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 연습/이성복
우리 집 방바닥은
너무 높거나 너무 낮다
너무 높을 때는 아내가 엄마 대신
나를 몹시 때릴 것 같고
너무 낮을 때는 봄 대신 가을이 쳐들어와
내 기쁨 패대기칠 것 같다
나는 우리 집 방바닥이 계단처럼 여러 칸이었으면 좋겠다
첫번째 계단에는 결혼하기 전
알던 여자를 눕히고
그 바로 위 계단에는 그녀가
낳아보지 못한 내 아이를 누이고 싶다
눕기 싫다고 아이가 앙탈하면
내가 대신 기저귀 차고 드러눕고 싶다
아니면, 피로에 지친 암개미처럼
나 혼자라도 알 까고 싶다
그리고 문득 눈 감으면
그 모든 계단들이 부챗살처럼 접혀
아무도 내 생각 들여다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 문학동네, 2010,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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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방바닥은/너무 높거나 너무 낮다"
ㅋㅋ 이 구절에서 갑자기 시인의 뾰족 내밀어진 입술이 느껴집니다.
이 천진난만한 투정을 어떻게 새겨야 할까요.
방바닥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내내 그렇게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아니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타고^넘^어^다니지 않았을까요) 왜 이런 딴지를?
방바닥이 그냥 방바닥의 일이 아님이 바로 다음 행에서 밝혀집니다.
가장 내밀한 공간인 방(房), 그곳의 '바닥'은 다름 아닌 아내가 아닐까요.
이 시는 아내에 대한 불평불만을,
나아가 세상 여자들에 대한 남자(男兒)의 영원한 동경을 말하는 것이지요.
'때릴 것 같고' '패대기칠 것 같'은 아내들이여!
어느덧 세월은 사랑스럽던 여인을 이같은 강철 씨름꾼을 만든 겁니다.(우리가 만들었깐~)
"나는 우리 집 방바닥이 계단처럼/여러 칸이었으면 좋겠다"
ㅎㅎ 안 웃을 수가 없어요.
'남자들의 마음 속에는 방이 수십칸 있다'는 말과 상통하는 구절.
남자들이 모르는 게 있다면 여자도 똑같은 맘이라는 것. 우리도 월세든 전세든, 아니면 콘도형이든 민박이든 당신네보다 더 많은 방을 들일 수 있다는 것.
'계단처럼' 펼쳐졌다 접혔다,(왜죠? 여기서도 아내의 눈길을 피할 순 없나보죠.) 상황에 따라 접이식이 되는 편리추구의 '바닥'이 필요하단 거죠. 발목 잡는 '바닥' 말구요.
그렇게 해서 시인은 얼마나 많은 계단을 가지게 될까요.(아코디온 소리가 나는 계단!)
것두 안 된다면........
이어지는 퇴행입니다.
"기저귀 차고 드러눕고 싶다"
"나 혼자라도 알 까고 싶다"
피곤에 지친 걸까요. 퇴행에 이은 자기성애. 한 마디로 '귀차니즘' 일까요.
봄날 부챗살처럼 퍼지는 햇빛 아래서
시인은 요래^요래^한 환상을 펼쳤다 접고 일어섭니다만,
마지막 행은, 우리에게 제목을 다시 환기시키면서 이 시가 단순한 소원성취의 시가 아닌,
삶과 시를 잇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시임을 확인시킵니다.
"그리고 문득 눈 감으면/그 모든 계단들이 부챗살처럼 접혀/아무도 내 생각 들여다보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