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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22 (월)
- 겨자와 갓 - 알듯 말듯 한 식물들 (8)
- 식물이야기 (86)
내일이 서리가 내린다고 하는 상강(霜降)이니, 이제 본격 가을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가을비답지 않게 요란스럽고 차가운 비가
내리는군요.
봄비가 오면 온도가 올라가고 가을비가 내리면 기온이 내려간다더니
정말로 내일부터는 추워진다고 합니다.
그래도 오래 내리지는 않고 오후 늦게는 개일 것이라고 하고
내일은 비록 기온은 많이 내려가지만 아주 맑은 하늘을 보이신다고 하니
그래도 다행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봄과 가을이 짧아져서 봄이 왔는가 하면 곧 여름이 되고,
가을이 왔는가 하면 이내 찬바람 불고 으스스해져서
겨울이 저만치 오는 것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짧은 가을날에도 온갖 풀과 나무의 잎들이 울긋불긋 단풍이 들고
또 온갖 과일들마저 가지가지 색깔을 입어서,
내가 언제 푸른 초록색을 사랑하며 그 속에 묻혔던가 싶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말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울긋불긋”이라는 말도 참으로 예쁜 표현인데,
단풍(丹楓)이 든 모습을 한자로도 여러 가지로 나타내어서 그 중에
“홍황점철(紅黃點綴)” 또는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이보다는 우리말이 훨씬 더 멋있습니다.
또 가을에는 하늘과 바람과 햇볕까지 투명할 정도로 깨끗하고 선명해져서
손을 뻗어 만져보고도 싶고 또 그래서인지 소리가 전달되는 빠르기도 높아져서
가까운 사람과 작은 소리로 이야기해도 서로 잘 들립니다.
가을 길을 한번 걸어보시지요.
* 그러고 보니 가을이면 붉은 감이 온 동네 가득히 익어가는 제 고향도 생각나고
또 평소 제가 좋아하던 다음의 시도 생각납니다.
반중(盤中) 조홍(早紅) 감이 고와도 보이 나다.
유자(柚子)가 아니라도 품음 즉 하다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을 새 글로 설워하노라.
- 옛날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어서 모르시는 분은 안 계시겠지만,
이 시는 “노계(蘆溪) 박인로(朴仁老)”가 지은 “조홍시가(早紅柹歌)”라는 제목으로
4개의 평시조(平時調)로 이루어진 연시조(聯詩調)의 맨 앞의 첫 번째 시조(=수-首)인데,
나머지 3개 보다는 이 첫 수(首)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 이 첫 번째 수(首)는 그의 고향인 경북 영천에서 스승인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을
찾아뵈었을 때, 잘 익은 감을 대접받고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나서, 중국 삼국시대
오(吳)나라의 “육적(陸績)”이라는 사람의 고사(故事)인 “육적회귤((陸績懷橘)”을 떠올리며
지은 효심(孝心)을 나타내는 시입니다.
- 나머지 세 수(首) 중, 두 번째 수(首)는 효도의 의지를, 세 번째 수(首)는 부모님이
더디 늙으시기를 바라는 염원을, 네 번째 수(首)는 선비로서의 자긍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 “박인로”는 평소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과 교류가 잦았는데, “이덕형”이
광해군 때 인목대비 폐모론에 반대하다 관직에서 쫓겨나 지금의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의 별서(別墅 = 일종의 별장 -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유명한
운길산(雲吉山) 수종사(水鐘寺) 바로 아래에 있는 동네인 송촌리에 있는데, 지금도 터는
남아 있음)에 은거(隱居)하고 있을 때 찾아서 만나곤 하다가 “이덕형‘이 위의 첫 번째
수(首)에 이어서 더 지어보라는 권유를 받고 나머지를 완성하여 총 4수(首)로 된
연시조(聯詩調)가 탄생하였다고 전해옵니다.
- “박인로”의 묘소는 고향인 경북 영천에 있고, “이덕형”의 묘소는 이 별서(別墅)의
바로 앞에 있는 북한강 건너편 양평군 양서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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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제가 무척 좋아 하고 또 존경하는 우리 회원님이
강남에 멋진 “양면옥(洋麵屋)”을 여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카페 회원님 중에는 특히 “면(麵)”에 대하여 통달하신
박사님들이 여러분 계신데, 오늘은 우리가 냉면을 먹을 때 또는 햄버거나 핫도그를
먹을 때 넣는 <겨자> 이야기입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야 그런 일이 없겠지만 젊은이들이나 어린아이들은
가끔 <겨자>와 <와사비>라 부르는 <고추냉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 <고추냉이>를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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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향기와 매운맛으로 우리가 조미료(調味料) 또는 향신료(香辛料)로 흔히 쓰는
<겨자>와 또 우리가 즐겨 김치로 담가먹는 <갓>은 같은 종류로서,
<갓>은 <겨자>의 변형된 모습이라고 합니다.
