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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간계離間計, 쉽게 말해 이간질 전략이다.상대의 틈이나 약점을 이용해서로 싸우게 해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수법이다.
중국인들은 적과 싸울 때,내가 힘들게 위험을 무릅쓰며 공격하는 것은가장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한다. 힘들고 어려운 공격보다,간단한 말 한마디로 손쉽게,그러나 대단히 효율적으로 적을 무너뜨리는이간계가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중국인들은 이간계의 고수들이다.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에 투자하거나 비즈니스를 진행하면서,중국인들과 협상을 하지만 대부분 협상하는 과정에서,한국인들끼리 서로 싸우다가 손해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중국 측의 이간계에 너무 쉽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절대로 이간질에 넘어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그러나 “당신의 친구 A가 당신을 뒤에서 흉보던데 !”라고 누가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기분나빠하며 흥분한다.사실 여부를 확인하려고 하기보다“요놈이, 두고 보자” 라며 앙심을 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이간계는 귀가 얇은 인간의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전략이다.
기원전 630년.찐晉나라와 친秦나라가 연합하여 정鄭나라 수도를 포위했다.정나라의 왕 문공文公은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퇴직한 늙은 신하 촉지무燭之武를 불러 해결해 보도록 요청했다.
찐나라와 친나라는 모두 대국이었지만서로 사이가 나빠 자주 싸우는 사이었다.이번에 연합해서 정나라를 공격하는 것도겉으로만 연합일 뿐, 실제로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출동한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아는 촉지무는두 나라가 서로 암투하는 알력관계를 교묘하게 이용했다.그는 먼저 친나라의 왕을 찾아가 말했다. “찐晉친秦 두 나라 연합군이 정나라를 공격하면 정나라는 망합니다. 그러나 정나라가 망하면 친나라에 좋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왜냐하면 지리적으로 친나라와 정나라 사이에는 찐나라가 가로막혀 있는데,친나라가 찐나라 영토를 넘나들며 정나라를 지배할 수 있겠습니까?이득을 보는 것은 찐나라 뿐입니다.찐나라만 정나라를 차지해 힘이 더욱 강해지고,이에 비해 친나라는 힘이 약해지게 됩니다.”친 왕이 이 말을 듣고 계속 고개를 끄떡이며 수긍했다.
이때 촉지무가 친 왕 앞으로 한발 다가가 말했다.“대왕께서 정나라를 살려 주시면,대왕의 사신 使臣들이 정나라에 왕래할 수 있도록 모든 협조를 다 해드리겠습니다.”이 말을 들은 친 왕은 단독으로 정나라와 평화조약을 맺었다.찐나라는 혼자만의 힘으로 정나라를 공격하기 어려워서결국 군대를 철수시키고 말았다.
이렇게 촉지무는 찐, 친 두 나라의 암투와 이해관계를 이용하여,두 나라의 연합을 와해시킴으로써,친나라가 연합을 깨고 스스로 공격을 포기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촉지무의 이간계 전략으로 정나라는 전쟁의 재앙을 미리 막았다.
중국인들은 이간계 전략을 외국과의 협상에서도 능숙하게 사용한다.상대국의 협상자들이 의견차이로 내부 분열을 일으키도록,이익이나 압력, 미끼,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하여 서로 싸우게 만든다. 손자병법 - 이간계離間計 ; 가장 쉽게, 가장 크게 이기는 방법
손자병법(孫子兵法) 1篇 <시계편(始計篇)>
시계편은 <손자> 13편의 총론으로 병법의 기본서이다.
<시계>란 최초의 근본적인 계획이란 뜻이다. 여기서는 전쟁에 대비하는 다섯가지 기본요건을 제시하였고, 다시 이 기본 요건의 어느 쪽이 더 우수한가를 분석, 검토하기 위한 일곱 항의 비교 기준을 설정하였다.
(1) 전쟁이란 사생의 땅이요, 존망의 길이다
孫子曰(손자왈) 兵者(병자)
國之大事(국지대사)
손자가 말하기를, 병(兵)은 나라의 대사(大事)로서,
死生之地(사생지지)
存亡之道(존망지도)
사생(死生)의 땅이요,
존망(存亡)의 길이니,
不可不察也(불가불찰야)
살피지 않을 수가 없다.
* 전쟁이란 그 나라로서는 중대사로 많은 사람들의 생사가 걸려있을 뿐만 아니라, 나라가 존속하느냐 멸망하느냐 하는 점까지 문제시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신중하게 고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첫머리 문장은 손자의 전쟁관을 뚜렷하고 명쾌하게 밝힌 것이다.
현재 세계각국이 평화를 유일한 인간 목적으로 삼고 전쟁을 기피하는 방도를 강구하고 있는 것도 결국에는 전쟁이 사생지지(死生之地)이고 존망지도(存亡之道)라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각국은 군비에 혈안이 되어있는데, 예링이란 사람이 지은 <권리를 위한 투쟁>이란 첫머리에서 그 까닭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법의 목적은 평화이고, 그것을 달성시키는 수단은 투쟁이다. 법이 불법측에서 침략해 오는데 대하여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될 동안에는---그리고 그것은 이세상이 존속하는한 끝없이 계속될---법은 투쟁을 피할수 없다. 법의 생명은 투쟁이다. 모든 국민의, 국가 권력의, 계급의, 개인의 투쟁이다」
법의 목적은 물론 평화이지만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은 투쟁의 형태를 취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이 존속되는 한 그것은 계속 된다고 하였다. 이렇듯 전쟁이란 커다란 약속에 얽매여 있는 것이므로, 손자의 소위 ‘살피지 않을수 없다’라는 말은 엄격하게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2) 전쟁을 하기 전에 오사와 칠계를 검토하라.
故(고) 經之以五事(경지이오사)
그러므로 이를 경영함에는 오사(五事)로써 하고,
校之以七計(교지이칠계)
이를 비교함에는 칠계(七計)로써 하여,
而索其情(이색기정)
그 실정을 찾는다.
* 전쟁은 국가의 중대사이므로 국내적으로는 다섯 항목에 대하여 충분히 측량하고, 대외적으로는 일곱 사항을 잘 계산하여 양쪽을 비교 검토함으로써 그 우열을 알아야 한다. 때의 기운을 타고 섣불리 일을 일으켜서는 안 되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본 조사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조사해야 할 것이 무엇이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오사(五事)와 칠계(七計)로 간추리고, 그 내용은 다음 항목에서 설명하고 있다.
(3) 오사(五事)란 도, 하늘, 땅, 장수, 법을 말한다.
一曰道(일왈도)
무엇보다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도의, 도덕이다.
二曰天(이왈천)
둘째는 하늘의 기상이고,
三曰地(삼왈지)
셋째는 지리(地利), 즉 지리적 조건의 이로움이며,
四曰將(사왈장)
넷째는 통솔하는 총지휘자의 선정이고,
五曰法(오왈법)
최후로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다섯 번째의 법제, 조직, 규율이다.
* 전쟁을 시작하려면 그 싸움에 대의명분의 유무가 문제시되므로, 이것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지 사리 사욕이 앞서 억지로 명분을 부가시켜서는 안 된다. 이것을 기업에 견주어볼때, 그것이 상업 도덕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 또 여러사람의 공동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되지 않는지 하는 점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사회복지가 되는 일인지 어떤지라는 것보다는 사회복지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일인지 아닌지가 문제인 것이다.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는 말과 같이 무슨 일에든 붙이면 다 핑계가 성립되고 일리가 있게 마련이다. ‘승즉장군(勝則將軍)’이란 말이 있으나, 이것은 법도 질서도 없는 혼란시대에 생겨난 말이아닌가 한다. 전쟁인이상 일부 사람들에게는 무고한 피해도 끼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소수인에 한하며 또 한정된 시간 동안의 일이므로 그것을 참고 견디면 훨씬 더 큰, 그러한 손해를 갚고도 남을 만한, 아니 그 몇 배의 보답이 오는 것이라야 하겠다. 말하자면 사회 정의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 그것이 도(道)이다.
다음은 하늘이다. 이것은 고대철학에서 발생한 우주법칙, 즉 만상을 지배한다는 음양설(陰陽說)에 따른 것이 아닌가 생각되나, 이 경우는 더 좁게 해석하여 천상(天像), 기후(氣候)라고 보아도 좋다. 인간이 생물인 이상 기상에 크게 지배를 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이것을 크게 해석하면 자연법칙을 경시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된다. 도(道)에 버금가는 중요한 사항으로서, 취급한 손자의 의도를 충분히 헤아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 하다고 하겠다. 물론 손오(孫吳) 시대의 천체 관측은 유치하기 짝이 없었겠으나, 현대에는 훨씬 우수한 기상학의 발달을 보고 있다. 현대 기업가로 태양 흑점의 소장(消長)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마 적을 것이다. 그래서는 안된다. 기업가의 필수조건으로 기상학에 대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말한 것이 둘째의 하늘이라 하겠다.
