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역삼동에 사는 손주연(39)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을 키우고 있다. 손씨의 아들 조한동(10)군은 영어학원에 다닌 적이 없지만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 이명신영어동화교육원에서 테스트를 받은 결과 원어민 10세 정도의 실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평소 아이 영어교육에 관심 있는 엄마들에겐 솔깃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2003년에 한동이를 낳으면서 7년여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산후 우울증에 많이 시달렸어요. 뭐라도 배우러 다니자 생각했는데 이왕이면 아이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영어 홈스쿨링과 스토리텔링 과정을 덥석 등록했죠." 수업을 들은 후, 배운 것을 실천하고자 조군이 돌이었을 때부터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이후 조군은 15개월쯤 됐을 때 영어와 우리말을 같이 하기 시작했다. 영어능력이 날로 발전해가는 아이 모습에 자극받은 손씨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기본 영어 회화책을 사서 통째로 외웠다. "오늘 날씨 어때?" "어디 가고 싶니?" 등 외운 문장으로 아이와 일상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조군 또한 거부감 없이 영어를 받아들였다.
이러한 손씨의 홈스쿨링 학습법은 영어 관련 교육 서적 '엄마와 함께 하루 20분 영어 그림책의 힘(이명신 지음, 조선&북 펴냄)'에 소개되기도 했다.
엄마가 책을 가까이하니 한동이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커갔다. 손씨는 "영어 공부 목적으로만 책을 읽어주었다면 진정한 책의 재미를 느낄 수 없어 아이가 힘들었을 것"이라며 "학습 능력이 눈에 띄게 발전하지 않더라도 영어 그림책을 읽으며 자란 아이는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우게 돼 나중에 깊이 있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책값이 만만치 않았는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국립서초어린이도서관 등 집 주변 도서관을 꾸준히 활용해 부담을 덜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웃 엄마들이 조군의 영어 실력을 확인하고 그 비법을 물어오던 중 손씨의 영어 홈스쿨링 학습법이 자연스레 소문이 났다.
2010년 11월부터는 강남구립 역삼푸른솔도서관과 대치도서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동맘의 영어그림책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맡아 아이들에게 영어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요즘도 손씨에게 홈스쿨링 학습법을 묻는 이웃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그들에게 손씨가 하는 대답은 한결같다. "엄마 발음이 좋지 않더라도 하루에 20분 정도 아이에게 꾸준히 책을 읽어주는 게 중요해요.
1년 365일이 지나면 어마어마한 시간이 되잖아요. 특히 아이가 잠자리에 들 때 책을 읽어주면 엄마 목소리를 들으면서 아이는 마음껏 상상하는 시간을 갖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