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주(蒸溜酒)
증류주(蒸溜酒)란 곡물이나 열매를 이용하여 만든 발효주를 알코올의 끓는 점을 이용하여 증류한 것으로 노주(露酒)·화주(火酒)·한주(汗酒)·백주(白酒)·기주(氣酒)라고도 합니다. 이것은 술의 종류라기 보다는 증류주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색이나 특성에 따라 이름 붙여진 것으로 모두 증류주를 의미한고 보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증류주는 관서감홍로주, 내국홍로주, 보리소주, 사철소주, 찹쌀소주 등의 술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증류주는 발효주를 빚는 주재료에 따라 그 이름이 달라지는데 포도주를 증류한 술이 브랜디,맥아를 이용하여 만든 맥주를 증류한 술은 위스키라 하고 맥시코에서는 아가베를 이용한 발효주 풀퀘를 증류한 것을 메즈칼(데킬라)이라고 합니다. 이런 것 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쌀을 이용한 발효주를 증류한 것을 소주(燒酒)라고 하는 것입니다.
또한 증류주는 알코올의 끓는 점이 물보다 낮은 점을 이용하여 만든 것으로 대부분의 증류주는 이러한 원리로 만들어 지게 됩니다. 맨 처음 증류하여 나오는 술의 알코올 도수는 매우 높으며 시간이 지날 수록 물이 많이 포함되어 알코올 도수가 낮고 쓴 맛을 내는데 이렇게 처음과 끝에 나오는 증류액을 모으게 되면 보통 알코올 도수가 40도 정도의 증류주를 얻을 수 있으며 한 번 더 증류를 거치면 80도 이상의 증류주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주를 만들 때 소줏고리를 이용하는데 그 원리는 솥에 술을 붓고 그 위에 소줏고리를 올려 놓습니다. 그리고 솥에 열을 가하여 소주를 내리는 방법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옥구조의 변화로 일반 가정에서는 소주를 내리기 힘들어 졌으며 이러한 이유로 질 좋은 소주가 점차 사라져 가고 값싼 알코올을 넣어 물과 인공감미료등을 넣은 희석식 소주가 우리의 안방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일반 가정에서도 증류주를 내릴 수 있는 도구들이 개발되어 손쉽게 소주를 제조하게 되었으며 이것으로 인하여 다양한 소주들이 공장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질 좋은 증류주가 나와서 세계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술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주는 바로 먹는 것 보다는 가급적 오랫동안 술독이나 술을 보관할 수 있는 용기에 넣어 숙성을 시킨 다음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가정에서 소주를 내릴 때에는 가급적 탁주 술보다 맑은 술을 이용하고 항상 불조심을 해야 합니다.
혼성주(混成酒)
혼성주(混成酒)란 발효주를 빚을 때 증류주를 넣어 함께 빚는 술로 발효주의 장점과 증류주의 장점을 살린 과하주(過夏酒)가 그 대표적인 술이라 할 수 있다. 과하주는 발효주가 알코올 도수가 낮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없는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도수가 높은 소주를 첨가하여 발효주의 알코올 도수를 높인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발효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아져 오래 보관 할 수 있으며 소주의 독한 맛은 발효주와 잘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과하주는 1650년경 <음식디미방>에 처음으로 기록되어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1200년대 증류주 제조법이 들어오고 1400년 전.후로 소줏고리가 개발되어 점차 소주의 대중화가 이루어 졌으며 드디어 1650년대에 와서 증류주와 발효주를 혼합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최초의 제조법이 우리 조상들에 의해 만들어 지게 되는 것입니다.
1600년 이후로 수 많은 문헌에 과하주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만 봐도 이 술이 얼마나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은 술인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과하주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오래 보관 할 수 있드는 장점 이외에 소주를 첨가하기 때문에 술의 실패가 줄어들고 술을 다 만들었을 때 그 맛과 향이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단점을 찾기 어려운 술이라 생각합니다.
과하주의 빚을 때에는 순곡주를 빚는 초기에 소주를 넣는 방법과 끓어 올라 식힌 후 3일이 지났을 때 소주를 넣는 방법등 과하주의 제조법은 크게 6가지 정도가 문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술독'자료실'에 그 제조법이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일반 가정에서 과하주를 빚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순곡주를 빚는 것 보다 훨씬 쉬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발효시 소주를 첨가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20도 전.후가 되어 잡균으로의 침입을 막아 술이 다 될때까지 안정된 발효를 할 수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술을 빚었는데 실패하거나 소주를 내릴 술을 만들어 증류한 술을 모와두었다가 과하주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과하주 이외에도 흔히 "칠출주"라고 하는 증류주에 인삼이나 각종 과실의 열매 등을 넣어 약재의 효능을 얻기 위한 술도 혼성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일반 가정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혼성주 대부분은 희석식 소주를 이용하여 약으로 사용하기 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따라서 좋은 혼성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술을 증류하여 높은 알코올 도수에 약재나 과실 등을 넣어 숙성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혼성주(混成酒)
술이라는 것은 쌀을 많이 찧고 씻는 것이 으뜸이며 하룻밤 담그었다 찌는 것이 좋고 차게 식힌 다음에 담그는 것이 좋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술 담그는데 '백세침숙대냉 (百洗浸宿待冷:백 번 씻고 하룻밤 담그어 차게 식힘)' 이라는 여섯 자의 법을 지키면 제일 좋다 하였다. 여섯 자는 이미 말한 것처럼 이 다음의 술쌀을 백 번 찧고 백 번 씻으라 한것을 어찌 백 번까지 하겠는가. 아무쪼록 여러 번 찧고 여러번 씻으라 한 것이니 술이 좋게 되는 것은 여러 번 씻어야 술이 맑고 좋게 되는 것이다.
술은 별수 없이 쌀을 잘 씻고 좋은 누룩을 볕에 안 쬐고(그늘에서 말리고) 잡물을 없애 좋은 물에 법대로 담그면 백발백중 좋지만 가끔 많이 틀리는 것은 덥고 찬 것을 잘못 맞추어 그러한 것이며 옛 사람들이 온도계를 보아가며 만들어서 다음 사람에게 전하지를 않았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법대로 만들고 춥고 더움을 잘 맞추어 익히면 술맛도 좋고 도청(탁한 액체를 가라앉혀서 말갛게 만듬)도 잘 되고 오래 변치도 않고 빛도 말고 몸에 자양이 되는 것은 세계에 으뜸 이니 부디 법대로 담그고 차고 더움을 잘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상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수록된 '술 담그는 법'에 나오는 내용의 일부분입니다. 글을 읽어 알 수 있듯이 집에서 술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쌀을 잘 씻고 온도를 잘 맞추는 것' 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술 담그는 법'을 잘 지켜 술을 여러번 빚고 시행착오를 격다 보면 어느세 술과 하나가 돼 있음을 스스로 깨닿게 될 것입니다.
술을 처음부터 잘 만들려고 하지 말고 중요한 것은 잘 만들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버릴때까지 자신이 술이되고 술이 자신이 될때까지 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이 빚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실패없이 좋은 술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언제나 우리 "술독"은 여러분이 '진짜술'을 만들 수 있도록, 좋은 '참고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성원이 "술독"을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 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좀 더 좋은 '참고서'로서의 역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