셋째는 땅이다. 이것 또한 중요한 지식으로, 간단히 말하면 지리를 안다고 해석해도 좋겠으나, 산악이나 구릉의 분포, 평지의 넓고 좁음, 하천이나 바다의 관계, 서남북의 방위등 자연지리학적인 조건이나 이들 자연환경에 위치하는 시설, 건조물, 상주집산(常住集散)하는 인구의 밀도, 교통등의 조건, 또 그들 상호간의 관계 등 인문지리학적인 지식, 또는 지반의 강약, 지질, 토지등 지질학적인 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조사연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넷째는 장수이다. 이 장수란 총지휘자, 총대장을 말할 뿐만 아니라 기업에서 말하면 회장, 사장, 중역, 간부사원, 공장장 등 모든 부하와 협력자를 거느리고 있는 조직의 장을 의미한다.
다섯째의 법이란 법제를 말한다. 곧 규칙을 뜻하며 질서를 가리킨다. 올바른 질서가 없는 곳에서는 원활한 운영을 바랄 수가 없다. 올바른 질서란 모든 활동을 속박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그것을 조장 시켜서 일정한 궤도에 올려 놓고, 혼란을 방지하는 것이다. 조직이란 활동력을 의미한다.
이상이 자기편의 조건으로서 열거한 오사(五事)이다. 도, 하늘, 땅, 장수, 법 이것이 병서 <손자(孫子)>의 머리말이요, 법론이다. 이어서 손자는 오사에 대하여 다음 장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4) 도란 함께 죽고 함께 사는 것이다.
道者(도자) 令民與上同意 (영민여상동의)
可與之死(가여지사)
도(道)란 백성으로 하여금 위와 더불어 뜻을 같이 하여 이와 함께 죽고,
可與之生(가여지생) 而不畏危也 (이불외위야)
이와 함께 살게 하여 위험을 두려워 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 뚜렷하게 일관된 도의란 국가적으로 볼 때는 국민이요, 사업에서 볼때는 조직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의 이신동의(異身同意)와 모든 사람의 판단을 일치시킨 일심동체로서, 죽음도 삶도 행도 불행도 모두 걸고 나서서 공동 목적을 향하여 전진시키는 것이다. 거기에는 명령을 받았으므로 마지못해 움직이는 행동은 없을 것이고, 일의 성패나 자기의 진퇴에도 절대 불안을 품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일국의 안위흥망(安危興亡)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을 경우, 약속이나 한 듯 ‘거국일치의 상하 마음을 하나로 해서’라고 목이 터지도록 외치며 떠들어 댄다. 그러나 이것은 일관된 도의, 즉 모든 사람에게 충분히 납득이 갈 만큼 올바른 도의의 근본이 없기 때문이다. 일제시대때 우리가 겪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일본 군부가 명분 아닌 명분을 내세워서 제멋대로 싸우다가 제멋대로 진것이며, 일반 국민들은 또 그들대로 우리는 알바가 아니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위 거국체제와 같은 형식상의 일치는, 강력한 억압을 가하면 표면으로는 형성될 것이다. 그것은 소나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갈수는 있으나, 억지로 물을 먹일수는 없는 것과 같다. 그러나 도란 같이 살고 같이 죽는다는 각오를 가지고 조금도 두려워 함이 없어야 한다.
(5) 하늘이란 음양, 한서, 시제이다.
天者(도자) 陰陽寒暑時制也 (음양한서시제야)
하늘이란 음양, 한서, 시제이다.
날이 새면 밝은 아침이 되고, 날이 저물면 어두운 밤이 되며, 풍우가 몰아치면 어둡고, 쾌청한 날은 환하고 밝다. 음양이란 이와 같은 명암에 어떻게 인간이 좌우되는가 하는 점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생각하면 된다.
다음의 한서란 글자 그대로 기후에 의한 온난, 한냉을 말한다. 혹은 더크게 보아 그것들을 포함시킨 사시(四時)의 기후 변천이란 뜻으로 해석해도 좋다.
시제란 이상의 음양, 한서를 시(時)로 보고, 이것에 적응시켜서 이를 이용하는 것이 제(制)라고 보는 해석도 있는 듯하나, 이것은 지구가 태양을 축으로 공전하는 시간인 365.24219일을 1년으로 하고, 하루를 24시간, 1시간을 60분할 하여 분초로 하는 시간의 제약이란 뜻으로 해석 해도 좋다. 물론 중국에서는 태양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달의 운행을 중심으로 한 태음력제(太陰曆制)였으므로, 손자가 생각 하였던 시제는 훨씬 다른 것이었는지도 모르나, 현재로서는 전혀 문제삼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근대산업에서는 음양,한서를 통풍,채광,냉난방 시설과 같은 것으로 분류하여 인공적 인위적인 조작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작업 능률과 사무 능률을 올리기 위하여 음양, 한서를 인체에 적응 하도록 조절하는 노력일 것이다. 이러한 조절의 고려란 그 직장 내에 한한 것으로서 한걸음만 밖으로 나가면 곧 형편(조건)이 달라지게 된다.
생물은 자연환경에 순응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이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환경에도 순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짧은 시간으로는 아마도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만들어진 환경이 자연 그것에서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그것에 요하는 시간은 길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인공과 자연의 양쪽 환경에 따라 생활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 둘에 적응하는 생리적인 조절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근대에서는 ‘천(天)’이라는 것을 두가지 형태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최후의 시제(시제)라는 것도 이를 시간의 제약이라고 해석한다면 노동 시간과 생산 능력이라는 문제로까지 확대발전하게 된다. 혹은 사회 정책적으로 노동인구와 고용이라는 점까지 포함하게 될 것이다.
(6) 땅이란 원근, 험이, 광협, 사생이다.
地者資(지자)
遠近險易廣狹死生也 (원근험이광협사생야)
땅이란 원근, 험이, 광협, 사생이다.
땅은 멀고 가까운 지역이나 거리 또한 간격을 말하며, 험이는 험조하거나 평활한 장소를 말한다. 그리고 광협은 넓거나 좁은토지를 말하며,사생은 사지(死地)와 생지(生地)를 뜻한다.
원근, 험이, 광협까지는 범론(汎論)에 해당되는 것으로, 앞서 해석한 대로 지질학적인 지식이지만 단지 학문적, 학술적인 지식에서 끝나서는 안된다. 그것이 사지로서 나아갈 수도 없고 물러설 수도 없어서 마침내 죽음을 결판내야 할 결전(決戰)의 땅인지 혹은 생지(生地)로서 기사 회생의 땅인지를 충분히 활용하여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말하자면 이것이 땅에 대처하는 육감이라고 할 것이다.
(7) 장수란 지신인용엄을 갖춰야 한다.
將者(장자) 智信仁勇嚴也 (지신인용엄야)
장수란 지신인용엄을 갖춰야 한다.
관리, 주무, 통솔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먼저 그일에 대한 깊은 지식이 필요하고 다음은 신의인데 신의의 근본은 성실일 것이다. 그 다음은 인(仁)으로서 인은 도덕의 추기(樞機)이며, 인생의 달도(達道: 고금동서를 통해 행해져야 할 도덕. 오륜의 도)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자비심을 베푸는 애정이다. 용(勇)은 용기, 용맹심으로서 난관에 부딪쳤을때 굴하지 않는 투혼이다. 끝으로 장수로서의 엄함이다. 일시적인 타협을 용서하지 않는 마음의 계율의 엄중함을 말한다.
하연석(何延錫)이란 사람이 말하기를, "지(智)가 아니면 적을 요량하여 기(機)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 신(信)이 아니면 아랫 사람을 훈도하여 이끌지 말아야 한다.인(仁)이 아니면 무리를 이끌어서 사(士)를 위무하지 말아야 한다. 용(勇)이 아니면 꾀를 써서 싸움을 하지 말아야 한다.엄(嚴)이 아니면 강(强)으로 굴복시켜서 무리를 다스리지 말아야 한다.이 오재(五才)를 완전히 함이 장수의 기본이다" 라고 하였다.
이는 장수로서의 다섯 가지 자격 조건이다. 이 조건 중에 하나만 빠져도 모든 통솔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또 그 중 하나만이 뚜렷하게 뛰어나 있어도 곤란하다. 이 다섯가지가 원만하게 서로 관련 짓고 혼연 일체가 되어 하나의 인격으로서 작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섯 가지 조건중에는 모순되어 서로 반발하는 것도 있다. 이를테면 지와 용이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이있듯, 모른다는 것은 강한것이다. 또 지나치게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빨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러나 모르기 때문에 강한 것은 진정한 용기가 아니다. 또 인과 엄은 간혹 양립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떠한 부정에 대해서도 관대(寬大) 이외의 태도를 취하지 못하는 것을 올바른 인이라고 볼수 없다. 넓게 보는 엄은 그대로 인에 통하는 것이다.
