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기 통일과 법률 아카데미 수료 후기
충북대법학전문대학원 1학년
김지연
새해 새날을 맞은 흥분이 채 가시기 전인 1월 6일 상쾌한 오전에 대검찰청 DFC 6층에서 ‘제1기 통일과 법률 아카데미’ 출범식이 열렸습니다.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가 통일 이후 법제통합 업무를 대비하기 위한 통일법제 전문가 양성프로그램으로 마련한 이번 아카데미에는 법학전문대학원생, 사법연수원생 등 예비법조인과 현직 변호사님들을 그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첫 날 대강의실에서는 프로그램 출범의 취지 및 소개와 축사가 이어졌습니다. 이미 안면이 있는 통한법전 회원분들뿐만 아니라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같은 자리에 있으니 깊이 교제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동질감과 친밀감이 느껴졌습니다. 60명이 각 조에 10명씩 총 6개의 조가 편성되었고 각 조마다 가장 연장자인 변호사님들께서 조장을 맡아주셨습니다. 이후 공식일정과는 별도로 조별로 자유롭게 모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통일과 법률 아카데미는 통일법제 입문과정을서 강의와 기관방문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미 소개되었던 것처럼 총 10개의 강의가 있었는데, 강의의 제목과 강연자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제1강 통일과 법조인의 역할 (최기식 법무부 통일법무과장)
․ 제2강 북한법의 형성과 전개 (박정원 국민대 법학대학 교수)
․ 제3강 남북한 합의 법제 방식에 의한 남북 교류협력법제 구축 방안 (이찬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 제4강 북한의 대외경제개방법제 개관 (권은민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 제5강 남북관계의 발전과 남북합의서 개관 (이효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제6강 개성공단과 금강산 법제 현황과 전망 (김광길 수륜아시아 법률사무소 변호사)
․ 제7강 통일 후 남북한 법제통합의 이론과 실제 -북한지역 몰수재산 처리 법제를 중심으로
(김병기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제8강 북한이탈주민 관련 법체계와 정책 (구병삼 통일 정착지원과장)
․ 제9강 북한주민의 법적지위와 남북 주민사이의 가족․상속에 관한 법적 쟁점 고찰
(신영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제10강 통일과정에서 발생하는 국제법적 쟁점과 해결방안 (한명섭 법무법인 한미 변호사)
첫날 배부된 책자에는 매 강의와 관련된 논문과 자료가 수록되어 있어 미리 강의의 개요를 그려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강의 이후에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질의응답시간이 이어졌는데요, 너나 할 것 없이 열띤 질문을 던져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저희 통한법전 회원들도 모두 열심히 다각도의 시선으로 강의 이후 질문을 던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첫 강의는 법무부 통일법무과의 최기식 과장님이 ‘통일과 법조인의 역할’이란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통일은 반드시 될 수밖에 없고 되어야만 한다는 확신에 찬 열변의 열정이 뜨거운 에너지가 되어 가슴 속에 마구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통일 후 남북이 수많은 법적 문제를 양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로서는 통일을 대비한 법률, 사법통합 등 업무를 담당할 법률전문가가 많지 않고 이를 위한 체계적 프로그램도 부족한 상태라는 점에서, 이 과정을 이수한 우리들이 통일한국호를 잘 이끌어 나갈 첨병이 되어주길 바란다는 말에 무한한 책임감과 사명의식을 느꼈습니다.