한자로는 둘 다 <개자(芥子)>라고 씁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둘을 따로 살펴봅니다.
1. 겨자
(1) 분류 :
- “양귀비목 십자화과(十字花科)”에 속하는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
* “십자화과(十字花科)”
- 이 과에 속하는 식물들은 꽃잎이 4개이고 꽃이 피어있는 모습이
마치 십자모양이어서 이렇게 분류하는데, 우리 주변에 흔합니다.
- 즉, 겨자, 갓, 무, 배추, 양배추, 꽃다지, 냉이, 대청, 유채 등등이 있습니다.
(2) 이름 :
- <겨자>는 한자로 <개자(芥子)>라고 씁니다.
- 우리는 식물로서의 <겨자>나 <겨자>의 씨앗을 가공한 조미료로서의 <겨자>나
모두 <겨자>라고 부릅니다.
- 그런데 영어로는 각각 <Leaf Mustard>, <Mustard>로 구분해서 부르고
- 중국어에서도 각각 <개채(芥菜)-지에차이>, <개말(芥末)-지에모>라고
구분해서 부릅니다.
* 중국에서는 조미료로서의 <겨자>를 옛날에는 <개장(介醬)>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3) 종류 및 원산지 :
(3-1) 일반적으로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라는 설이 많은데,
지금은 전 세계로 퍼져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3-2) 원산지에 대하여는 또 다른 학설이 있습니다.
- 즉, <겨자>를 <흑겨자(동양겨자)>와 <백겨자(서양겨자)>로 나누어서,
<흑겨자>는 “중앙아시아”, <백겨자>는 “지중해연안”이 원산지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 실제로는 <황겨자>, <흑겨자>, <백겨자>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우리의 입맛에 맞는 <황겨자>를 주로 사용합니다.
- <흑겨자>는 씨앗이 갈색 또는 흑색으로 향기는 강하지만, 매운 맛이 적고
쓴 맛이 강하며, <백겨자>는 씨앗이 연노랑색으로 매운 맛이 강하다고 합니다.
- <겨자>의 주생산국은 서유럽, 미국, 인도,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에티오피아
등이라고 합니다.
(4) <겨자>의 전래
- <겨자>는 기원전 1550년경의 이집트 문헌에 마늘, 양파 등과 함께
약(藥)으로 소개되어 있고, 중국의 ≪예기(禮記)≫의 ≪의례(儀禮)≫ 속에도
<개장(介醬)>이라는 명칭으로 보입니다.
- <개장(介醬)>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겨자>를 가루 내어 따뜻한 물을
부어두면 <개장>이 된다.”라고 한 것으로 미루어 지금의 반죽한 <겨자>와
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이렇듯 <겨자>는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는 조미료로,
일본에서는 800년경의 문헌인 ≪연희식(延喜式)≫에도 나온다고 합니다.
- 따라서, 우리나라에는 중국을 통하여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되며,
구체적인 문헌은 없어도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삼국시대에도 조미료의 하나로 쓰였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5) 사는 모습
- 주로 밭에서 재배하는데,
높이가 1~2미터에 이르며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집니다.
- 잎은 뿌리에서 돋은 것과 줄기에서 돋은 것이 다소 다른데, 뿌리에서 돋은 것은
좀 두텁고 넓은 타원형으로 끝이 둥글고 가장자리에 불규칙적인 톱니가 있고
검은 자줏빛이 돌지만, 가지에서 돋아난 잎은 좁고 긴 타원형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거나 희미한 톱니가 있고 잎은 푸릅니다.
- 3~6월에 걸쳐 노란색의 꽃이 피는데,
꽃의 모습은 <유채꽃>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 꽃말 : 무관심(無關心)
- 5월경부터 열매가 열리며 익는데, 길이가 5cm 정도의 둥근기둥모양의
꼬투리 속에 갈색을 띤 노란 색의 아주 작은 씨앗이 들어있는데,
이를 <개자(芥子)>라고 합니다.
(6) 쓰임새
(6-1) 음식의 조미료(調味料) 및 향신료(香辛料)
- <겨자>는 <고추>가 들어온 임진왜란 이전까지 <생강>, <마늘>, <산초>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중요한 조미료 및 향신료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 <겨자>는 씨앗 그대로의 알맹이상태의 것, 알맹이를 갈아서 가루로 만든 것
그리고 물에 개어 반죽한 상태의 것 등의 여러 가지 형태로 시판되고 있는데,
보통 <흑겨자>와 <백겨자>를 섞어 만듭니다.