(8) 법이란 곡제, 관도, 주용이다.
法者(법자) 曲制官道主用也(곡제관도주용야)
법이란 곡제, 관도, 주용이다.
이 법의 항에서 곡제(曲制), 관도(官道), 주용(主用)이란 자구(字句)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어서 해석도 구구하나, 곡제의 곡(曲)은 상세하다는뜻을 나타내는 위곡(委曲)의 곡과 같은 것으로서 군대의 대, 중, 소의 세밀한 편성과 그 명령계통이란 내용을 지니고 있다고 해석해도 좋다. 관도는 그 곡제, 즉 조직편성의 병력계통이다. 넓게 풀이하면 그복무규율까지도 포함된다. 주용은 군대에서 쓰이는 병기, 탄약, 식량 등이니, 기업으로 말하자면 자재, 공구, 용도품 같은 것에 해당된다.
곡제를 기업체에 비유해서 말하면, 본사, 지사, 사업장, 부, 과, 계와 같은 사업분담의 조직이다. 때로는 한 사업체 안에서 그 업무 분담의 세력권으로 분쟁이 생기고, 책임전가가 일어나는 사태가 벌어지는 수가 있다. 또 당연히 있어야 할 부서의 설치를 등 한시하였기 때문에 예측치 못하였던 손실을 누적시키는 경우도 있고, 관념적인 부서의 배치로 인하여 멀거니 눈을 뜨고 헛된 시간과 수고를 낭비하는 수도 많다.
또는 명령 계통이 무시되어 거쳐야 할 곳을 거치지 않고 껑충 뛰어넘어 가는 수도 많다. 그렇게 되면 책임의 소재가 애매모호하게 되는 일도 생긴다. 그와는 반대로, 계통이 지나치게 번거로우면 상부의 의사가 도중에서 희미해 지거나 변조될수 있으며, 전달이 늦어질수도 있다. 이와같은 일들은 곡제의 불비와 불완전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군(軍)이나 기업체가 그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활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은 곡제가 적당한지 부적당한지에 따르는 수가 많다.
(9) 오사(五事)를 아는 자는 승리하고 모르면 패한다.
凡此五者(범차오자)
將莫不聞(장막불문)
무릇 이 다섯 가지는 장수로서 들어 알지 못하는 자가 없을 것이다.
知之者勝(지지자승)
不知者不勝(부지자불승)
이를 아는 자는 승리하고, 모르는 자는 승리하지 못한다.
다섯 가지, 즉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에 대한 것을 장수로서 모르는 자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상식이지만 진정으로, 그 참뜻을 알고 있는지에 따라서 승패가 갈린다. 그것을 진정으로 알고 있는 자는 승리하고, 표면적인 상식으로만 알 뿐 참된 이론을 체득하지 못한 사람은 승리를 얻을 수 없다.
여기까지 읽은독자들은 마음속으로 ‘뭐야, 뻔한것만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구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리는 언제나 평범한 곳에 있는 법이다.<손자>의 병법이라고 해서 무슨 기상 천외한 것이 튀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내심 낙담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손자>의 진가는 점차 이조항에서 그 편린을 보이기 시작한다.
"장수로서 들어 알지 못하는 자는 없다. 이를 아는 자는 승리하고, 모르는 자는 승리하지 못한다" 하고 솔직하게 갈파하고 있다.
‘알고있다. 이해하고 있다’는 것과 자세한 이치는 몰라도 뼛속까지 그 진리가 새겨져 있어서 일을 당하였을 때 부지불식간에 이 법칙에서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처럼 골수에 새겨져 있는 것을 근성이라고 한다.
지식이 성질화된 사람과 그저 지식으로서 몸에 지니고있는 사람이 서로 맞붙었을때 과연 어느 쪽이 강할까. 두말할 나위 없이 뻔한 일일 것이다.
(10) 오사를 비교하는 데는 계(計)로써 하라.
故交之以計(고교지이계)
그러므로 이를 비교하는 데는 계(計)로써 하여,
而索其情(이색기정)
그 실정을 찾는다.
따라서 이들 아군으로서 필요한 다섯가지 조건이 완전히 갖추어져 그것이 만족할 만한 상태라고 생각될때는 앞으로 설명할 일곱가지 조건에 맞추어서 적과 아군의 우열을 자세하게 비교 검토한다. 그렇게 하면 실전을 벌이지 않더라도 그 승패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적어도 사전에 결단을 내릴 수 잇는 대략의 어림은 잡힐 것이다.
이 조항은 별로 장황한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 같다. 이제까지 말한 오사(五事)의 충실도를 관찰하면, 그것이 실마리가 되어 실제로 어느 정도의 능력이 될지 앞으로 말할 일곱 가지 항목과 비교하여 음미,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실정을 찾는다’에서 실태를 추정할 수 있다. 이 경우 경쟁상대를 목표로 하여 논하고 있는데, 다음 항의 칠계에서는 다소 생각하는 바를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상대를 새로운 사업 계획으로 적용해 보는 것 또한 재미있을 것이다.
(11) 오사(五事)를 정확히 비교, 검토하라.
曰主孰有道(왈주숙유도)
將孰有能(장숙유능)
말하자면 주(주)는 어느 쪽이 더 도의적인가. 장수는 누가 더 능한가.
天地孰得(천지숙득)
法令孰行(법령숙행)
천지는 누가 더 얻고 있는가. 법령은 누가 더 잘 운용하고 있는가.
兵衆孰强(병중숙강)
士卒孰練(사졸숙련)
병중(병중)은 누가 더 강한가. 사졸은 누가 더 훈련되어 있는가.
賞罰孰明(상벌숙명)
吾以之知勝負矣 (오이지지승부의)
상벌은 누가 더 공명한가. 나는 이로써 승부를 안다.
이하 일곱가지 항목은 전부 피아(彼我)의 비교 검토이다. 주(主)는 원문에서는 임금이라는 뜻이겠으나, 주체라고 생각해도 좋을것이다. 특히 기업에서는 사업의 주체를 가리킨다. 그 두 가지의 주체를 비교해 보아서 어느 쪽이 보다 더 도의적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다음에는 지도자, 통솔자를 비교해 보고 어느 쪽이 유능한 사람을 보다 많이 망라하고 있는지 그 충실도를 비교하고, 천상(天象), 지상(地象)의 조건은 과연 어느 쪽이 보다 유리한가를 검토한다. 정해진 법칙은 그 옳고 그름에 따른 적응도 보아야 하지만 어느편이 더 잘 지켜지고, 운용되고 있는가를 비교해 본다. 다음은 병중(兵衆)으로 현장실무자들의 소질 문제이다. 어느쪽이 보다 더 훈련되어 있고, 기술적으로 우수한가 하는 자세한 관찰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 실무자들에 대한 상벌, 급여, 대우는 어느쪽이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는가. 불평불만의 원성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느 쪽이 더 강한가 하는 점이다. 이 정도로 피아의 검토가 된다면 실전을 벌일 필요도 없이 승패는 손바닥을 들여다 보듯 분명해 진다.
경쟁의 적수라는 것을 상정하지 않고, 그 상대를 새로운 사업이라고 해석하여 그 일을 이상적으로 완성하는데 필요한 조건이 어떠한가를 판가름할 때 이 칠계를 해당시켜서 현재의 자기 실력과 비교하면 좋다. 일이 착수되기 전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미래에 속할 경우에는 추정이나 불확실한 것이었거나. 이쪽 오사(五事)에 대하여 정도 이상으로 평가가 된 것은 안 된다. 바둑의 필승 격언에 "겠지 수를 쓰지 말라"는 것은 이렇게 되겠지 하는 수를 쓰지 말라는 말이다. 아마도 이렇게 되겠지, 자세하게 조사하는 것이 귀찮으니 대략 이렇게 되겠지, 하는 ‘겠지’는 좋지 않다. 이 관찰은 어디까지나 과학자와 같은 냉엄함, 면밀함, 주도함이 필요하다. 또 오사칠계는 주식 투자를 할 경우에도 적용 되리라고 생각한다. 대개의 경우 과거의 숫자적인 것, 외적인 조건과 그 사업이 관련되는 점에만 한정하여 판단 자료를 구하려 들지만, 이제까지 말한 도, 천, 지, 장, 법의 오사에 걸친 상세한 관찰이야말로 극히 중요한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업체가 과거에 가지고 있던 숫자가 반드시 그 실체를 설명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 숫자는 그때 까지의 과거 오사의 적합성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반드시 현재 또는 장래의 적합성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12) 나의 계를 쓰면 승리하고 안쓰면 반드시 패한다.
將聽吾計(장청오계)
用之必勝(용지필승)
장수가 나의 계(計)를 듣고 이를 쓰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留之(유지)
그렇게 되면 나는 그에게 머무를 것이다.