그밖에 특히 관심이 갔던 부분은 통일 전후 북한의 부동산 문제와 가족․상속에 관한 문제들이었는데요, 제7강과 제8강을 통해 통일 전후 법치주의가 제대로 안착되지 않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각종 토지 문제와 이혼, 재혼, 상속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을 예상해 보며 구체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강의가 오전에 있다보니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나오기 마련이었는데요. 행사를 주관한 통일법무과에서는 그 점도 미리 신경써주셔서 강의가 있는 매일 아침마다 따뜻한 커피와 샌드위치, 머핀, 각종 쿠키 등을 푸짐하게 준비해놓으셨어요. 정말 풍성한 브런치 메뉴였습니다. ^^
강의가 모두 끝나고선 대검찰청 근처의 중식당에서 수료식 오찬을 가졌습니다. 수료식 오찬에서는 한부환 법무부 전 차관님을 비롯해 통일부, 변협 등에서 여러 분들이 나오셔서 함께 자리하며 격려사와 축사를 연달아 해주셨습니다. 이후 통한법전의 김행재 회장님을 비롯하여 신상은 학우님, 그리고 저 등이 수료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강의 일정이 마무리 되었고요. 14일부터는 기관방문 일정이 이어졌습니다. 첫 날 방문한 기관은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사무소인 안성 하나원과 탈북 청소년들이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인 한겨레 고등학교였습니다. 한겨레 고교방문 시에는 북한청소년 세 명과의 대화시간이 있었는데요, 세 학생 모두 나이에 비해 의젓하고 성숙하였습니다. 그들이 꿈꾸는 통일한국에서의 장래희망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별을 고하였습니다. 저희가 차후 여력이 된다면 탈북청소년들과 연계하여 멘토-멘티를 이루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기관방문 둘째 날의 목적지는 바로 다름 아닌 판문점이었는데요. 통일대교를 지나 비무장지대에 들어설 때의 분위기가 사뭇 다른 때와는 달리 날선 긴장감으로 채워졌습니다. 휴전협정, 도끼만행 사건 등 판문점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철통같이 삼엄한 경비 속에서 이동하여 언론을 통해서만 보던 판문점 중감위 회담장에 들어섰습니다. 허락된 짧은 시간동안 기념촬영을 하며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남과 북의 경계가 없는 곳, 그러나 그 어느 곳보다도 분단의 긴장감과 적대감이 흐르는 그곳이었습니다. 언제쯤 이 곳을 사람들이 관광객이나 견학생의 신분이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유롭게 오가게 될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이후 점심 식사를 마치고 제3땅굴을 방문하였는데요. 직접 그 좁고 긴 땅굴을 힘겹게 들어갔다 나오고 보니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얼른 통일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과 북한 땅은 당시 제가 서 있는 곳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웠지만 심리적으로는 먼 곳 같아보였습니다. 우리네 농촌 풍경 같은 그곳 한 쪽 편에 우뚝이 솟은 김일성 동상에서 벽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번 아카데미 과정을 통해 배우고 깨우친 것, 얻은 것, 몸소 체험한 것.. 그리고 우리 통한법전 학회 활동을 통해 배워 나갈 것을 통해 그 벽을 상처 없이 무너뜨릴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그밖에 평가과제로는 각 강의 및 기관방문에 대한 소감문과 통일, 남북한 등에 관한 도서감상문과 통일법제 중 관심분야에 대한 연구계획서 작성이 주어졌습니다.
차후 계속해서 아카데미가 있을 예정이고 입문과정을 수료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화과정이 개설될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관심있으신 분들께서는 지속적으로 이쪽에 안테나를 세워두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약 열흘 간의 통일과 법률 아카데미 과정을 통해 통일법제와 관련도어 다룰 수 있는 기본적인 연구주제들에 대해서는 모두 한 번씩 언급이 되었습니다. 기관방문 역시 책을 통해서는 결코 알 수 없는 지금의 남북한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생생히 체험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제 그 뼈대를 토대로 살을 채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참으로 얻은 게 많은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첫댓글 김지연 회원님 '1기 통일과 법률 아카데미' 후기 감사합니다. '1기 아카데미'는 강연, 기관 방문 등 모든 면에서 정말 유익한 프로그램이었고, 특히 한겨레고등학교 방문해서 만난 이탈민 청소년의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이탈민 청소년이 크리스마스 트리에 붙인 소원
소원을 적은 카드
카드
지연아~~~~상세한 후기 고마워!!
아침에 일찍 나오는게 쫌 힘들긴 했지만...ㅋ
저두 이번 프로그램 통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서 무척 좋았습니다 ㅎ ^^
오.. 지연아.. 글 잘봤다.. 난.. 벌써 투썸 커피가 그리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