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좌부율장 서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여우가 양고기를 굉장히 좋아하고, 살구씨 기름의 향을 무척 좋아한대요. 그래서 인도 사람들은 여우를 사냥할 때 양고기를 다져가지고, 물론 그 안에 독약을 넣고.. 거기에 살구씨 기름을 발라서 여우가 다니는 길목에 놓아둔대요. 그런데 여우가 왜 여우겠어요. 딱 보고 눈치를 채는 거죠. '왜 뜬금없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름을 바른 게 왜 내가 좋아하는 길목에 놓여 있겠는가?' 안다는 거죠, 미끼라는 것을.. 그렇게 알면 안 걸려들어야 하는데, 상당수의 여우들이 알면서도 걸려든다는 겁니다.
먹으면 죽는 걸 아는데 처음부터 덥석 물리는 없죠. 처음엔 그냥 간대요. '아 저건 사람들이 나를 잡으려고 놓은 거다.' 그런데 유혹이 너무너무 강하니까 생각을 하는 거예요. '냄새 한 번쯤 맡는 건 괜찮겠지..' 사실 괜찮지요. 여우는 이런 생각이에요. '너무 유혹이 강하니까.. 냄새를 맡으면, 그 유혹을 떨쳐버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냄새도 안 맡은 상황에서도 떨치지 못한 유혹인데, 냄새를 맡고 어떻게 떨쳐 버릴 수 있겠어요? 그런데 여우는 냄새만 맡고 그냥 간대요. 냄새만 맡는 게 목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가다 말고 또 생각을 합니다. '혀끝 한 번만 대보는 건 괜찮지 않을까?' 그래서 다시 돌아와서 입을 대는 겁니다. '요만큼만 먹는 건 괜찮겠지? 죽지는 않을 거야.'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먹다가 치사량을 넘어서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다' 하면서 결국은 다 먹어버린다는 겁니다.
사람이 욕심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도 이와 같아요. 처음부터 그렇게 얼토당토 않은 유혹의 구렁텅이에 빠지지는 않아요. 처음에는 거절하다가.. '요정도는 괜찮겠지'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말려들어 가다가.. 이제는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단계로 가고 그러면 감각도 완전히 마비되고.. 이런 걸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고 표현합니다. 올라탄 이상 뛰어내리면 잡아먹히는 것이고 끝까지 가보면 어디까지 갈지는 몰라도 '그러나 여기서 뛰어내려 죽을 수는 없다' 이렇게 되는 거예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러니까 '요정도까지는 괜찮다' 하는 그 생각을 끊어야 합니다.
'나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도 위험해요. 무단횡단을 해봐도 아무 일 없잖아요? 그러나 그런 습성을 가지고 있는 한, 언젠가는 당한다는 거죠. 그리고 당하면 치명적이라는 것이죠.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표현도 바로 이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요정도쯤.. 짧은 거리는 옷이 젖지 않아요. 그러나 어느 정도 가다보면 옷이 푹 젖고, 그 옷은 도저히 입을 수 없는 게 되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