將不聽吾計(장불청오계)
用之必敗(용지필패)
장수가 나의 계(計)를 듣지 않고 이를 쓴다면 반드시 패할 것이다.
去之(거지)
그렇게 되면 나는 그에게서 떠날 것이다.
이 조항에는 지(之)자가 네 군데 나온다. 이 4개의 지(之)는 첫글자인 장(將)의 대명사라고 해석해도 좋다. <손자>가 말하는 계략을 잘 듣고, 그것을 이해하고 실천에 옮기는 장수라면 반드시 승리하고 사업은 성공한다. 따라서 <손자>의 병법은 그러한 사람 곁에 머물면서 언제까지나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손자>의 계략에 동조하지 않는 통솔자에게 일을 맡겨두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며, 그러한 사람에게는 일체 조언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자기의 계략을 듣는 장수 밑에는 머무르나 그렇지 않은 사람 밑에는 있고 싶지 않다는 손자의 심정을 말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앞에서 말한 문의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길가의 돌이나 잡초도 보기에 따라 다르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로 응용될 수가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병법, 전략도 그 진의를 헤아려서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100권의 책이라 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13) 이(利)를 헤아려 형세를 이루어라.
計利以聽(계리이청)
이(利)를 헤아려서 듣는다면
內爲之勢(내위지세)
이것이 곧 형세를 이루어서
以在其外(이재기외)
그로써 그 밖의 것을 도울 것이다.
이해(利害)를 꾀한다는 것은 군사의 근본이다. 그 근본 정신,원칙이라는 것을 바르게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것을 확대 해석할 수도 있고, 어느 것에나 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조항은 진의를 바탕으로 하는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이 문구는 여러 가지로 해석되어 왔으나, 전 조항과 함께 진정으로 이해하는지, 표면의 자구(字句)만을 맹신하는지에 따라 병법을 살려 쓸수 있느냐 죽여 버리느냐의 갈림길이 된다고 풀이하는편이 좋을것이다. 일단 진의를 찾는다면 어떠한 사태에 처해서도 망설임 없이 해석되어 하나의 태세를 갖추게 된다. 그리고 태세가 갖추어지면 전혀 다른 장면에 우연히 부딪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같은방식으로 밀고 나아갈 수가 있다. 또한 응용을 살려서 잘못이 없는 운영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수에 투철해지느냐 아니면 투철해지지 않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라 하겠다.
(14) 세란 이로 인하여 권을 제압하는 것이다.
勢者(세자) 因利而制權也 (인리이제권야)
세(勢)란 이(利)로 인하여 권(權)을 제(制)하는 것이다.
권(權)이란 권변(權變)이라는 임기 응변을 말한다. 왕도(王道), 권도(權道)라고 해서 왕도(王道)는 원칙대로의 방법이고, 권도(權道)는 지름길로 그 응용변화의 방법을 뜻한다. 하나의 커다란 태세, 즉 사물의 진수를 알게 된다면 응용 변화하는 형세에 부딪쳐도 자유롭게 처리할 수가 있다.
여기까지 시계 편의 총론적인 것은 끝나고, 이제 부터는 각론적인 것으로 들어 간다.
서론에서는 오사칠계(五事七計)의 진면목과 작전의 기본을 자기생활의 골육으로 체득하는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이것은 사람을 죽이는 전쟁의 이론과 작전 병법은 물론 기업에 적용 시켜서 충분히 구사할 수 있는 이론이다. 여기서의 이치는 오직 하나라는 것이며, 그 하나는 사물의 진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5) 병(兵)이란 궤도(詭道)이다.
兵者(병자) 詭道也(궤도야)
병(兵)이란 궤도(詭道)이다.
이 문구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싸움이란 적을 속이는 것이 본질이라는 뜻이 된다.
이것은 다소 온당치가 않다. 이 말이 글자대로 해석되고 이해되어, 제7장 군쟁편 속의 ‘병(兵)은 사(詐)로써 서고’라는 글자와 비교하여<손자>의 병법은 기만작전이 본위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해석을 취하면 전조항 ‘권(權)을 제한다’라고 말한 것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문구 분위기와는 달리 돌연 문장의 비약이 있게 되고, 또한 ‘첫째는 도(道)이다’라고 설파하기 시작한 주장에서 빗나가게 되기 때문에 앞 뒤의 흐름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권을 제하고, 기(機)에 임하여 변(變)에 응할 수가 있다는 손자의 주장을 뒷 받침하는 것으로서 그 실례를 보이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싸움, 또는 사업이란 외곬으로 나가는, 정석 그대로 전개되는 경우란 없는것이니, 당치않은 변모된 형태로 나타나는 수가 많다"라는 뜻이 된다.
이 문구만을 독립시켜 받아들여, 적의 뒤통수를 친다거나 야습, 기습을 병법의 상도(常道)라고 본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다만 그러한 적을 만났을 경우, 약속이 틀리다고 항의를 해도 통용되지 않으므로, 뒤의 뒤까지 생각해서 그와 같은 역수전법(逆手戰法)을 당하더라도 바로 대응할 만한 응용의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예화] 정의감에 사로잡히면 싸움에는 진다.
兵者詭道也(병자궤도야): 병(兵)이란 궤도(詭道)이다.
한신(韓信)이 장이(張耳)와 군사 수만 명을 이끌고 동으로 진격하여 정경(井經)을 내려와 조(趙)나라를 공격한다는 말을 듣고 조의 왕인 성안군(成安君) 진여(陳餘)는 20만 명의 군사를 정경 입구에 집결 시켰다. 그러자 광무군(廣武君) 이좌거(李左車) 가 성안군을 설득하러 갔다.
"한(漢)나라 장군 한신은 서하(西河)를 건너 위(魏)나라 왕을 사로잡고, 하열(夏說)도 사로잡았으며, 최근에는 알여(閼與)에 유혈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장이를 보좌관으로 삼아 조나라를 항복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승승장구 나라를 멀리 떠나 싸우고 있으므로, 그 예봉은 무적의 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천 리나 되는 먼 곳에서 양식을 수송하므로 병사들은 군량이 부족하여 전군이 포식을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다 정경의 길은 수레가 열을 짓지 못하고, 말도 줄을 짓지 못할 만큼 험한 길이니, 양식은 반드시 뒤를 대지 못할 것입니다. 부디 저에게 기습부대 3만 명을 내려 주십시오. 간도에서 적의 수송선을 끊겠사오니, 성안군께서는 도랑을 깊게 파고 누를 높여서 진(陣)을 굳게 하고 교전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적은 전진해도 싸움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후퇴해도 불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기습부대가 퇴로를 끊어 들에 약탈하는 자가 없게 해 놓으면 10일도 못가서 한신, 장이 두 장수의 목을 휘하께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부디 저의 계략에 유의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두 장군에게 포로가 되고 말 것입니다"
성안군은 유학자였다. 언제나 정의군을 칭하고 사모(詐謀)나 기계(奇計)를 쓰지 않았다. "병법에 적의 10배면 이를 포위하고 배면 싸우라는 말이 있다. 지금 한신의 군이 수만 명의 군사라 칭하고 있으나 실제는 수천명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다 천릿길을 행군해 온 병사들은 피로에 지쳐있을 것이다. 이러한 적까지도 피하고 공격을 하지 않는다면 이후 더 큰적이 나타났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만일 그와같이 한다면, 제후들은 나를 겁쟁이 취급을 하고 수시로 공격해 올 것이다"
성안군은 광무군의 계책을 채용하지 않았다. 얼마 후 한신의 군이 공격하자 조의 군사는 성에서 나와 싸우다가 과연 크게 패하고 성안군은 저수(低水)근처에서 전사하였다.
정의의 군은 사모, 기계를 쓰는 것이 아니라는 성안군의 신념은 존경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정의란 그저 기계를 쓰지 않는 것만이 아니다. 더욱이 정의의 전쟁이 있다면 어떠한 기계를 썼더라도 그 전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튼 성안군의 고사(故事)는 "적의 10배면 이를 포위하고 배(倍)면 싸운다"라는 손자의 말을 교조주의적으로 신봉한 어리석음과 구구한 기계에 신경을 쓴 정의의 형해화(形骸化)에 대한 통렬한 풍자가 되었다. 물에 빠진 개를 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제창한 임어당(林語堂)에 대하여 노신(魯迅)은, "물에 빠진 개는 반드시 때려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크게 때려야 한다"라고 하였다. 성안군의 정정당당한 전투 정신은 전쟁과(그것은 반드시 전쟁만이 아닐 것이다)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다. 오직 투철한 판단과 단호한 결단만이 필요하다.
(16) 능하게 할 수 있으나 능하지 못한 척한다.
故能而示之不能 (고능이시지불능)
그러므로 능하게 할 수 있으나 능하지 못한 척한다.
