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고양국제꽃박람회 - 나라별 전통 알림이 아세안들을 만나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대학생 기자 2기 취재 고성훈
취재 날짜 : 5월 5일, 9일
“기회가 있게 되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어, 우리나라를 알리게 되어 매우 행복합니다.”
햇볕이 유난히 따가워 초여름 날씨를 기록하는 5월 초, 휴일이라 수많은 인파 속에 방문한 곳은 ‘2009 고양국제꽃박람회’였다. 2009 고양국제꽃박람회는 일산 호수공원 내에서 개최하고 있으며, 행사기간은 4월 23일부터 5월 10일까지이고, 국외 24개국 110개 업체, 국내 154개 업체가 참가하고 있다. 내부 입장을 하면 수많은 꽃과 함께 어린이 정원, 주택 정원, 꽃으로 만든 성, 동굴 폭포 정원 등 다채로운 야외 테마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과 연인들의 나들이 명소로 안성맞춤이다. 고양국제꽃박람회는 3년에 한 번씩 개최되며, 올해는 1만여 종, 1억 송이의 꽃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서 희망 관에 들어서면 각 국가의 전통 꽃을 관람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아세안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고양시 다문화 가족 지원센터에서는 지난 2월 이번 행사를 목적으로 국가관 9개 국가의 통역․부스관리자를 선별하였다. 이번 행사를 통해 그들이 통역사로 활동할 기회의 장을 마련해보겠다는 고양시 측의 야심 찬 프로젝트였다. 더운 날씨 속에서 수많은 방문객을 접대하는데도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는 그들의 표정과 열정적인 업무 모습을 담아보았다.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일을 맡게 되어 아주 기쁘답니다.” - 중국 난디엔쉬
<중국관 부스 담당자 난디엔쉬, 한국 이름은 남 점숙씨.>
얼마 전 고양 다문화지원센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비록 꽃 분야이지만, 자신의 나라를 홍보할 좋은 기회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두 번 생각하지 않고 하겠다고 말했어요. 한국에 98년도에 처음 땅을 밟았어요. 도착하자마자 가이드 업무를 몇 년 했고, 지금은 한국인들에게 중국문화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서 홍보에 주력하고 있어요. 아울러, 새로운 일을 많이 해볼수록 시야가 넓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이번 꽃 박람회를 통해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일을 제가 직접 맡게 되어 제 인생에도 아주 특별한 경험 중 하나라고 봅니다. 지금 하는 일이 교대 근무라서 어려운 점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많은 사람이 저희 중국관에 오셔서 중국 꽃에 대해 물어볼 때가 제일 행복하답니다. 이번 꽃 행사로 말미암아 느낀 점이 있다면 한국을 방문한 중국 사람들이 한국문화에 대해 많이 알아갔으면 하는 생각과 큰 행사를 하는 국제꽃박람회를 방문하신 많은 한국 사람들이 중국문화를 공부하여 추후 대외적으로도 교류를 활발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답니다.
“시키면 우리도 뭐든 할 수 있습니다. 편견 없는 시선으로 우리에게 기회만 주세요!” - 방글라데시 미투
<방글라데시 부스 관리자 미투, 한국 이름은 문 진수씨>
지난 2월 고양 다문화지원센터에서 이번 행사와 관련하여 모집한다는 공고문을 보고 지원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 온 지 17년 정도 되었고, 현재 군포에서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으나, 주로 자원봉사를 위주로 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을 많이 도와주고 있답니다. 보통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소문을 통해 일하게 되는데 일부 악덕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프답니다. 이번 업무를 하게 되면서, 일부라도 저희 방글라데시를 알릴 수 있는 뜻 깊은 일을 해서 정말인지 행복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답니다. 한 가지 느낀 점은 꽃이라는 식물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큰 원동력이라 보는데, 그 이유는 세상이 다르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연인 혹은 가족들끼리 꽃을 보고 사진 찍으며 웃는 모습을 보면, 한국에 이렇게 따뜻한 감성을 지닌 사람들이 많은데 왜 몇몇 사람들의 횡포로 한국 이미지를 깎아 먹는지 생각할수록 가슴 아프답니다. 기회만 주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를 잘 모른다는 이유와 피부색이 사뭇 다른 이유만으로 차별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향기 맡아보세요. 한 뿌리에서 자란 식물이지만 향이 다르답니다.” - 미얀마 아웅틴툰
<미얀마 부스에 들어서자마자, 자국의 꽃을 친절하게 안내했던 아웅틴툰>
저는 한국에 온 지 15년이 되었습니다. 현재 용산에서 이주노동자방송(MMTV) 미디어교육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부천 아시아 인간 문화 연대 상담소와 의정부 출입국 사무소에서 연락이 와서 이번 일을 돕게 되었습니다. 이번 일을 지원하면서 서류준비에 바삐 보냈고요, 직접 일을 하게 되면서 준비했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눈 녹듯이 사라졌으며, 오히려 안 했다면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저 같은 경우, 위 업무를 하기 전에 꽃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았답니다. 이번 업무를 전임하게 되면서 교육기간 동안 꽃을 많이 조사하게 되었으며, 아울러 세계인들이 관람하는 축제이니만큼 여러 외국어를 간단하게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이번 경험으로 주변의 아세안 친구들을 사귀게 되어 기쁘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 안에서 주변 아세안 친구들과 함께 일하고 같이 식사하며, 퇴근 후 같이 모이는 등, 마치 친척이 생긴 기분이 들을 정도였습니다. 이번 국제꽃박람회를 계기로 앞으로도 저희 미얀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원래 일하는 분 사정으로 대신 업무를 맡게 되었으나, 아주 의미 깊은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 스리랑카 수미트라