또, <카레>가루나 <고추냉이>가루를 섞어서 만들기도 합니다.
- 음식에는 가루로 만든 <겨자>를 그대로 향신료로 쓰기도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조미료로서의 일반적인 형태의 <겨자>는
반죽한 상태의 것입니다.
- 우리 음식에서 지금은 <겨자>를 양념으로서 냉면이나 겨자채 그리고
각종 요리에 사용하는 데 그치지만,
예전에는 “겨자깍두기”, “겨자즙”, “겨자전” 등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 <겨자> 양념을 사용하는 음식을 보면, 우리음식에서는 냉면, 쫄면, 쟁반국수,
겨자채, 어묵꼬치, 양장피, 해파리냉채 등에 주로 쓰이고,
서양음식에서는 스테이크, 샌드위치, 핫도그, 소시지등을 먹을 때 사용합니다.
* 우리는 흔히 일식(日食)이라 부르는 “생선요리(생선회, 생선초밥, 생선꼬치,
생선구이 등)”을 먹을 때 <고추냉이(와사비>를 넣어 먹지만, 어느 음식학자에
의하면 <겨자>의 매운 맛은 입 속에서 남는 시간이 <고추냉이>보다 길기 때문에
비린내가 오래 남는 생선의 양념으로 더 알맞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 <겨자>는 씨앗으로 만들고 <고추냉이(와사비>는 뿌리로 만듭니다.
(6-2) 약의 재료
- 약의 재료로서의 <겨자>는 <개자(芥子)>, <백개(白芥)>, <백개자(白芥子)>
등으로 부릅니다.
- <겨자>에는 부패방지작용이 있고 이에 따른 약효도 있다고 합니다.
겨자가루를 더운물에 갠 것을 <겨자니(泥)>라고 하는데, 이를 겨자씨를 증류하여
얻은 기름과 함께 피부에 붙이거나 찜질약으로 사용하면 류머티즘, 신경통,
통증해소,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 또, 겨자가루를 뜨거운 물에 풀어 목욕을 하면 감기가 낫는다고 합니다.
즉, ≪본초강목≫에서는 “겨자는 맵다. 허파로 들어가서 기(氣)를 이롭게 하고
담을 덜어준다. 속을 덥게 하고 위를 열어준다.”고 하였습니다.
- 그리고 겨자가루를 식전에 4~6 그램씩을 복용하면,
월경불순이나 허리가 아픈데 또 열이 있을 때 효과를 본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겨자는 열병을 앓는 사람이 먹으면 좋지 않다.”라는
옛사람의 말이 있으므로, 열이 있는 분은 조심스럽게 사용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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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올리는 사진들은 다른 분의 것을 빌려왔습니다.
< 겨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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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갓
(1) 분류 :
- <겨자>와 같은 “양귀비목 십자화과(十字花科)”에 속하는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
(2) 이름 :
- 한자로는 <겨자>와 같은 <개자(芥子)>라고 쓰기도 하고,
<신채(辛菜)>라고 쓰기도 합니다.
- 영어와 중국어로도 <겨자>와 같이 각각 <Leaf Mustard>,
<개채(芥菜)-지에차이>라고 합니다.
- 중국에서는 BC 12세기 주(周)나라 때 이 식물의 씨앗을 향신료로 사용하였다고
하며, 우리나라에도 중국에서 들여온 채소류로 널리 재배하고 있습니다.
(3) 사는 모습
- <겨자>의 한 변종(變種)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밭에서 채소로 심는데
채소 중에서는 고온성(高溫性)이라서 주로 남쪽지방에서 많이 재배합니다.
* 우리나라의 주산지 : 전남 여수시 돌산도의 <돌산 갓>이 아주 유명하지요?
- 높이는 1~2미터에 이르며 가지를 칩니다.
- 잎은 전체적으로 <겨자>보다 큰데, 뿌리에서 나오는 잎은 넓은 타원형 또는
거꾸로 세운 달걀 모양으로 끝이 둥글고 밑 부분이 좁아져 짧은 잎자루가 되며
불규칙한 톱니가 있고 갈라지지 않고, 줄기에서 나오는 잎은 긴 타원형의 좁고
긴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거나 희미한 톱니가 있고 잎자루가 없으나 줄기를
감싸지 않으며, 양면에 주름이 지고 흔히 흑자색(黑紫色)이 돕니다.
- 꽃은 봄부터 여름까지 줄기 끝에 총상(總狀)꽃차례로 노랗게 무리지어 달리며,
꽃잎과 꽃받침 모두 4장으로 십자(十)꼴로 핍니다.
* 꽃말 : 무관심(無關心)
- 열매는 둥그런 기둥 모양으로 맺히고 황갈색의 씨는 아주 작은 구슬모양으로
맵고 향기로운 냄새가 납니다.