이하 일련의 궤도 작전의 실례가 계속되는데 그 중 ‘지(之: 이것)’란 글자는 모두 상대편이란 뜻으로 해석해주기 바란다. 이 조항은 능력의 실태를 상대에게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비근한 보기를 들면 상인들 사이의 오가는 인사말은 ‘재미가 어떤가?’ ‘형편없다’라는 말이다. 이것은 장사하는 사람들의 생활기조로 능하게 잘하면서도 능하지 못한 척해 보이는 단적인 증거가 아닌가 한다. 대부분의 상인들 치고 장사 잘 된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17) 쓰고 있더라도 쓰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用而(용이) 示之不用(시지불용)
쓰고 있더라도 쓰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비록 어떠한 방법을 적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결코 그 기미를 밖으로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앞의 조항이 능력의 비익(秘匿)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이것은 전술의 비익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는 방침의 비익으로 여러가지 복잡한 방법이 사용 된다. 예를 들면 하나의 새 상품을 만들려고 할때, 이와는 무관한 혹은 역방향의 것을 각처로 보내어 제작 견적을 의뢰하는 것이다. 또 그와 같은 불필요한 견적 의뢰를 요란하게 선전하는 방법까지도 취해지고 있는 것과 같다.
(18) 近而示遠(근이시원)
遠而示之近(원이시지근)
近而示遠(근이시원) 遠而示之近(원이시지근)
가까우나 멀게 느끼게 하고, 멀지만 가깝게 느끼게 한다.
가깝고 멀다는 것은 거리에 대한 말이다. 사실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멀리 있는 듯 가장하고, 실제는 멀리 있으면서도 그 소재를 상대에게는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교통기관에 속도가 없었을 시대의 거리는 그대로의 거리로서 먼곳은 멀고 가까운 곳은 가까웠음에 틀림 없으나, 현대에는 거리의 원근 이란 시간과 정비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현대에는 원근의 문제는 앞면에서의 능력의 문제와 결부된다. 수송 기관의 속도 능력이란 것과 상승적인 관계를 맺으므로 훨씬 복잡해 졌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조항의 기만책도 이중으로 복잡한 판단을 요하게 된다.
(19) 이롭게 하여 유인한다.
利而誘之(이이유지)
이롭게 하여 유인한다.
작은 이익을 주어서 상대를 유혹한다. 이는 전체적인 큰 이익을 손에 넣기 위한 수단으로서 어느 정도의 이익을 나누어 상대에게 주는 것이다.
이 문구는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말이다. 더욱이 악용이 되면 증회(贈賄)니 오직(汚職)이니 하는 불명예 스러운 것이 된다. 리베이크(지불 대금의 일부를 사례금으로 지불자에게 주는 것)니, 뇌물이란 것이 횡행하여, 현대 사회에서는 <손자>의 병법이 지나치게 적용되는 듯한 감이 있으므로 ,더 이상 해설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그러나 이것도 좀 더 대국적인 견지에서 보면, "대욕(大慾)은 무욕(無慾)과 같다"는 말이 암시하듯, 커다란 이익을 얻으려면 욕심 사납게 독점할 생각을 말고 이를 가급적 분산시키는 것이 사업의 요점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20) 혼란시켜서 취한다.
亂而取之(난이취지)
혼란시켜서 취한다.
상대방의 약점을 노리고 배후에서 교란의 손을 뻗쳐 상대방의 상태를 혼란시켜 놓은 다음에 기회를 틈타 공략한다는 뜻이다.
교란전술이다. 근래에는 공작대라는 명칭으로 특별 업무를 주고 특별 교육을 시켜서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궤도의 정수라고 할 만하다. 상대를 혼란시키는 방법에는 약점에 집중적으로 공격을 퍼붓는다거나 어느 한 부분에 대하여 평형 세력을 극단적으로 무너뜨리는 기상천외의 공격을 준비하여, 그곳으로 상대가 말려들 때 제2의 부분에 공격을 가하는 것이 있다. 이에대한 응전태세가 정비되기 전에 또다시 새로운 제3의 지점으로 돌격을 개시한다. 이들 공격은 전부 그 지점에 대한 돌파작전이 아니라 적이 응전태세를 갖추는데 분주 하도록 만들어서 혼란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므로 공격은 가급적 예상 외의 지점에 숨쉴 틈도 주지 말고 계속 퍼부어야 한다.
(21) 실하면 대비한다.
實而備之(실이비지)
실하면 대비한다
이 조항은 ‘실하면 대비한다’와 ‘실하게 하여 대비한다’는 두 가지의 해석을 할수 있는데, 실하다는것은 충실하다는 말이다. 전자의 경우는 상대편이 내용적으로 충실해 있을 때는 이쪽도 그에 대비하여 대등한 세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는 뜻이고, 후자의 경우는 적에 대한 대비란 이쪽의 실력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두 가지 해석이 성립하는 듯 하나, 그 어느쪽도 궤도라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손자가 말하려고 하는것은 상대가 팽팽하게 기세를 올리고 있을때는 이와 대적하는 것을 일단 중지하고 오히려 한 걸음 물러나 형세를 관망 하면서 이 쪽 태세를 정비하는 데 전념하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말하자면 일종의 허탕작전이라고나 할까. 언제나 정면충돌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말한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대단한 호경기시에는 그 기세를 타고 움직일 것이 아니라, 조용히 대비하는 데 힘을 쓰는 편이 좋다는 뜻으로 받아 들여도 좋을 것이다.
(22) 강하면 피한다.
强而避之(강이피지)
강하면 피한다.
강하다, 약하다 하는 것은 서로간의 힘을 비교하는 문제이므로, 상대가 자기 측보다 우세하다고 판단하였을 때는 덮어놓고 격돌을 피해야 한다.
이 조항에서 바로 연상되는 것은 대중소설이나 서부영화에서 악한으로 취급되는 무뢰한이다. 이들의 샐활태도는 약한자를 못살게 구는 것이므로, 약한 자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그들의 비위를 맞춘다. 이같은 처세관을 가지라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상대편이 강한 시기에 놓여 있거나 강한 부서에 있는 경우라면 될수 있으면 기를 올리고 부딪치지 말라는 말이다. 즉 교묘하게 받아넘겨 허탕을 치게 하는 솜씨를 터득하라는 뜻이다.
(23) 성나게 하여 소란하게 만든다.
怒而撓之(노이요지)
성나게 하여 소란하게 만든다.
일설에는‘화나게 하여 휘게 하고’의 해석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풀이하면 분격한 양상을 더욱 과장하여 상대를 쩔쩔 매게 하거나 머뭇 거리게 한다는 뜻이 된다. 본문대로 풀이한다면, 상대방을 자극하여 화나게 하고 판단이나 행동에 과오를 유발시킨다는 뜻이 된다.
두 가지로 해석하였으나 둘 다 화를 내는 쪽이 지는 법이라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속설로서 믿을 수 없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분격해 버리면 덮어놓고 덤벼들어 전후의 사정을 잃기 쉬운 법이다. 상대가 평정을 잃고 있는 상태에서 이 쪽이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승부는 뻔하다. 그러므로 모략을 써서 상대를 분격시키는 것은 궤도로서 당연하고도 중요한 수단이다.
(24) 낮게 하여 교만하게 만든다.
卑而驕之(비이교지)
낮게 하여 교만하게 만든다.
낮게 한다는 것은 저자세로 나간다는 말이다. 이쪽에서 저자세로 나가면 적은 반드시 실제보다 허세를 보여 교만해 지기 쉽다는 뜻이다.
섭외, 절충 등에 자주 쓰이는 수법이다. 이 쪽에서 고개를 숙이고 나가면 상대는 아무래도 거만스러워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 쪽을 얕보게 되어 경계심이 허술해 진다.
결국 발돋움을 하면 몸의 균형이 흔들리게 되는 것과 같다. 또한 겸양이 미덕인 경우도 있으나 필요 이상의 겸양은 때로는 작위(作爲)가 되기 쉬우니 그르칠 수도 있다.
(25) 안일하면 수고롭게 만든다.
佚而勞之(일이노지)
안일하면 수고롭게 만든다.
상대가 평온무사하게 지내고 있을 때는 뭔가 일을 꾸며서 분명하게 만들어 기진맥진하게 한 후에 공격한다.
평범한 말 같으나 잘 음미해 보면 깊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 상대방의 사업이 일정한 궤도에 올라 극히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을 때는 싸움을 해도 승산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불가불 싸워야 할 때는 어떻게든 술책을 써서 상대를 아주 분주한 상태로 몰아넣고 적당히 지쳐 버렸을 때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전법으로 말하자면 저쪽도 찌르고 또 이쪽도 찌르고 하여 눈코 뜰 새 없이 만든다. 물론 쉴새 없이 계속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 것은 뻔한 일이다. 예를 들어 상대의 판매망 등에 큰 문제는 되지 않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냥 버려둘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킨다거나 하는 귀찮은 일을 수 없이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것도 한 곳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방에 사건을 발생시키도록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원료공급선을 교란시키거나 인접지에까지 손을 뻗쳐서 문제를 야기시킨다. 종업원을 충동질한다든지 수단과 방법은 얼마 든지 있다. 그러한 소동을 상대방이 기진맥진해 질 때까지 계속한다. 그리고 약해진 틈을 타서 정면에서 공격을 하는 것이다.
