
언젠가는 그 안에서 생을 마감할 사람들도
오늘 늦가을 지붕을 인다
백운대 오르는 길에 내려다본 서울 시내
1천만 인구가 좁은 땅위에서 몰려 사는 서울 시내와 인접하여 이런 명산이 있다는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백운대 오르면서 바라본 인수봉이 빼어난 자태로 우뚝 솟아있습니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인수봉은 볼 때마다 불멸의 기상이 느껴집니다.
아래 십자 크랙이 선명하게 보이고 정상의 고인돌 카페도 그대로인데
수 많던 클라이머들은 단 한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암벽 등반도 이제 긴 동면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백운대 오르는 길에 본
의상능선 넘어 문수봉과 향로봉등 빼어난 봉우리들이 탁트인 전망을 펼쳐보여줍니다.
물개 바위
물개 바위와 만경대
만경대와 노적봉
백운대 가는 길에는 지난밤의 눈보라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백운대 바위틈에 핀 설화
백운대 오르는 길에 만난 눈꽃 너머로
세계적으로 인구 밀도 높기로 악명높은 서울시내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남보다 좀더 너른 평수의 집에서 살기위해
하루 하루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살아가는 서울 시민들에게
북한산은 삶의 비상구이자 사막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백운대로 오르는 길에 내려다 보는 서울 시내
백운대 올라가는 길
백운대 오르는 길에 본 인수봉
인수봉의 등반 루트 거의 대부분을 등반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백운대 오르는 길에 자꾸 인수봉에 눈길을 줍니다.^^
백운대 암봉에 핀 눈꽃과 인수봉이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선사합니다.
백운대로 올라가는 바위 벼랑길 옆으로 눈꽃이 장관이었습니다.
인수봉의 겨울
눈꽃이 있는 백운대
황량한 겨울산에도 꽃은 핍니다.
눈꽃 사이로 인수봉과 멀리 도봉산입니다.
백운대에서 본 인수봉과 도봉산
눈꽃 너머로 인수봉이 우뚝 솟아있고 그 너머 도봉산이 조망됩니다.
우측으로 수락산과 불암산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만일 내 영혼이 천상(天上)의 누각을 꿈꾸어 왔다면
나는 신이 거주하는 저 천상(天上)의 일각(一角)을 그리워하리.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하는 법.
-조정권 시인의 시에서 인용.
백운대 정상의 태극기가 찬 겨울바람에 펄럭이고 있습니다.
백운대 정상에서 내려다본 파랑새 바위와
양주시 장흥면 일대가 보이고 저 멀리 광탄 고령산이 보입니다.
백운대 정상에서 내려다 본 염초봉과 원효봉
백운대에 서니 바로 코 앞에 인수봉이 보이고
그 뒤로 일망무제의 전망이 펼쳐집니다.
북한산 상장능선 너머로 도봉산 오봉능선과 자운봉,선인봉,신선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백운대에서 내려다 본 숨은벽 능선
백운대에서 내려다 본 악어능선과 숨은벽능선이 보이고
그 위 상장능선은 현재 산행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저 멀리 감악산이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백운대에서 본 만경대 너머로 서울 시내가 보입니다.
백운대 너럭 바위에서 올려다본 백운대 정상입니다.
추운 날씨 탓인지 평소의 주말보다는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백운대에서 내려다본 시인 신동엽길 릿지 마지막 11피치 정상이 가깝고
저 아래 은평 뉴타운과 삼송 신도시가 보입니다.
백운대에서 본 노적봉
백운대에서 본 서울 시내 강북 지역입니다.
인구 1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다닥 다닥 붙어 살면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면서도 그나마 건강을 유지하며 살아가는데는
바로 이 북한산이 한 몫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 멀리 희미하게 양평 용문산이 보입니다.
겨울은 새들에게도 시련의 계절입니다.
눈 밭에서 먹이를 찾는데 열중하느라 사람이 가도 달아나지 않았습니다.
