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가 있는 경북] 관광 후기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사가 전국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관공서나 학교는 물론 일반인 사이에서도 크고 작은 모임이나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한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줄줄이 들린다. 걱정이 많은 내 친구들은 시내서의 모임도 꺼리고 있다. 면역력이 젊은 사람 같지 않으니 스스로 조심하는 게 상책이라 믿는 듯했다.
그러한 때라 당연히 [문화가 있는 경북]이란 타이틀로 안동 일대를 탐방하기로 한 행사도 연기나 취소가 되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상과 달리 행사는 차질없이 진행이 되었다.
버스에서 주관이 영호남수필이고 경상북도가 후원으로 되어 있는 명찰을 받았다. 주객(主客)이 전도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쁜 일이 일어나지야 않겠지만 메르사 때문에 모두 움츠리고 있는 때라 만에 하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손 회장 자신이 책임을 지기로 하고 밀어붙인 것 같다. 역시 손경찬 회장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석사로 출발하는 버스에서 건강에 좋은 활성수소수인 브리수 물과 마스크를 받았다. 한 곳에서 대량 구매를 못해 약국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마스크를 구했다는 말을 들었다. 작은 것이지만 이렇게 신경을 썼구나 싶어 감동하였다.
부석사에는 예정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시(市)에서 직원이 나와서 일행을 맞아주었고 해설사가 함께 움직이며 이해를 도운 덕택에 무더운 날씨였지만 무량수전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소수서원과 병산서원을 둘러보고 나니 배가 고팠다. 때마침 도착한 한정식집, 고급스러운 도자기 식기에 담긴 먹음직한 요리는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무엇보다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음식점이라 좋았다.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엔 아무래도 입식이 편하다. 등산을 자주 다니는 손 회장이라 이런 것까지 신경을 쓴 것 같다. 물어보니 내 예감이 맞았다. 어렵게 이 식당을 찾았다고 한다.
소수서원과 병산서원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신도청을 둘러보러 갔다.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에 교집합처럼 들어선 도청은 웅장했고 건물이 아름다웠다. 도청만 덩그렇게 있어 썰렁한 느낌을 받았지만 안동은 행정타운으로 예천은 주거단지로 조성해서 2027년쯤엔 인구 10만 명이 거주하는 신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라니 도시규모와 더불어 개발사업도 활기차게 이루어졌으면 싶다.
차에 오르자 이번에도 손 회장은 운전석 뒷좌석 앞에 서서 한사람, 한사람에게 소독 액이 든 분무기로 손바닥에 분사한다. 이동할 때마다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그는 참 아이러니한 사람이다. 누군가는 그의 정체를 모르겠다고 한다. 사실 나도 모른다. 내 속의 나도 모르는데 어떻게 남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손 회장은 속과 겉이 같다는 거다. 아니다 싶으면 버럭 소리 지른다. 순간의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난다. 그게 다다. 무슨 꿍꿍이 같은 걸 보관해 두는 저장주머니 같은 걸 따로 차고 있을 위인은 못 된다.
나눔을 실천하는 게 꿈이라는 데 정말 그렇게 보인다. 대부분 사람들은 남을 도와야지 봉사해야지 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지만 실행력은 약한 편이다.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다. 그런데 손 회장은 자기 주머니를 잘 연다. 오늘도 그랬다. 그는 자기 사비를 털어서 버스비를 대고 음식값을 지급하고 명찰을 만들고 선물로 버섯과 활성탄산수인 브리수도 준비했다.
소독액이 뿌려진 손바닥을 문지르며 나는 손 회장에게 고맙다고 했지만 내 목소리가 작았는지 그는 못 들었다. 차 안은 분주했고 그는 뒷사람에게 분무기를 분사하느라 바빴다. 목소리가 크고 말을 여과 없이 내뱉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은 물론 왼손까지 다 알게 해서인지 나눔을 실천하고도 언제나 구설에 자주 오르는 이 남자, 가까이서 겪어보니 참 인정스럽다. 무뚝뚝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순수한 면도 있다. 그동안 사람을 판단하는 내 마음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
구경 잘하고 밥 잘 먹고 선물 많이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은 가까이서 겪어보아야 제대로 알 것 같다. ‘내게 잘하면 좋은 사람이고 내게 못 하면 나쁜 사람이다.’ 는 식의 객관적이지 못한 오류에 갇힌 것도 문제지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진 선입견 때문에 손 회장을 경계한 것도 사실이다. 그 오류를 수정할 기회가 되어 마음이 가볍다.
(문화가 있는 경북 이야기 영주.안동 신도청 탐방에 함께한 문인께서 관광후기를 보내주신 글 올려봅니다.)
첫댓글 회장님. 덕분에 귀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