(26) 친밀할 때는 떼어 버린다.
親而離之(친이리지)
친밀할 때는 떼어 버린다.
국제간의 모략에 자주쓰이는 이간전법(離間戰法)이라는 것이다. 상대편의 조직이 평화롭고 서로 보조가 잘 맞을 때는 그 사이에 불화가 될 원인을 만들고, 협동 보조를 취하는 적과 적이 있을 때는 그 사이를 이간시킨다는 것이다.
상대편에 고립,분열을 일으키는 작전이다. 그러나 결합이 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건드리면 오히려 이쪽에서 당하기 쉽다. 대개의 경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식의 방관을 하기 쉬우나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경우도 많으므로, 재빨리 그 모략의 출처를 탐지하여 꺼버리지 않으면, 수습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결국 적의 계략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개인의 일상생활에도 성격적으로 이와 같은 수법을 쓰려는 사람이 잇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27) 그 대비가 없는 것을 공격하고 그 불의를 찌른다.
攻其無備(공기무비)
出其不意 (출기불의)
그 대비함이 없는 것을 공격하고, 그 불의를 찌른다.
상대가 방심을 하고 있거나 깔보고 대비를 허술하게 하고 있는 틈이 엿보일 때는 지체 말고 그 곳을 공격한다. 이는 상대가 설마하고 생각하고 있는 곳이니 그때를 노려서 허를 찌르는 것이다.
이것은 언제나 상대의 동정을 자기 손바닥을 보듯 잘 알고 있어야만, 비로소 시작할 수 있는 기습전술이다. 인원관계, 전비, 자본력 관계 등에서 깊이 관찰하면 어딘가에는 상대방의 약점이 있는법이다.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무엇인가 상대에게 동요가 있구나 하고 느껴질 때는 뜻하지 않은 약점이 드러나는 법이다. 아무리 완벽하다 하더라도 자신도 모르는 약점이 하나 둘은 반드시 있는 법이므로 그 곳을 찌르는 것이 긴요하다. 수비측에서 보면 어떠한 약점이라도 가지지않는 완전함을 지니는 것이 제일이겠으나, 부득이한 경우에는 우선 그러한점에 대하여 교묘하게 위장하는 데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약점이란 태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인 예측, 지리적인 판정, 진로의 방향등 계획 설정면에도 있는 법이다. 그것을 역으로 찌르는 것이 ‘그 불의를 찌른다’라는 의표작전이다.
(28) 이는 병가의 승리로서 먼저 전해서는 안된다.
此兵家之勝(차병가지승)
不可先傳也(불가선전야)
이는 병가의 승리로서 먼저 전해서는 안된다.
이상 열거해온 12가지는 어느 것이나 궤도(궤도)의 전법으로, 적에게 승리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나, 상대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 하는 예측은 불허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여러가지 기책은 그때그때 정세에 따라 안출될 것이므로 미리부터 이렇게 하면 저렇게 나올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와 같은 궤도작전을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정면으로 당하고 보면 그야말로 쩔쩔매게 된다. 그렇다고해서 그것을 미리 전수할 방법은 없다. 그것을 예측할 수 없으므로 궤도 작전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며, 동시에 그리 무서운 효과도 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최초에 말한 기본이되는 오사칠계에 투철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건대 이것을 충분하게 터득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것을 손자는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이 병서가 세상에 나온 이래 2천 수백년 동안 궤도가 손자의 진수라고 생각되어 왔으므로, 이와 같은 해석은 어림도 없는 이론(이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맥이나 문의로 미루어 이렇게 해석을하지 않으면 전후의 이치가 맞지 않는 점이 있다.
(29) 싸우지 않고 승리하면 얻는 것이 많다.
夫未戰而廟算勝者
(부미전이묘산승자)
得算多也(득산다야)
무릇 싸우지 않고도 묘산(廟算) 하여 승리하는 자는 산(算)을 얻음이 많다.
未戰而廟算不勝者 (미전이묘산불승자) 得算少也 (득산소야)
아직 싸우지 않고도 묘산하여 승리하지 못하는 자는 산을 얻음이 적다.
多算勝(다산승) 少算不勝(소산불승) 而況於無算乎(이황어무산호)
산이 많음은 승리하고 산이 적음은 승리하지 못한다. 하물며 산이 없는 데 있어서랴.
吾以此觀之(오이차관지) 勝負見矣(승부견의)
내 이로써 이를 보면 승부를 알 수가 있다.
전쟁을 시작하기 전의 궤상론(机上論)에서도, 그 계산에 오인이나 실수만 없다면 충분한 산출 방법에 뛰어나 있는 쪽이 승리를 얻을 공산이 큰 법이다. 만약 싸우기 전의 검토방법에서 상대보다 뒤지는 점이 있다면 확실한 공산을 얻기 힘들다. 이 때는 공산의 확률이 높은 쪽이 실전에서도 승리를 얻는 경우가 많고 확률이 낮은 쪽은 승리를 얻기힘들다. 더욱이 아무런 공산도없고 확실한 숫자도 얻지못한 채 막연히 ‘되겠지’라는 요행만을 바란다면 참패는 명약관화한 일이 될 것이다. 손자는 실전의 추이 같은 것은 전혀 보지 않더라도 그 승패의 귀결은 뻔한 것이므로, 이 최초의 검토만으로도 틀림없는 단언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전에 부딪친 다음에 비로소 깨닫고 이럴리가 없다며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작은 승패는 혹 운에 좌우될지 모르나 전쟁의 국면에 있어서 소장(소장)이란 반드시 있는 법이다. 그러나 대국(대국)의 승패는 공산이 많은 쪽이 갖게 되는 것이다. 시계편을 다시 한번 총괄하여 사업에 적용시켜 생각해보면 사업에서는 무엇보다도 계획성이 없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모든 점에 걸쳐 여러모로 자세하게 검토해 보고 모든 점에서 합리적이 아니면 사업은 성립되지 않는다. 제일 먼저 검토해 보아야 할점은 사회적인 필요성의 유무이다. 둘째,셋째로는 그시대, 세태에 대한 필연성의 유무이다. 넷째는 수뇌자의 역량이나 자격이 완전한가의 여부이다. 다섯째는 조직, 사업 방침, 운영 방법의 적정여부이다. 이상이 오사(오사)에 해당될 것이다. 다음에는 그 실제 운영에 있어서 수뇌의 경영지식을 평상시 경영과 비상시 경영의 둘로 나누어서 평상시에는 사업의 본체를 빈틈없이 파악하고, 비상 사태는 어디서 어떠한 형태로 나타날지 모르므로 어느 정도 기본 원칙이란 것을 잡고 자유자재로 응용할 수 있는 실력을 충분히 길러 두어야 할 것이다.
손자병법은 다음과 같이 총 1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계편(始計篇) On assessment : 전쟁에 앞서 승산을 파악하고 기본 계획을 세우는 것의 중요성,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전략(또는 전력)의 다섯가지 요소(오사)와 서로의 전략 요소를 비교하는 일곱 가지 기준(칠계), 그리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적을 속이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작전편(作戰篇) On waging battle : 전쟁을 치르는데 있어서의 경제성에 대해 논한다. 전쟁의 속전속결을 강조하며, 물자를 절약하기 위해 적의 것을 빼앗아 사용하는 등의 방식을 언급한다.
모공편(謀攻篇) Planning the attack : 손실이 없는 승리를 쟁취하는 방법에 대해 논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그리고 지피지기의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군형편(軍形篇) Strategic positions : 군의 형세를 보고 승패를 논함. 먼저 승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 놓고 전쟁을 추구하는 만전주의를 언급하고 있다.
병세편(兵勢篇) Strategic Advantages : 공격과 방어, 세의 활용을 논함. 용벙에서 정병과 기병의 원용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허실편(虛實篇) The weak points and the strong points : 주도권과 집중을 논함. 적의 강점을 피하고 허점을 강조하고 있다.
군쟁편(軍爭篇) Armed contest : 실제 전투의 방법을 서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문제(군쟁)와 이를 위한 우회기동(우직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구변편(九變篇) Adapting to the Nine Contingencies : 변칙에 대한 임기응변(구변), 승리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오리), 장수가 경계해야 할 위험(오위) 및 만전의 대비태세를 강조하고 있다.
행군편(行軍篇) Deploying the army : 행군과 주둔시 유의해야 할 사항, 정보 수집을 위한 각종 상황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지형편(地形篇) The terrain : 지형의 이해 득실과 장수의 책임을 논하고 있다.
