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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 무렵 나는 마라톤에 입문한 지 몇 달 안 되는 초보 마라토너였지만 기록만큼은 무서운 속도로 향상이 되던 시절이었다.
내가 요즘 마라톤 후기는 안 올리고 산행 후기만 몇 번 올리니 마치 내가 마라톤은 접고 산행에만 빠져 있는 줄로 오해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8월에는 대회를 안 나갔지만 달리기는 꾸준히 하고 있다.
일 주일에 4~5일씩 꾸준히 달리고 있고, 약소하지만 한 달이면 180~200km 정도는 달리고 있다.
게다가 수시로 산행까지 하고 있으니 나는 사실상 한 달에 300km는 달리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 당장 풀코스도 뛸 수 있다. 기록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
10년 전에도 충주 앙성 마라톤 대회는 9월 초에 치러졌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9월 초였지만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폭염 속에 대회가 진행이 되었다.
당시는 대회가 앙성초등학교에서 치러졌었는데, 만국기가 휘날리는 시골의 조그만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대회가 치러지다보니 마치 옛날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 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는데, 지금은 능암 온천 광장으로 옮겨서 대회가 진행되길래 대회 관계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앙성초등학교 운동장이 비좁아서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10년 전 대회 당시 날씨가 무척 더웠다고 했는데, 나는 당시 하루가 다르게 단축되는 마라톤 기록에 재미가 붙어서 1회 충주 앙성대회에도 기록을 경신할 각오로 레이스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당시 내가 하프코스를 1시간 40분을 목표로 달렸던 것 같다.
당시 레이스에서 10km까지는 계획대로 잘 나갔는데, 10km가 지나면서 무더위에다가 초반 오버페이스한 것이 결과로 나타나면서 점점 쳐지게 되었고 막판 2km를 남기고부터는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너무 힘들어 레이스 포기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걷다시피 해서 골인하게 되고 말았다.
지금 기억으로는 1시간 50분대의 기록으로 골인한 것 같다.
아무튼 죽을 고생 해가며 달린 대회로 기억되는 대회이다.
오늘 대회는 날씨가 선선해서 달리기에 참 좋은 대회였다.
10년 전의 추억을 떠올리며 10년 만에 다시 앙성 대회장에 도착했다.
레이스 출발 전에 충주 사는 회원이 어떤 아줌마를 소개하길래 나는 ‘웬 허름한 아줌마인가?’ 라고 생각하려는 순간 “충주구치소장 주○○입니다” 라는 말에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충주구치소 주 아무개 소장님은 풀코스를 8회, 하프코스는 50여 회 완주하신 철녀이신데, 최근 두 달간 티눈 제거 수술로 전혀 연습을 못 하셔서 오늘은 하프코스를 살살 뛰어보신다고 한다.
나는 주 소장님께 “다음에는 꼭 대전으로 전출 오세요” 라고 거듭 간청을 했다.
남한강을 바라보며 달리는 맛이 쏠쏠하다.
지금부터 딱 30년 전인 1985년 2월인가 3월쯤, 내가 군대 시절, 팀 스피리트 훈련 때 나의 부대는 바로 이곳 충주 앙성 남한강까지 와서 진을 치고 작전중이었다.
그렇게 남한강에서 며칠 머무르던 어느 날, 앙성 초등학교 김인자라는 여학생이 남한강을 건너가며 우리가 머물고 있는 쪽으로 오더니 “아저씨, 위문편지예요” 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직접 쓴 편지를 툭 건네고 사라진다.
지금 생각해보니 남한강에 머물고 있는 군인 아저씨들에게 위문편지 하라고 학교 측에서 아이들에게 시킨 모양이다.
어떤 가수는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 주던 그 소녀” 라는 노래를 절규하듯 불러댔지만, 나는 수줍은 얼굴로 위문편지를 전해 주고 말없이 사라진 그 소녀가 가끔 생각난다.
추억의 그 인자 학생 지금은 40대의 주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아, 갑자기 인자 씨가 보고싶어진다!
대회 타이틀이 명색이 복숭아 마라톤 대회라면 주최 측에서 복숭아를 풍성하게 서비스해야 하는 것이다.
몇 년 전, 다른 복숭아 대회에 나간 적 있는데, 명색이 복숭아 마라톤 대회이면서 주로에 복숭아를 내놓지 않아서 달리면서 실컷 주최 측을 욕한 적이 있다.
“이렇게 개념 없는 대회는 망해야 마땅하다” 라고 욕을 하며 달렸는데, 오늘 그 대회를 참가자들과 얘기하다보니 “그 대회 지금도 욕을 많이 먹고 있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달리는 충주 앙성 복숭아 마라톤 대회도 한참을 달려도 주로에 복숭아가 보이지 않길래 ‘이 대회도 개념이 없기는 마찬가지구나’ 라고 생각하려는 순간 급수대에 복숭아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급수대 옆에서 나는 죽치고 앉아서 시간이 흐르건 말건 배가 불러 빵 터지건 말건 정신없이 복숭아를 아작아작 먹어댔다.
복숭아 매니아인 아내 덕분에 나도 이젠 복숭아 맛을 제법 볼 줄 아는 ‘복숭아 전문가’ 라고 자부하는데, 역시 앙성 복숭아는 맛이 매우 뛰어났다.
복숭이를 먹으면서 자봉 아줌마에게 “복숭아를 한 봉지 싸놓고 있다가 내가 반환점 돌고 올 때 꼭 좀 챙겨 주세요” 라고 부탁을 하고 갔는데 돌아와서 보니 아줌마가 “봉지가 없어서 못 쌌으니 그냥 뱃속에 담아 가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할 수 없이 이번에도 복숭아를 한참 동안 뱃속에 담아서 와야 했다.
이렇게 레이스 중간중간 복숭아를 먹으니 배고픔도 해결되고 갈증도 해결되는 것 같아서 좋았다.
레이스를 마치고 집에 와서 다음 날 대회 홈페이지 게시판을 보니 몇 가지 대회 미숙함을 질타하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었다.
물론 나도 어느 정도 인정을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복숭아 맛있게 먹은 것만 생각하면 이것저것 사소한 미숙함은 전혀 문제 삼고 싶지 않다.
내년에도 충주 앙성에 가고 싶다. 맛있는 복숭아가 있고 아련한 추억이 깃든 그곳으로!
---- 새벽창가에서 ----
첫댓글 아주 멋진 대회로군요.
실껏 복숭아도 먹을 수 있구요.
10회를 맞이한 앙성 복숭아 마라톤대회 헐레벌떡님에겐 큰 추억임에 틀립었겠습니다.
대회 이모 저모 올려주셔서 감상 잘 했습니다. 기회되면 저도 한 번 가보고 싶군요.
네. 언제 한 번 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