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레지오의 아듀또리움 단원이신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원의 한베드로 신부님이
십자가 받침대를 좀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다.
뭐, 별로 어려울 꺼 같지 않아서 대답은 했는데, 막상 할려고 보니 머리가 하얘 진다.
민통선 참나무 통나무를 잘라서 바닥에 두고, 그 위에 적당한 각목을 구해서 통목에 끌로 파서 꽂고,
십자가는 5mm 목다보 2개를 드릴로 파서 본드로 연결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십자가는 성물이라 함부로 훼손하면 안되고 또 지지목과 수직으로 잘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수공구만으로는 자신이 없다.
그래서 30만 회원의 우드워커 카페에 질문을 올렸다.
바로 답글이 떴다.
수원 공방의 베로니카 자매님이 도와주시겠다고 해서 약속을 하고 달려갔다.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간략하게 동기와 제작관련 이야기를 나누었고,
먼저 예쁜 백합나무 통나무를 차에서 가져 와서 어떠냐고 묻는다.
두께나 무늬, 껍질까지 완전 훌륭하다.
지지목도 보관용 목재를 가져와서 일단 수압대패로 평을 잡는다.
자동대패로 직각으로 면치기 하고...
홈을 파는 이 공구 이름은 잘 모른다.
지지목에 십자가가 들어가도록 홈을 파는 중이다.
가장 비싼 공구 페스툴로 조용히 작업중...
홈은 집에 와서 끌로 살짝 다듬었는데, 과연 이 홈파기는 신의 한수였다.
목다보로 연결하면 빠지거나 부러질 위험이 있지만 십자가를 훼손하는 거다.
이렇게 홈을 파서 십자가를 꽂아넣으면 전혀 손상도 하지 않고 결합이 되기 때문이다.
베로니카 자매님은 예수님 춥다고 랩으로 싸주었다.
이제 통나무에 홈을 파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다.
집 뒤에서 드릴로 여러번 파낸 다음 끌로 간단히 정리하였다.
가결합을 해보니 아주 잘 맞아서 달리 손볼게 없었다.
지지목 칠은 어디가서 어떤 걸 사야 하나? 고민중인데 베로니카 자매님이 전화를 주셨다.
알콜스테인 제품으로 비슷한 색깔을 사면 되고,
아니면 먹물과 커피가루 탄 물을 섞어서 색깔을 맞추면 된다고....
바로 먹을 갈고 커피를 타서 도포 작업을 완료하였다.
신부님께 사진을 보냈더니 일요일 오후에 오시겠다 해서 방금 차 한잔 하면서 얘기 나누었고,
너무너무 감사하다면서 십자가를 잘 모시고 수도원으로 출발하였다.
고마우신 베로니카 자매님을 위하여 기도를 바치겠다고 하신다. 아멘!
신부님이 가자마자 수도원 제대 좌측에 설치한 사진을 보내주셨다.
수도원이라 미사하는 성전이 아담하다.
첫댓글 베로니카 자매님도 성당에서 목공관련 봉사활동을 많이 하셨으며,
이번 작품도 주님 사업에 잘 쓰이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고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