구지편(九地篇) The nine terrains : 지형의 이용, 적의 취약점 조성과 주도권 쟁취, 기동의 신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화공편(火攻篇) Attack by Fire : 화공의 원칙과 방법을 설명하고 전쟁과 전투를 신중히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용간편(用間篇) Use of espionage : 정보의 중요성과 그를 위해 간첩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손자병법 모공편
상병벌모 기차벌교 기차벌병 기하공성
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
전쟁에서 최상의 전법은 적의 모략을 깨뜨리는 것이며, 그다음이 적의 외교를 끊어 놓는 것이며, 그다음이 적의 군대를 치는 것이며, 최하의 방법은 적의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해설
지략으로 이겨라
손무의 전쟁 사상에서 뛰어난 점은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실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였다는 데에 있다.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손무는 다음 네 가지 유형으로 전쟁을 치르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첫째, 벌모(伐謀)이다. 벌모는 지략을 이용해 적을 공격하는 방법이다. 지략으로 적을 굴복시키면 창칼 앞에서 서로 다투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지략으로 상대의 모략을 깨뜨리는 데에는 적당한 시기가 있다. 조조는 이 단락에서 ‘적이 막 전쟁 계획을 수립했을 때 적을 공격하는 것이 가장 용이하다(敵始有謀, 伐之易也)’라고 부연 설명하였다. 적이 전략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려고 할 때는 아직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상대의 작전이 제 모습을 갖추지 않은 어수선한 때를 틈타 적의 의도를 미리 꺾어 놓는다는 뜻이다. 전쟁은 힘의 대결이 아니다. 힘이 부족함을 걱정하지 말고 맞서 싸울 지략이 없음을 걱정해야 한다.
둘째, 벌교(伐交)이다. 벌교는 주변 국가와의 외교 관계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외교는 나와 주변 국가들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 다른 나라에서 감히 쳐들어오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외교를 통해 적국과 적국 동맹국 사이의 돈독한 관계를 와해시키거나 고립시킬 수도 있다.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처해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 적국은 결국 전쟁을 치르지 않고도 강화를 요청하거나 항복해 올 것이다. 이 전략은 각 주변 국가들이 처해 있는 정치적 상황과 각국의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꿰뚫고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강국과 약국, 강한 군대와 약한 군대가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전략적 외교 관계는 물질적인 출혈을 크게 요하지 않으니 오히려 약자일수록 외교 관계를 잘 활용하여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거나 나의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벌병(伐兵)이다. 모략을 이용하거나 외교 수단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지만 대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군대를 공격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손무는 이 벌병의 방법이 이상적인 대결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 번째로 제시하고 있다. 《손자병법》 13편 가운데 상당 부분이 군대와 군대가 서로 싸우는 경우를 대비하여 어떻게, 어떤 장소에서, 언제 싸우는 것이 유리한지에 대한 설명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싸움의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것,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드는 것 그리고 상황의 변화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벌병의 방법을 써야 할 때는 가능한 한 이 모든 것을 고려하는 것이 현명하다.
넷째, 공성(攻城)이다. 공성은 적국의 성을 공격하여 무너뜨림으로써 오갈 데 없는 적군의 항복을 받아 내는 방법이다. 공성은 제시된 네 가지 방법 가운데 가장 하책이어서 손무마저도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에 부득이하여 쓰는 방법(攻城之法, 爲不得已)’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성을 공격하는 방법은 공격하는 사람을 상하게 할 뿐 아니라 엄청난 자원 낭비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먼저 성을 공격하는 데 사용되는 방어용 방패나 엄호용 수레, 공성용 장비를 준비하는 데 3개월이 걸린다. 공성용 흙산을 쌓으려면 또 3개월이 걸린다. 공격을 오래 감행했음에도 승리하지 못하면 장수는 초조함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결국 휘하의 병사로 하여금 성벽을 오르라는 명령을 내리게 되고, 그 가운데 3분의 1의 병사가 죽을 수도 있다. 이렇게 하고도 성을 무너뜨리지 못할 수도 있으니, 공성의 방법을 어찌 하책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미 준비 과정에서 체력과 자원을 모두 소진한 상태가 된다면 하늘이 준 절호의 기회를 포착했다고 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이것이 바로 공성의 해로움이다.
해석
벌모와 벌교를 이용하면 무력적 제압을 가하지 않고도 충분히 상대를 제지시킬 수 있다. 이 방법이야 말로 ‘적과 싸우지 않고 온전히 굴복시키는(不戰而屈人之兵)’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춘추 시대 장의는 세 치 혀를 무기로 초나라와 제나라의 관계를 무력화시키고 진나라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었다. 제갈공명은 빈 성으로 적을 혼란하게 만드는 계책을 써서 위나라 사마의의 15만 대군을 물러가게 했다.
정면으로 싸워 이기는 것만 멋있는 승리는 아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야말로 승리의 으뜸이요, 고수들만의 전략이다.
손무의 이러한 전쟁 철학은 전쟁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바람직한 방향을 기본 관점으로, 이에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진정한 승리란 무엇인가?
첫댓글 https://100.daum.net/book/210/toc
손자병법은 다음과 같이 총 1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계편(始計篇) On assessment : 전쟁에 앞서 승산을 파악하고 기본 계획을 세우는 것의 중요성,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전략(또는 전력)의 다섯가지 요소(오사)와 서로의 전략 요소를 비교하는 일곱 가지 기준(칠계), 그리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적을 속이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작전편(作戰篇) On waging battle : 전쟁을 치르는데 있어서의 경제성에 대해 논한다. 전쟁의 속전속결을 강조하며, 물자를 절약하기 위해 적의 것을 빼앗아 사용하는 등의 방식을 언급한다.
모공편(謀攻篇) Planning the attack : 손실이 없는 승리를 쟁취하는 방법에 대해 논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그리고 지피지기의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군형편(軍形篇) Strategic positions : 군의 형세를 보고 승패를 논함. 먼저 승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 놓고 전쟁을 추구하는 만전주의를 언급하고 있다.
병세편(兵勢篇) Strategic Advantages : 공격과 방어, 세의 활용을 논함. 용벙에서 정병과 기병의 원용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허실편(虛實篇) The weak points and the strong points : 주도권과 집중을 논함. 적의 강점을 피하고 허점을 강조하고 있다.
군쟁편(軍爭篇) Armed contest : 실제 전투의 방법을 서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문제(군쟁)와 이를 위한 우회기동(우직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구변편(九變篇) Adapting to the Nine Contingencies : 변칙에 대한 임기응변(구변), 승리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오리), 장수가 경계해야 할 위험(오위) 및 만전의 대비태세를 강조하고 있다.
행군편(行軍篇) Deploying the army : 행군과 주둔시 유의해야 할 사항, 정보 수집을 위한 각종 상황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지형편(地形篇) The terrain : 지형의 이해 득실과 장수의 책임을 논하고 있다.
구지편(九地篇) The nine terrains : 지형의 이용, 적의 취약점 조성과 주도권 쟁취, 기동의 신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화공편(火攻篇) Attack by Fire : 화공의 원칙과 방법을 설명하고 전쟁과 전투를 신중히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용간편(用間篇) Use of espionage : 정보의 중요성과 그를 위해 간첩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손자병법 모공편
상병벌모 기차벌교 기차벌병 기하공성
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
전쟁에서 최상의 전법은 적의 모략을 깨뜨리는 것이며, 그다음이 적의 외교를 끊어 놓는 것이며, 그다음이 적의 군대를 치는 것이며, 최하의 방법은 적의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해설
지략으로 이겨라
손무의 전쟁 사상에서 뛰어난 점은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실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였다는 데에 있다.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손무는 다음 네 가지 유형으로 전쟁을 치르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첫째, 벌모(伐謀)이다. 벌모는 지략을 이용해 적을 공격하는 방법이다. 지략으로 적을 굴복시키면 창칼 앞에서 서로 다투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지략으로 상대의 모략을 깨뜨리는 데에는 적당한 시기가 있다. 조조는 이 단락에서 ‘적이 막 전쟁 계획을 수립했을 때 적을 공격하는 것이 가장 용이하다(敵始有謀, 伐之易也)’라고 부연 설명하였다. 적이 전략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려고 할 때는 아직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상대의 작전이 제 모습을 갖추지 않은 어수선한 때를 틈타 적의 의도를 미리 꺾어 놓는다는 뜻이다. 전쟁은 힘의 대결이 아니다. 힘이 부족함을 걱정하지 말고 맞서 싸울 지략이 없음을 걱정해야 한다.
