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호주 프리맨틀에서 진주만으로 전출갔습니다. 덱건을 5인치로 갈아버리고, 승조원들 진급시키고, 작전 명령서를 수령하여 출항하였습니다.
구경거리들을 뒤로 하고 필리핀 마닐라만을 향해. Anchors Awe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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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측이 통제하고 있는 지역까지는 그냥 수상항해 하였습니다.
하지만 슬슬 진지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전방 수백km 전방에 마리아나 제도가 펼쳐져 있는데, 현재는 일본군이 통제중에 있습니다.
일본의 대잠초계기가 있을 수 있으므로 항해지도 상으로 마리아나 제도 반경 300km 지점에 표시를 해두고 대비해뒀습니다.
마리아나 제도에 가까워질 동안 두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COMSUBPAC에서 Operation Brewer가 시작되어 아측 해병들이 애드미럴티 제도에 상륙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혹시 지난 에피소드에서 라바울을 기억하시나요? 라바울은 일본군의 주요한 거점으로써 재해권과 제공권 확보에 필요한 해군기지와 공군기지가 위치해 있었습니다.
연합군에게 있어 솔로몬 제도와 라바울은 호주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제압해야하는 거점이었습니다.
다만, 연합군은 솔로몬 제도를 연이은 해전과 상륙전을 거쳐 완전히 점령한 반면에 라바울을 직접 점령하지 않고 종전때까지 고립시켜버리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진격속도를 높히려 했던거 같습니다.
Operation Brewer 혹은 Admiralty Islands campaign은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라바울을 완전히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실행되었습니다.
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실시되었던 항공정찰때는 적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상륙작전 당시에 일본군과 교전이 있었을뿐만 아니라 저항이 격렬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애드미럴티 제도는 연합군에게 함락당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있었습니다.
사실 라바울의 일본군 지휘관이었던 이시무라 히토시와 대본영은 애드미럴티 제도를 지키는 것이 자신들의 방어태세를 유지하는데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본영은 연합군이 그토록 빠르게 태세를 갖추어 애드미럴티 제도를 공격할지 예상하지 못하였고, 무엇보다도 다른 섬들에서의 피해가 너무 컸기 때문에 여력이 없어 이시무라의 증원요청은 묵살되었습니다. 그리고 패배로 이어졌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Admiralty_Islands_campaign
두번째는 여태껏 보도못한 엄청난 규모의 TF였습니다. 보이시죠?
하지만 날씨가 또 최악의 악천후였습니다. 공격은 일치감치 단념했습니다.
일단 레이더로 침로는 추적하였지만 더이상 제가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근처에 아군 TF들의 좌표를 많이 전달받았기 때문에 아군 일수도 있지만, 적이 통제하는 마리아나 제도 근처이기 때문에 적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리아나 제도는 물 속과 물 밖을 오가며 무사히 통과하였습니다.
그리고 필리핀해로 진입하였고...
마침내 그리운 루존해협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적 TF들의 좌표들을 건네받으니 곧 정신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적진 한복판입니다.
그러다가 필리핀 루존섬 왼쪽 해상에서 미상선박을 레이더로 감지하였습니다. 소나병의 말대로라면 상선인데...
운이 나쁘다고 해야할지, 좋다고 해아할지 날씨가 또 최악이었습니다.
사실은 어차피 저의 최우선 임무는 아측 정보원을 침투시키는 것이니까 교전은 피해야 했습니다.
드디어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었던 필리핀만 근처에 다다랐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좌현 18도, 먼거리에서 미상군함을 소나로 감지했습니다!!!
다행히 소나를 이용해 침로를 추적해본결과 미상군함은 저와 멀어지는 듯 하였습니다.
실제였으면 함내가 숨막힐듯한 침묵으로 가득찼을 겁니다.
혹시 몰라 잠망경으로도 살펴보았으나, 워낙 먼거리라서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바로 들어가지 않고 잠망경 심도에서 대기했습니다.
왜냐하면 해변은 수심이 낮아 잠수했다간 좌초할 위험이 커서 수상항해해야 하는데, 대낮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밤이 되었습니다. 들키기 전에 최대한 빨리 정보원을 내려주고 튀어야 합니다.
총원전투배치!
교전은 원치 않기 때문에 덱건은 잡지 않았으나, 항공기는 대비해야하기 때문에 대공 기관포는 잡도록 명령했습니다.
그런데...
수상에서 전속전진하여 침투지역으로 향하던 중에, 소나와 레이더가 모두 미상군함을 감지했습니다!!!
좌현 15도, 거리 22000m.
미상군함이 위로 간다면 다행이지만, 아래로 와버리면....
운명의 순간입니다.
다행히 미상군함은 위쪽으로 멀어졌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리고 20000m 거리에서 접촉하였기 떄문에 수상항해해도 들키진 않았을 겁니다.
이젠 함교탑 위에서도 정보원이 침투해야하는 Mariveles산이 맨눈으로 보였습니다.
이윽고 해안도 보였습니다. 이젠 해안에 좌초하지 않으려면 속도를 줄여야합니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순간이기도...
드디어 침투위치에 도착했습니다. 망설임 없이 아측 정보원을 서둘러 고무보트에 태워 보냅니다.
이젠 정보원이 스스로 해내야 합니다. 행운을 비네!
저는 임무를 완수하였으니 COMSUBPAC에 보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COMSUBPAC는 루존 해협에서 통상파괴작전을 수행하라고 답신해왔습니다.
위치는 딱 여기입니다. 두번째 혹은 세번째 초계때 이 지역에서 상선을 몇 척 격침시켰던 걸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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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007 작전의 시작이군요 게임 재미지네요
그럴싸해서 재밌습니다. 요즘 미국이 특수전에 잠수함을 이용하는 모습이 007이라면, 제가 플레이한 모습은 강릉 무장공비사건에 가깝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해변에 잠수함을 대놓으려다 암초애 걸려 좌초한 끝에 그 사단을 떤 셈입니다.
점점 ‘제국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익숙한 이름들이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흠흠.
그러고보니 게임상으로 1년반쯤 남았네요. 이렇게 길게 갈줄은 몰랐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