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과 각 방송국에서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인터넷 상의 '국립국어원' 방에 들어가면 ‘자장면’과 ‘짜장면’이란 말 가운데서, 표준어로는 ‘자장면’으로 규정지어 놓고 있던 것을 이젠 ‘짜장면’도 표준어로 삼을 것이라 하였다. 이와 동시에 ‘손주’라는 말도 손자(孫子), 손녀(孫女)와 꼭 같은 표준말로 허용 할 것이라 하였다. 그 이유는 현재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주책없는 결정인가.
십 수 년 전만 해도 손자(孫子), 손녀(孫女)를 ‘손주‘라고 말한 사람은 지극히 드물었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기도 서북부의 일부 지역과 황해도 일부 지역 출신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했었는데 요즘은 이 말(손주)을 쓰는 이가 출신지역 관계없이 부쩍 늘어나 있다. 이 추세대로 나아간다면 얼마 아니어선 손자, 손녀라고 하기 보다는 손주라고 하는 이가 더 많아 질 것으로 짐작 된다.
현실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말이기에 ‘짜장면’을 ‘자장면’과 한가지로 표준어로 삼겠다는 것은 그 이유가 성립된다고 보지만, ‘손주’라는 말을 ‘손자(孫子)’라는 말과 한가지로 규정하겠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러한 논리로 나아간다면 남편을 향해 ‘오빠! 오빠!’라고 하며 부르고, 시동생을 ‘삼촌! 삼촌!’이라고 부르고, ‘시누이’를 ‘고모! 고모!’라고하는 사람이 많아진다하여, 제 남편을 자신의 ‘오빠’로, 시누이를 자신의 ‘고모’로, 시동생을 저의 ‘삼촌’으로 새로이 규정지어야 되지 않겠는가. 그 뿐만이 아니다. 제 장인(丈人)을 향하여 아버님!(심지어는 아버지!)이라 부르고, 제 장모를 대하여 어머님!(심지어는 어머니!)라고 하면서 많이 부르고 있다하여 앞으로는 제 장인을 '아버지'로 제 장모를 '어머니'로 새로이 표준어로 삼아야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겠는가.
이렇게 잘못 쓰이는 말이 널리 퍼져 쓰이게 된 가장 큰 까닭은 방송 매체 즉 라디오 방송이나 텔레비전 방송에서의 그릇된 용어 선택, 허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해진 시간대에 꼬박 꼬박 방영되는 안방 드라마에서는 물론이고, 그외 여러 분야에서 얘기를 이끌어가는 전문 방송인과 출연자들이 함부로 쓰는 말씨가 어느 정도인가를 유심히 들어보면 금방 알게 될 것이다.
대중의 관심을 집요히 끌고 있는 드라마와 각종 제작품에서 작가들이 잘못 쓴 대본상의 용어는 방영, 방송 전에 반드시 고쳐져야 할 것인데, 이에 대한 심의 과정은 전혀 없는 것 같이 보인다.
이로 미뤄 보건데, 국립국어원의 주책없는 결정과, 각 방송사의 대책 없는 방송이 죽이 맞아 고유한 우리의 말씨가, 한 차례의 게센 파도에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물론이고, 힘들여 이뤄 놓은 재물, 자연물 등을 한꺼번에 잃게 되는 것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참에 한 말씀 더 보태면, '선생님’을 ‘샘, 쌤’이라 하고, ‘---입니다.’를 ‘---임다.’로 재미 삼아 줄여서 쓴다고 하니, 이 또한 널리 번지다가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쉽게 표준화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 이샘과 김샘은 이미 널리 알려진 분임다. ' 라고 하는 말이 정말 일시적으로 쓰이다 그칠 것인지?
나라(국가)에는 정부(政府)가, 그 정부엔 나라의 말과 글을 다루는 부처가 왜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각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학교와 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끊임없는 교육이 왜 필요한지를 늘 새기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현 국립국어원과 각 방송국에선 표준화된 나라 말씨의 중요성에 대한 제 몫을 다하고 있는지를 거듭거듭 살펴가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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