(4) 쓰임새
- 잎은 주로 김치와 나물로 쓰는데, 향기와 단맛이 있으며 적당히 매운맛도
있습니다.
- 또한 <겨자>와 같이 씨를 가루로 만들어 카레나 샐러드의 향신료, 조미료로
쓰기도 합니다.
- <겨자>와 <갓>의 씨를 함께 <겨자> 또는 <개자(芥子)>라고 하는데,
<갓>의 씨는 특히 <황개자(黃芥子)>라고 부르기도 하며,
<겨자>의 씨보다는 매운 맛이 덜하다고 합니다.
- <겨자>와 같이 류머티즘, 신경통, 폐렴 등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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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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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첫댓글 성서에서는 겨자씨 비유가 나오는데 겨자씨 만한 믿음만 있어도 나중에는 큰 마무가 되어 새들이 깃든다고 하였습니다
씨 가운데 가장 작은 편에 드는 겨자의 생명력을 빗댄 것이겠지요. 미주나 유럽 국가를 여행하며 스테이크를 먹을 때 제공되는 것을 찍어 먹다 보니, 제법 인이 박힌 듯합니다. 우리 말에도 울며 겨자 먹기라고 꽤나 우리에게 친숙하군요. 학장님,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사실 크기로만 따지면 겨자씨보다 작은 씨들이 무척 많은데, 성서에서는 아마도 겨자가 사람에게 친숙한 식물이라서 그렇게 예를 든 것이 아닌가 하고 이해합니다. 겨자씨는 깨알 정도의 크기인데, 우리 말에도 "깨알 같다"라는 표현이 있는 것을 보면 작은 것에 대한 느낌이나 표현이 비슷하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저도 겨자를 무척 좋아하는데, 그래서 냉면을 먹을 때 겨자를 듬뿍 넣었다가 눈물을 흘리곤 합니다. 이것이 아마도 진정한 "울며 겨자 먹기"가 아닌지요? ㅎㅎ
가을에는 자기 나이 한살 먹는거 서러워 하면서 낙엽 떨어지는걸 아름다워하니, 자연에서 느끼는 세월은 무심하고, 자신에게서 느끼는 세월 서러워하니, 그러기에 뒤 돌아보며 아쉬워하는것은, 귀하게 보내고 마음으로 고마워하며 살아가야하는데요..가을이되면 잎과가지를 연결하는 잎자루 끝에 떨겨를 만들고 물과 양분이 지나가는 길을 막아 잎자루가 가지에서 떨어지죠..차디찬 겨울을 버티기위해서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들은 이내 가슴들을 술렁이게 하니 자연인듯 사람인듯 매 한가지죠..바스락 바스락 낙엽밟는 소리로 올 가을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더불어 은행잎을 잘 말려서 구석진 곳에 두면 바퀴벌레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어릴 때는 낙엽 속에서 뒹굴며 그 포근하고 따스함을 느끼고, 젊을 때는 단풍의 아름다움과 낙엽 밟는 소리를 즐기고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잎을 모두 떨어뜨린 나무들이 이듬해 봄이면 다시 푸른 생명으로 태어남을 경이의 눈으로 봅니다. 식물들의 오묘하고 신비한 능력에 점점 빠져 듭니다. 은행잎은 의약품 원로로도 쓰인다고 하니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은행나무의 위대함에 새삼 놀랍니다.
겨자 얘기군요. 냉면에 꼭 넣어야 맛을 돋구지요. 어렷을적 겨자는 색갈도 짙고 더 뻑뻑해서 잘 풀어지지않아 고기 덩인줄 알고 몇번 십었다 혼이 난 후로 그닥 가까이 하지 않고 양장피에도 조금만 풀어 먹는 습관이 있습니다. ㅎㅎ 엊그제 결혼 기념일에도 우래옥에서 냉면을 가족들과 함께 했는데. 찬 육수를 더 넣고 겨자와 다데기를 넣어 육수의 깊은 맛을 더욱 더 깊고 맛깔나게 하더군요. 날이 차져 그런지 면도 훌륭하더라고요.
제가 어릴 적에 보던 겨자는 말씀대로 생김새가 좀 뻑뻑하고 촌스러워서 우리나라 토종 향신료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핫도그에도 넣어 먹으며 영어로 "Mustard"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Mustard"라는 말이 왠지 무척 멋있게 들려서 더욱 즐기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냉면 먹을 때는 지나칠 정도로 많이 넣어서 눈물을 흘리며 먹습니다. 우래옥을 자주 가시던데 예전에는 좀 서민적이었는데 요즘은 고급스러워져서 덜 가게 되는군요. 우래옥은 상호의 뜻도 멋있고 미국에도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