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남정맥 4 구간 산행기
일자 : 2013. 4. 21 (일)
산행구간 : 4 구간 (학고개 – 부아산 – 절고개 – 멱조고개 – 석성산 – 할미산성 – 어정가구단지)
산행시간 : 09:15 – 17:45 (8시간 30분 : 점심시간 30분 포함)
산행거리 : 약 17 km
참가자 : 15조남직, 27송기훈, 27이수룡, 29오창환, 29유한준, (이상 5 명)
출발 및 귀경
1) 출발 : 양재역 – 용인대 : 5001-1 버스 08:15
2) 귀경 : 어정가구단지 – 구성역 (68번 버스) , 구성역 – 서울 : 지하철 분당선
그대 오셨는가? (들머리 – 부아산 – 멱조고개)
어제 비가 왔음일까? 아침 날씨가 제법 싸늘하다. 그러나 이미 4월도 반이 넘게 지났으므로 오늘은 필시 꽃님을 만날 수 있을 게다라는 기대를 해보며 집을 나선다. 들머리인 용인대로 가는 5001-1 버스를 한준은 신논현역에서 탑승을 하였고 나머지 넷은 양재역에서 한준이 탑승한 버스에 무사히 동승을 하였다. 양재역을 출발한 버스는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더니 불과 40여분 만에 우리를 용인대 입구에 토해 놓는다.
용인대를 곁에 두고 잠시 오르면 들머리가 시작되는 터널 위의 생태통로(Eco-Corridor) 평원.
“오우~! 죽이네~!”
지난 3구간을 건너 뛴 수룡이 들머리의 그 넓고도 멋진 풍경에 감탄사를 내뱉는다.
9시 20분, 등반채비점검을 마친 우리는 본격적인 등반을 시작했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20분 정도 오르면 상덕저수지 갈림길이고 바로 아래로 보이는 골프장은 코리아CC. 수룡이 깜짝 놀란다.
“아니, 용인대에서 코리아CC까지는 무지 먼 거리인데 벌써야?”
이 친구, 승용차로 가자면 멀리 빙둘러 와야 하는 걸 몰랐나? 내려다 보이는 골프장의 페어웨이에는 이미 푸릇푸릇 봄이 내려 앉아 놀고 있었다.
갈림길에서 맥을 따라 살짝 내려갔다가 다시 통나무를 잘라 만든 계단길을 10여분 오르면 부아산(402.7m) 정상. 정상의 아담한 정자에서 봄내음을 맡으며 잠시 쉬기로 한다. 시야도 시원하게 트이고 따듯한 햇볕이 그저 살갑기만 하다.
부아산(負兒山), 산의 형태가 마치 아이를 업고 있는 엄마의 모습과 같다 하여 붙인 이름이란다. 수년 전 연세대 한문학당에서 수개월에 걸쳐 한문을 수학하고 한자급수자격 2급인가를 땃다는 한자고수 창환이 음훈을 일러준다.
“질 부, 아이 아! 아이를 업었다는 뜻이지…ㅎㅎ”
“아하, 그래서 부채는 빚을 짊어졌다는 뜻이군? ㅋㅋ”
누군가 맞장구를 친다. 별 우습지도 않은 농담에도 우리는 봄바람에 달뜬 처녀처럼 마냥 웃기만 하고, 그렇게 수다를 떨며 정자에서 10여분을 쉰 후에 길을 떠난 시각은 10시 10분.
고정 로프가 설치된 가파른 내리막길의 스릴을 즐기며 내려서니 데이트하기에 십상인 아름다운 길이 나오며 길게 이어진다. 남정네끼리 걷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길이다.
10시 30분, 그 길의 끝은 다시 절개지로 이어지는데 이곳의 이름이 절고개란다. 산마루가 잘려 절고개인지, 사찰이 있어 절고개인지, 아니면 넙죽 엎드려 절을 하고 넘어야 해서 절고개인지 그 유래가 궁금하기만 하다.
절고개를 지나면 다시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진다. 들머리부터 여기저기 나뭇가지 사이로 연녹색 이파리가 삐죽빼죽 보이더니 화사한 연분홍 진달래도 이제는 자주 눈에 띄기 시작한다. 야트막한 언덕 하나를 넘어서자 내 눈을 부시게 하는 건 활짝 핀 벚꽃. 백년 나이를 먹음직한 커다란 벚나무에 화사한 벚꽃이 폭죽처럼 터져 있다. 겨우내 그 모진 칼바람을 견디며 잘도 버티더니 종내 이렇게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야 말았다. 그래, 이제야 진정 봄님을 만났구나!