엊그제 한국 땅을 밟았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돌이켜보면 추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바쁜 친구 대신 나와서 몇 번 업무를 하게 되었으며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어 좋네요. 특히 느낀 점은 한국어와 영어를 더 많이 공부해서 앞으로 큰 행사가 열리게 되면, 지금보다 더 유창하게 구사하여 사람들을 안내해주고 싶은 생각입니다. 이번 국제꽃박람회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저희 스리랑카 국제관을 방문해주셨습니다.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방문하시다가 갈증 나신다는 사람들이 있으면 저희 스리랑카 전통 차를 대접하면서 홍보를 많이 합니다. 아울러 한 가지 알리고 싶은 점은 우리도 조금만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행사처럼 앞으로도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꽃과 함께 일을 하게 된 저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 필리핀 앤
몇 달 전, 제가 수강하는 한국어 학원 선생님께서 국제꽃박람회 도우미를 해보라는 제안을 해주셔서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한국 언어와 문화에 대해 모르는 점이 많습니다. 이번 국제꽃박람회에 저희 필리핀 부스를 맡게 되면서 저 역시 몰랐던 자국의 꽃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으며, 나라별 국가관을 맡은 많은 친구와 친해져서 정말 행복하답니다. 옥에 티라면 매일 서 있어서 다리도 많이 붓고 아프지만, 우리나라를 홍보하는데 이 정도는 아름다운 아픔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큰 행사를 맡게 되었으나, 많은 것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예를 들어, 방문객들이 자신의 언어로 물어볼 때 그 나라 말을 구사하지 못해서 창피하기도 했답니다. 비록 부족한 점은 많이 있겠으나, 저 역시 이번 경험을 발판삼아 앞으로 좋은 기회가 생기면 더 나은 모습 보여 드릴 자신이 있답니다.
“행사를 개최한 고양시 관계자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 베트남 네티느가
어느 날, 고양시 다문화센터에서 국제꽃박람회 국가관 부스 운영과 다양한 관람객들을 상대로 베트남의 꽃을 설명하는 업무를 맡아보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꽃에 대해 많은 점을 잘 알지 못한데다가, 한국에 방문한 지 4년밖에 안 돼서 걱정되었으나, 이번 경험을 토대로 자신감을 쌓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어렵게 결정하여 위 업무를 맡게 되었지만, 돌이켜보면 기우(杞憂)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상과는 달리 업무 자체가 재미있는데다가, 방문객을 비롯한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고, 국가별 부스의 많은 사람을 사귈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이기 때문이니까요. 하지만, 몇몇 방문객들은 꽃을 눈으로만 보지 않고 만져서 가지와 잎이 떨어져 나가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프답니다. 저희 국가관에 관심을 기울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좋은 경험을 제공해준 고양시 관계자들에게도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앞으로 한국과 베트남의 조금 더 깊은 문화적 교류를 하는 계기가 되어 보다 가까워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양 일간 걸쳐 국제꽃박람회를 방문하였는데도 몇몇 담당자의 부재로 아시아 전시 국가관 총 9개 중 6군데 밖에 인터뷰 하지 못했던 아쉬움은 남았으나, 이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피부색이 조금 다르고, 가난한 국가에서 성장하여 못 배워서 한국어가 서투르다는 이유로 기회 박탈 및 각종 차별 대접,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려고 돈을 벌려고 어렵게 도착한 낯선 땅인데 일한 만큼 보수를 받지 못하는 현상이 아직도 만연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일부 외국인들은 자신들이 직접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 어렵게 사는 아세안들을 보살펴 준다고 한다. 이번 국제꽃박람회라는 행사가 조금이나마 그들의 멍든 가슴을 치료해주는 기회의 장이 되어주었다고 보며, 앞으로도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러 행사를 마련함으로써 이전에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을 깨워줌과 동시에 그들의 열정을 높이 사는 계기를 꾸준히 만듦이 절실하리라 본다. 특히 앞으로 건립될 아시아문화전당에 소외된 여러 아세안들을 해당 국가별 홍보 및 관리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장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양 국제꽃박람회 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