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야 본선(宗谷本線)의 종착역 왓카나이(稚内)역에 도착한 여기. 기왕 여기까지 온김에 아예 일본 최북단의 땅을 찾아 가봅시다. 바로 소야미사키(宗谷岬), 소야 곶이라고 하는 곳이었는데요. 왓카나이역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다시 50분... 거의 해안도로를 따라 쭉 달려오던 버스는 더이상 북쪽으로 더 갈수 없는 곳. 소야미사키 정류장에 도착하였습니다.
버스가 도로변의 정류장에 정차하고, 소야 곶을 보기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던 많은 승객들이 모두 하차하였습니다. 도착 시간 오후 2시 20분. 다시 왓카나이역 방면으로 가는 버스가 정류장에 3시 20분에 도착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딱 1시간을 이곳에 머무를 수 있겠네요. 이게 왓카나이역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이기도 하고... 삿포로행 특급열차 출발시간도 있기 때문에 놓쳐서는 아니되겠습니다ㅎㅎ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일본 최북단의 비. 도로변에 있는 주차장을 건너 이 비석이 있는곳까지 가면 정말 더 올라갈 수 없는 '일본 최북단에 존재하는 인간'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게 됩니다. 1억 2천의 정점에 위치한 자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일본최북단의 땅 비석. 이미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다 이쪽으로 와 있습니다.
실은 '진짜' 일본 최북단의 땅인 소야 곶 앞바다의 벤텐지마(弁天島)라는 섬이 있습니다. 여기서도 바로 보이는데요. 작은 바위섬이기 때문에 따로 접안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추운 바다를 헤엄쳐서 가는게 아니면 저 섬에 발을 딛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최북단의 비석은 이곳 소야 곶의 끝에 세워 놓았습니다.
바로 앞에서 바라보는 일본 최북단의 땅 비석. 일단 주변 사람에게 부탁해서 돌계단을 올라 인증사진부터 찍었는데요. 이 인증사진을 찍는 잠깐동안 제가 정말 일본 최북단에 존재하는 인간이 된 것입니다ㅋㅋㅋ
날이 좋은 날이면 소야 곶에서 보인다고 하는 북쪽의 러시아 땅, 사할린. 이날 11월 10일은 오전내내 비가 오던 터라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왓카나이에 도착하면서 비도 그치고 전망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그 결과 이렇게 사할린 땅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네요.
그 와중에 주차장에 전세관광버스가 도착하더니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습니다. 어차피 비석앞에서 볼 것은 다 보았으니 다음으로 볼 것을 찾아 물러납니다.
소야 곶의 뒤편, 도로 건너편에는 낮은 언덕이 하나 있는데요. 이곳에도 놓칠수 없는 것들이 있어 한번 올라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점점 올라가면서 보이기 시작하는 소야 곶의 전체적인 풍경들.
신기해서 다시 한번 촬영해본 러시아 사할린. 전 편에서 언급했듯 사할린은 우여곡절이 많은 근현대사를 보냈는데요.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1905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는 1945년까지 사할린 섬의 남쪽 반(북위 50도선 이남의 땅)을 가라후토(樺太) 지역이라 이름붙여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치하쿠 연락선(稚泊連絡船)이 '국내 교통 연결'을 위해 이곳 왓카나이(稚内)와 저곳 오도마리(大泊), 지금의 코르사코프 사이를 운항했었지요.
언덕을 올라오면 눈에 띄는 우뚝 솟은 탑이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저 앞에까지 간 뒤에 설명하겠습니다.
소야 곶의 언덕풍경. 뒤에 풍차가 달린 건물 하나가 보이는데요. 찾아보니 식당,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는 건물이라고 합니다.
정면에서 촬영해보는 탑. 그 이름은 기도의 탑(祈りの塔)입니다.
기도의 탑은 1983년 9월 1일에 발생한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에서 희생된 탑승자 269명에 대한 위령비로, 희생자들을 위령하고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1985년 건립되었습니다. 당시 소련군에 의해 격추된 대한항공기는 이곳 인근 해역에 추락하여 105명의 한국인, 62명의 미국인, 28명의 일본인을 포함한 269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전원 사망한 바가 있습니다.
탑의 앞에는 희생자들의 명단, 일본 내 유족이 남기는 메시지, 그리고 해당 사건을 설명하는 비석이 각각 세워져 있습니다.
기도의 탑 앞에 서서 잠시 묵념을 하고 갑니다. 옛날 비행기를 격추시킨 자들의, 지금 전쟁을 일으킨 자들의 땅이 보이는 이곳 소야 곶에 세워진 탑. 그 뜻대로 세계 인류가 평화롭기를.
이제 다시 소야 곶의 언덕에 조성된 소야곶 공원의 풍경들을 조망해봅니다. 아까 보았던 식당 건물이 있구요...
세계 평화의 종이라고 이름붙여진 종이 보입니다. 워낙 바람이 세서 가만히 놔두면 시도때도없이 울릴테니 잘 묶어서 포장해놓은 상태인 것 같네요.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러시아의 사할린. 몇번째 찍어보는건지 모르겠습니다ㅋㅋ 바다너머 외국땅이 보이는 곳...이라는건 참 신기한 것 같네요.
다시 아래로 내려온 여기.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왓카나이역으로 가는 버스가 올 시간이 가까워옵니다. 사실 바닷바람이 강한 이곳이 너무나너무나 추워서, 겨우 티셔츠에 후드티 하나입고 여기에 온 저를 원망하고 있던 즈음이었습니다... 따뜻한 점퍼는 이시간 삿포로 호텔에ㅎㅎ
최북단에도 존재하는 신사. 열려있는건가 뭔가 긴가민가해서 가보진 않았습니다..
놀랍게도 1시간 사이에 날씨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많이 끼어있던 구름들이 어딘가로 가버리고 푸른 하늘이 제법 잘 보이는 날씨가 된 것인데요. 이 포스팅의 맨 위쪽 사진들과 아래쪽 사진들을 비교해보면 한눈에 알 수도 있겠습니다.
아직 정신 못차리고 차디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풍경사진을 찍는 여기. 그 강풍올백이라고 아십니까... 제가 지금 그래요.
아무도 없을때 슬쩍 찍어보는 일본 최북단의 땅 비.
아마도 일본 최북단의 건물일..... 공중화장실입니다...
아쉽게도 화장실에 밀려 일본 최북단 건물이 아닌 그 옆의 푸른 건물. 유빙관이라는 이름의 전시시설과 기념품 가게 등을 겸하고 있는 듯 해요.
이제 버스에 타려는 사람들의 줄에 서서, 마지막으로 어느새 맑아진 하늘 아래의 소야 곶 풍경을 찍고 갑니다.
여기, 잠깐동안 최북단에 서다. 끝! 이제 삿포로로 돌아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