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호롱구이
해창만 개펄에 물비늘이 잠잠해지면
망태기 들러메고
해창만 개펄로 나간 아버지
뻐끔뻐끔 숨쉬는 갯구멍
뻘 한 켜 들어올린 쇠스랑 끝에
허공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온 뻘낙지
양동이에는 금세 뻘 반 낙지 반
바지가랑이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근사한 묵화 한 점
코끝 벌렁이며 토방에 툭 내려놓고
- 보소 거시기 머시냐
맛나게 칭칭 감아보드랑께잉
풍년초 한 대 입에 물고 후우 불면
아버지의 고단함은
잠시 연기처럼 가벼워졌지
모퉁이 감나무가지 꺾어
반들반들한 낙지 대가리에 쑤셔넣고
돌돌 말아 불판 솥뚜껑에서
온 몸 뒤틀다 이내 숨 멎는 한 생
호롱구이 하나씩 붙들고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까그르 아버지 뜰니 사이로
고봉밥 한 그릇 뚝닥
둥근 밥상 위에는
아버지의 온기가 살아있는
은빛바다가 넘실 거렸다
첫댓글 해창만...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반가운 이름이지요. 바다였던 드넓은 땅에서 맛있는 쌀이 생산되는 곳이지요. 고흥에 살 때, 나들이 길에 보았던 누런 들판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