그러나 벚꽃과 진달래 그리고 연두색 새싹이 어우러져 마음껏 봄을 노래하던 아름다운 능선길은 급기야 밑으로 떨어지더니 이내 높다란 쇠붙이로 맥이 끊기고 만다. 11시 55분, 멱조고개다.
학고개 생태통로는 작은 평원. 수룡이 놀랄만하다.
부아산 들머리에서
상덕저수지 갈림길, 따듯한 봄날씨에 벌써 땀은 흐르고...
길은 조용히 맥을 따라 뻗어 있다.
통나무를 잘라 계단을 만들어 놓은 길. 정맥길은 대체로 잘 정비가되어 있다.
부아산 정상의 정자. 창환은 자습서를 열심히 읽고 있다.
부아산 정상에서, 좌로부터 29유한준, 27송기훈, 15조남직
내려가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그러나 길은 낭만 가득한 오솔길로 이어지고
절고개에서. 남직 형님과 한준은 벌써 절개지 저편으로 이미 사라져 버렸다.
진달래 그리고 연녹색 이파리들이 반기는 아름다운 길이다.
폭죽처럼 터진 벚꽃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멱조고개 바로 직전의 능선길. 앞서 가는 두 사람은 물론 남직 형님과 한준이다.
달콤한 키스 (멱조고개 – 석성산 - 터키군 참전기념비)
멱조고개, 42번 국도가 지나는 길, 그 길을 쏜 살처럼 내달리는 수많은 차량들. 우리는 차량의 흐름이 잠깐씩 끊어지는 틈을 타 한둘씩 유격대처럼 중앙분리대를 뛰어 넘는다. 달리 방법은 없다. 그리고는 공룡처럼 버티고 선 말썽 많은 용인경전철 고가철길 아래의 지하통로를 빠져 나와 다시 빌딩공사현장을 지난 다음에야 겨우 정맥길을 이어갈 수가 있었다.
이어지는 길은 다행히도 다시금 봄노래를 흥얼거리게 할 만큼이나 아름다운 길이다. 점심 때가 훌쩍 지났으므로 자리를 잡고 허기를 채우기로 한다. 봄볕은 따사로운데 시샘바람인지 제법 썰렁한 봄바람에 모두 방풍복을 꺼내 입고 준비해온 점심을 먹는다. 물론 수룡의 이빨까기는 연타를 날리며 모두의 소화기능을 촉진시키고.
오후 1시 30분, 즐거운 식사가 끝나고 다시 석성산을 향해 걸음을 뗀다. 동백지구 등 인근 지역에서 올라온 등산객들이 제법 눈에 띄더니 석성산이 가까워짐에 따라 점점 그 숫자가 늘어간다. 정상에 위치한 군부대로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길을 걷다 다시 숲길로 들어서고, 다시 포장길로 나와 걷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길이 헷갈려 10여분 알바도 하게 되는데 그러던 말던 우리는 그저 소풍 나온 어린 학생들처럼 수다를 떨며 정상을 향해 한발한발 거리를 좁혀 나갔다.
1500년 전, 고구려 장수왕이 백제 개로왕을 죽이고 축성했다는 돌로 쌓은 성곽이 자리한 석성산(471.3m)은 오늘 구간 중 제일 높은 산. 제법 험한 오르막길에는 여기저기 바위가 산재해 있고 정상은 꽤나 큰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사위가 시원하게도 탁트인 정상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 30분. 발치 아래로 동백지구의 수많은 아파트 건물들이 갯바위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어있고 경수지역의 이름 모를 야트막한 산들이 찰랑이는 파도처럼 멀리로 아스라이 보이는 것이 마치 내가 너른 바다 위를 비행하는 느낌이다.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훈훈한 봄바람이 키스를 하듯 얼굴을 어루만지니 그 달콤함이 첫 키스의 달콤함과 무엇이 다르랴. 창환이 건네 준 아이스케잌 한가락을 입에 넣으니 더욱 달콤하게만 느껴진다.
석성산에서 내려서는 길은 내려 꽂는 길이지만 목제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로프난간도 있어 편안하게 내려설 수 있었다. 길은 다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마성터널 위로 지나고 영동고속도로를 가로 질러 건너게 된다. 곧이어 만나는 에버랜드 리조트 톨게이트를 바라보며 왼쪽으로 길을 틀면 터키군 참전기념비에 닿게 되는데 석성산을 떠난지 30분만이다.
