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에 앞서... ● 읽는 분에 따라 본 리뷰는 스포일러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란다. ● <사일런트 힐>은 관객 저마다의 취향과 게임을 접해봤냐의 여부에 따라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의 간극이 심히 깊고 넓은 영화다. 고로, 리뷰 자체가 '잡소리'에 불과할 수도 있으니 차라리 맨 아래 관람등급 안내만을 참고하는 것이 여러 모로 경제적일 수도 있다는 점 역시 기억하시고
<스트리트 파이터> <마리오 브라더스> <사이렌>
위 작품들은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동시에 영화와 게임 서로간의 이해와 배려 부족으로 관객의 원성을 샀던 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의 불명예를 한방에 날릴 만큼 가공할 만한 조잡함으로 무장해 무자비한 혹평 세례를 받았던 우베 볼 감독의 <하우스 오브 데드>에 비하면 이 영화들은 그래도 양반이다.
게임의 명성에 기대 떡고물이라도 얻을 요량으로 제작된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두 장르간의 깊은 이해 없이 나섰다간 영화 한 편 말아먹기 쉬운 게 바로 게임 출신의 영화다. 한.중 합작영화가 그렇듯 영화와 게임의 만남은 찰딱 궁합을 자랑하기보다는 여전히 쌍방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고자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는 중이다.
이런 와중 <사일런트 힐>이 관객과 만날 채비를 끝내고 간판을 올릴 예정이다. 4백만 장 이상의 기록적 판매고를 올린 동명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모태로 한 영화답게 <사일런트 힐>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하다. 쟁쟁한 제작진까지 가세했으니 더욱 그렇다.
허나, 당 영화! 보는 이에 따라 관람 후 소감이 양극단을 달릴 소지가 아주 농후한 영화로 판명됐음이다. 게임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전대미문의 SF 미스테리 어드벤쳐 호러영화라 쌍수 들고 환영할 이들!, 뭐 하자는 플레이인지 도통 감이 안 온다며 짜증스러움과 두통을 호소할 그들! 이렇게 청백 응원전 마냥 두 축으로 나뉠 가능성 상당하다. ‘화면빨은 창대하나 이야기는 미약하다’ 식의 중간자적 의견을 개진할 분들 역시 적잖이 있을 테고....
<사일런트 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숱한 말들이 오가는 이유는 복잡다단한 얼개와 난해한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볼 수 있음이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공간, 지옥도를 방불케 하는 암흑의 공간 그리고 과거의 공간 등 시공간을 달리하는 장소들이 제대로 한판 얽히고 설키는, 게다 막판 반전까지, 만만치 않은 스토리를 자랑한다. 그에 따라 장르 역시 한 가지 범주로 가두기에는 무차별적이다. 가히 실험영화 수준이다. SF/미스터리/어드벤쳐/액션/오컬트호러/비극적 드라마 등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그러니 알 듯 말 듯, 긴가민가, 알쏭달쏭, 헷갈리는 느낌! 충분히 들 수 있다. 역으로 이 같은 이야기 구조는 범상치 않은 <사일런트 힐>의 세계관 그리고 영화 전체를 물들이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맞물려 심오한 분위기 및 필을 뿜어냄에 성공! 종래의 게임영화와는 격을 달리 하는 작품이 아니냐는 지지성 발언 또한 예상하게 한다. 시쳇말로 뭔가 있어 보이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화려무쌍한 경력을 자랑하는 제작진의 면모만 봐도 대략 알 수 있다.
<크라잉 프리맨>, <늑대의 후예들> 등 스타일리쉬한 영상을 선보인 바 있는 크리스토프 강스 감독 <저수지의 개들> <킬링 조이> <펄프 픽션>으로 아카데미 각본상까지 거머쥔 로저 에브리 각본 <데드 링거> <엑시스텐즈> <블레이드2> 등 영화에 인상 깊은 기괴함을 불어넣은 캐롤 스피어 미술감독 <트루 로맨스> <다크시티> <레지던트 이블 1.2> 등을 제작한 프로듀서
이런 애들이 지독한 게임광에다 게임의 판권을 따내기 위해 5년 이라는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영화에 신뢰를 더하는 부분이다. 지지부진한 성과만을 거둬왔던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의 지평을 넓힌 <사일런트 힐>의 미덕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사일런트 힐>은 그 이상의 과한 상찬까지 받을 만한 영화는 아니다. 저마다의 위치에서 공을 들여 미션을 완수한 제작진의 결과물 하나하나를 떼어놓고 보면 그럴싸하지만, 그 조합이 만족스럽게 나왔다 볼 수는 없다. 특히, 다층적인 얼개와 난해한 이야기를 배치하고 끌고 가는 호흡과 리듬에서 유연하지 못했다. 보는 이의 오감을 스멀스멀 옥죄는 이미지와 서사가 발산하는 그 황홀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기운이 지속적이지 못하고 느슨하게 스크린에 버티고 있을 뿐이다. 극도의 공포와 긴장감을 유발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열린 텍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관심을 증폭시키며 생산적 커뮤니케이션을 기대했던 감독의 의도는, 매끄럽지 않은 이야기 전개로 인해, 관객의 불평으로 이어진다.
여하간, 창조적 파트너쉽을 모색 중인 게임영화의 진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지고 게임유저들에겐 환영 받을 만하지만, <사일런트 힐>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달리 말해 불특정 다수의 영화팬들까지 포섭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덧붙여 앞썰했듯, <사일런트 힐>과 같은 영화는 이러한 리뷰보다는 아래 관람안내가 더 유용하니, 살짝 일별하시고 알아서들 판단하시길 권한다!
글: 서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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