둘째, 벌교(伐交)이다. 벌교는 주변 국가와의 외교 관계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외교는 나와 주변 국가들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 다른 나라에서 감히 쳐들어오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외교를 통해 적국과 적국 동맹국 사이의 돈독한 관계를 와해시키거나 고립시킬 수도 있다.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처해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 적국은 결국 전쟁을 치르지 않고도 강화를 요청하거나 항복해 올 것이다. 이 전략은 각 주변 국가들이 처해 있는 정치적 상황과 각국의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꿰뚫고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강국과 약국, 강한 군대와 약한 군대가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전략적 외교 관계는 물질적인 출혈을 크게 요하지 않으니 오히려 약자일수록 외교 관계를 잘 활용하여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거나 나의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벌병(伐兵)이다. 모략을 이용하거나 외교 수단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지만 대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군대를 공격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손무는 이 벌병의 방법이 이상적인 대결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 번째로 제시하고 있다. 《손자병법》 13편 가운데 상당 부분이 군대와 군대가 서로 싸우는 경우를 대비하여 어떻게, 어떤 장소에서, 언제 싸우는 것이 유리한지에 대한 설명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싸움의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것,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드는 것 그리고 상황의 변화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벌병의 방법을 써야 할 때는 가능한 한 이 모든 것을 고려하는 것이 현명하다.
넷째, 공성(攻城)이다. 공성은 적국의 성을 공격하여 무너뜨림으로써 오갈 데 없는 적군의 항복을 받아 내는 방법이다. 공성은 제시된 네 가지 방법 가운데 가장 하책이어서 손무마저도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에 부득이하여 쓰는 방법(攻城之法, 爲不得已)’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성을 공격하는 방법은 공격하는 사람을 상하게 할 뿐 아니라 엄청난 자원 낭비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먼저 성을 공격하는 데 사용되는 방어용 방패나 엄호용 수레, 공성용 장비를 준비하는 데 3개월이 걸린다. 공성용 흙산을 쌓으려면 또 3개월이 걸린다. 공격을 오래 감행했음에도 승리하지 못하면 장수는 초조함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결국 휘하의 병사로 하여금 성벽을 오르라는 명령을 내리게 되고, 그 가운데 3분의 1의 병사가 죽을 수도 있다. 이렇게 하고도 성을 무너뜨리지 못할 수도 있으니, 공성의 방법을 어찌 하책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미 준비 과정에서 체력과 자원을 모두 소진한 상태가 된다면 하늘이 준 절호의 기회를 포착했다고 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이것이 바로 공성의 해로움이다.
해석
벌모와 벌교를 이용하면 무력적 제압을 가하지 않고도 충분히 상대를 제지시킬 수 있다. 이 방법이야 말로 ‘적과 싸우지 않고 온전히 굴복시키는(不戰而屈人之兵)’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춘추 시대 장의는 세 치 혀를 무기로 초나라와 제나라의 관계를 무력화시키고 진나라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었다. 제갈공명은 빈 성으로 적을 혼란하게 만드는 계책을 써서 위나라 사마의의 15만 대군을 물러가게 했다.
정면으로 싸워 이기는 것만 멋있는 승리는 아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야말로 승리의 으뜸이요, 고수들만의 전략이다.
손무의 이러한 전쟁 철학은 전쟁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바람직한 방향을 기본 관점으로, 이에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진정한 승리란 무엇인가?
시계편은 <손자> 13편의 총론으로 병법의 기본서이다.
<시계>란 최초의 근본적인 계획이란 뜻이다. 여기서는 전쟁에 대비하는 다섯가지 기본요건을 제시하였고, 다시 이 기본 요건의 어느 쪽이 더 우수한가를 분석, 검토하기 위한 일곱 항의 비교 기준을 설정하였다.
(1) 전쟁이란 사생의 땅이요, 존망의 길이다
孫子曰(손자왈) 兵者(병자)
國之大事(국지대사)
손자가 말하기를, 병(兵)은 나라의 대사(大事)로서,
死生之地(사생지지)
存亡之道(존망지도)
사생(死生)의 땅이요,
존망(存亡)의 길이니,
不可不察也(불가불찰야)
살피지 않을 수가 없다.
* 전쟁이란 그 나라로서는 중대사로 많은 사람들의 생사가 걸려있을 뿐만 아니라, 나라가 존속하느냐 멸망하느냐 하는 점까지 문제시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신중하게 고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첫머리 문장은 손자의 전쟁관을 뚜렷하고 명쾌하게 밝힌 것이다.
현재 세계각국이 평화를 유일한 인간 목적으로 삼고 전쟁을 기피하는 방도를 강구하고 있는 것도 결국에는 전쟁이 사생지지(死生之地)이고 존망지도(存亡之道)라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각국은 군비에 혈안이 되어있는데, 예링이란 사람이 지은 <권리를 위한 투쟁>이란 첫머리에서 그 까닭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법의 목적은 평화이고, 그것을 달성시키는 수단은 투쟁이다. 법이 불법측에서 침략해 오는데 대하여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될 동안에는---그리고 그것은 이세상이 존속하는한 끝없이 계속될---법은 투쟁을 피할수 없다. 법의 생명은 투쟁이다. 모든 국민의, 국가 권력의, 계급의, 개인의 투쟁이다」
법의 목적은 물론 평화이지만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은 투쟁의 형태를 취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이 존속되는 한 그것은 계속 된다고 하였다. 이렇듯 전쟁이란 커다란 약속에 얽매여 있는 것이므
셋째는 땅이다. 이것 또한 중요한 지식으로, 간단히 말하면 지리를 안다고 해석해도 좋겠으나, 산악이나 구릉의 분포, 평지의 넓고 좁음, 하천이나 바다의 관계, 서남북의 방위등 자연지리학적인 조건이나 이들 자연환경에 위치하는 시설, 건조물, 상주집산(常住集散)하는 인구의 밀도, 교통등의 조건, 또 그들 상호간의 관계 등 인문지리학적인 지식, 또는 지반의 강약, 지질, 토지등 지질학적인 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조사연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넷째는 장수이다. 이 장수란 총지휘자, 총대장을 말할 뿐만 아니라 기업에서 말하면 회장, 사장, 중역, 간부사원, 공장장 등 모든 부하와 협력자를 거느리고 있는 조직의 장을 의미한다.
다섯째의 법이란 법제를 말한다. 곧 규칙을 뜻하며 질서를 가리킨다. 올바른 질서가 없는 곳에서는 원활한 운영을 바랄 수가 없다. 올바른 질서란 모든 활동을 속박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그것을 조장 시켜서 일정한 궤도에 올려 놓고, 혼란을 방지하는 것이다. 조직이란 활동력을 의미한다.
이상이 자기편의 조건으로서 열거한 오사(五事)이다. 도, 하늘, 땅, 장수, 법 이것이 병서 <손자(孫子)>의 머리말이요, 법론이다. 이어서 손자는 오사에 대하여 다음 장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4) 도란 함께 죽고 함께 사는 것이다.
道者(도자) 令民與上同意 (영민여상동의)
可與之死(가여지사)
도(道)란 백성으로 하여금 위와 더불어 뜻을 같이 하여 이와 함께 죽고,
可與之生(가여지생) 而不畏危也 (이불외위야)
이와 함께 살게 하여 위험을 두려워 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 뚜렷하게 일관된 도의란 국가적으로 볼 때는 국민이요, 사업에서 볼때는 조직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의 이신동의(異身同意)와 모든 사람의 판단을 일치시킨 일심동체로서, 죽음도 삶도 행도 불행도 모두 걸고 나서서 공동 목적을 향하여 전진시키는 것이다. 거기에는 명령을 받았으므로 마지못해 움직이는 행동은 없을 것이고, 일의 성패나 자기의 진퇴에도 절대 불안을 품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일국의 안위흥망(安危興亡)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을 경우, 약속이나 한 듯 ‘거국일치의 상하 마음을 하나로 해서’라고 목이 터지도록 외치며 떠들어 댄다. 그러나 이것은 일관된 도의, 즉 모든 사람에게 충분히 납득이 갈 만큼 올바른 도의의 근본이 없기 때문이다. 일제시대때 우리가 겪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일본 군부가 명분 아닌 명분을 내세워서 제멋대로 싸우다가 제멋대로 진것이며, 일반 국민들은 또 그들대로 우리는 알바가 아니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위 거국체제와 같은 형식상의 일치는, 강력한 억압을 가하면 표면으로는 형성될 것이다. 그것은 소나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갈수는 있으나, 억지로 물을 먹일수는 없는 것과 같다. 그러나 도란 같이 살고 같이 죽는다는 각오를 가지고 조금도 두려워 함이 없어야 한다.
(5) 하늘이란 음양, 한서, 시제이다.
天者(도자) 陰陽寒暑時制也 (음양한서시제야)
하늘이란 음양, 한서, 시제이다.
날이 새면 밝은 아침이 되고, 날이 저물면 어두운 밤이 되며, 풍우가 몰아치면 어둡고, 쾌청한 날은 환하고 밝다. 음양이란 이와 같은 명암에 어떻게 인간이 좌우되는가 하는 점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