눈꽃이 핀 백운대
백운대 설화
눈꽃이 핀 백운대
백운대 하산길에 본 북한산성과 일명 '스타바위'입니다.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 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조정권 시인 '산정묘지' 중 일부
돌의 내부가 암흑이라고 믿는 사람은
돌을 부딪쳐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돌 속에 별이 갇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돌이 노래할 줄 모른다고 여기는 사람은
저물녘 강의 물살이 부르는 돌들의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 노래를 들으며 울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사람이다
돌이 차갑다고 말하는 사람은
돌에서 울음을 꺼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 냉정이 한때 불이었다는 것을 잊은 사람이다
돌이 무표정하다고 무시하는 사람은
돌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안으로 소용돌이치는 파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 무표정의 모순어법을
-<돌 속의 별 전문> - 류시화
계곡을 따라 하산합니다.
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북한산은 명산임이 분명합니다.
국립공원 관리 공단 직원입니다.
양해를 구하고 한컷 찍었습니다.
이런 분들의 노고로 북한산은 이나마 환경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산에서는 절대 담배를 피우면 안되겠습니다.
저 역시 계곡물 알탕을 앞으로는 좀 자제해야 겠습니다.^^
겨울이 찾아온 북한산 계곡을 따라 하산을 합니다.
12월의 짧은 해가 기울어가고
찬바람이 하산길을 재촉합니다.
또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얼마 남아 있지 않은 2012년 잘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끝.
사진,글:윤선한
'낯섦'의 또 다른 이름은 '설렘'
'두려움'의 또 다른 이름은 '떨림'이다.
첫댓글 너무 멋집니다.
부럽구요~~~
기장님 이번주 송년모임에서 뵙겠습니다.^^
윤동지```늘채움 으로함께함이```
점점더깊어가는인생50대줄에같은시대를살아가는 여정의동무서로를바라보며 웃을수있는그런사람으로~~~~~~
ㅎㅎㅋ,,,화이팅 66^^^
김동지 수고 많았고..종종 산행길에서 함께 하세나..사진은 이멜로 전송하겠네.그리고 오타가 50대가 아니고 40대로 수정해주게나.^^
멋집니다... ^^ 정상에선 사진으로만 봐도 약간 아찔하네요. ㅎㅎ
올해 부터 낮은산에 계속 다녔는데, 겨울산행하려면 채비가 많이 필요해서 추울때는 집에 있어야 할듯 합니다.
하여간 부럽습니다.. ^^
겨울에는 골프보다는 산행이 더 어울리는것 같습니다.기회가 되면 함께 산행하시지요.^^
바우산은 누가뭐래도 서락담엔 부칸산입니다.갈수록 늘어나는 지기님 사진실력에 요즘 업무스트레스에 찾아가기도 귀찬아 몇달 쉰 산이 저를 다시 부르는듯합니다.백운대다운 경치입니다~~~~
저 역시 겨울 백운대는 참 오랜만에 올랐는데 역쉬 빼어나기가 웬만한 유명산에 비해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장관이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스트레스 안받고 일하면 좋을텐데 저 역시 그게 쉽지 않더군요^^ 올 겨울 산행 재기하시고 더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하시는 일 두루 잘 되세요.
다들 춥다고 움추려 드는 요즘 맹추위를 헤치고
설산등반 ~~열정 & 멋진사진들.......
수준높은 글솜씨 ~~~찬사를 보냅니다.
지기님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일마다
잘 되시길 바랍니다.
즐감 했습니다.~~~~~^^
주말에 찾아온 한파는 참 매서웠습니다.여러모로 부족한 사진과 글에 칭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올 한해 잘 마무리 하시고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높디 높은 산을 보니그동안 화났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안네요..마음을 치유하는건 자연이 최고 인가봐요..사진으로만 봐도 흐뭇하고 가슴이 뭉쿨한데 래려 가야 겠어요..고맙습니다..늘 열심히 사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배경음악도 한몫하구요
부럽습니다..멀리는 못가더라도..가까운 산이라도 마음
항상 좋은글 좋은사진
2012년 한 해가 저물어 가는군요.잘 마무리 하시고 하시는 일 두루 잘 되길 바랍니다.자연과 더불어 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