점심을 다 먹고 상까지 치워도 방 뺄줄 모르는 손님들. 수룡의 이빨까기 때문이다.
수룡은 영역표시중. " 여긴 모두 내 나와바리여~!"
석성산 오르는 길. 여기저기 바위가 널브러져있다.
석성산 정상에서 29유한준.
처음으로 모두 모여 단체 사진을..(좌로부터 : 27송기훈, 29유한준, 29오창환, 15조남직, 27이수룡)
석성산에서 내려 오는 길
보헤미안 랩소디 (터키군 참전기념비 – 할미산성 – 향린동산)
잘 가꾸어진 기념비 주변의 잔디밭에는 봄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아이들과 한가하게 유희를 즐기고 있다. 기념비 앞의 터키병사가 손을 들어 외치고 있다. “전쟁과 평화~!”
다시 20분을 오른다. 오르막길이어도 숨이 차지 않고 그저 가슴이 넉넉한 것은 이미 우리는 보헤미안이 되어있기 때문일 게다. 속세의 따분한 규율을 무시하고 자유분방하게 방랑하는 보헤미안.
할미산성에 도착했다. 고려시대에 한 노파가 ‘하룻밤에 돌로 성을 쌓았다’는 할미산성의 전설을 음미하며 한참이나 산성의 돌무지 위에 앉아 하릴없는 사람들처럼 휴식을 취한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계획’이란 이미 잊혀진 단어가 되었다. 고구마니아 수룡은 고구마를 깎고 한준도 청포도를 꺼내고 작은 파티가 벌어졌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한참이나 온기도 은은한 바위 위에 궁둥이를 붙이고 있었다.
오후 3시 30분, 다시 걸음을 옮긴다. 이어지는 길은 향린동산의 경계를 따라 크게 돌아내려오는 길. 잘 다듬어진 향린주택단지와 단지 밖 거친 야생숲의 경계를 따라 오솔길이 이어지는데 발길 뜸한 동산둘레길이라 제법 운치가 있다. 꽤나 신경 써서 지은 주택들이 옹기종기 자리한 것이 보이고 잘 포장된 차도가 길게 이어지는데 도무지 오가는 차량은커녕 사람의 모습도 하나 보이지 않는다. 저 집에 사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그들도 보헤미안인가?
둘레길의 정점에는 하얀 목련꽃이 만발한 목련 한 그루가 우리를 반긴다. 울대에서 가수 양희은의 노래가 절로 나온다. 내 젊었을 때에 즐겨 듣던 노래, “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좋다, 이렇게 걷는 것이 그냥 좋다. 우리는 향린동산과 88CC의 푸른 초원 사이를 휘저으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려왔다.
할미산성 오르는 길 - 산행 내내 창환과 수룡은 이렇게 다정하게 걷는다.
할미산성 정상부 - 유적지 발굴 때문에 온통 파헤쳐져있다.
4구간의 많은 곳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산책길이 이어진다.
목련꽃, 아름답지 이니한가? -향린동산 정상부
길은 이렇게 개나리 터널도 지나고 - 사진을많이 찍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사막에 불시착하다 (향린동산 – 어정가구단지)
창공을 사르르 날던 우리의 비행기가 사막에 불시착했다. 삭막한 사막에.
사방은 온통 모래와 먼지뿐, 우리는 언제 다시 날을 수 있을까 걱정을 한다.
어린왕자를 만났다.
“아저씨들은 등산 갔다 오세요?”
“아니, 우리는 아직 산행 중이란다.”
어린왕자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그럼 산길로 가야지, 왜 사막을 걸으세요?”
“응, 그건 말이야… 여긴 원래 산이었단다. 아주 오래 전에는….”
“그렇군요. 산길이 없어진 것이군요. 그런데 누가 없앴어요?”
나는 무척이나 난처했다.
다시 어린왕자가 물었다.
“어디까지 가실 건데요?”
“수지까지 가면 거기서 다시 산길이 시작이 돼, 광교산이라고 하지.”
“여기서 수지는 아주 멀어요. 나 같으면 그 곳까지 버스를 타고 갈 텐데….”
어린왕자는 퍽이나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정맥길은 이어 가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단다. 매우 의미가 있지.”
“이상해요, 어른들은 무엇이든 꼭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군요.”
나는 더욱 난처해졌다. 애써 해명을 한다.
“그래도 무의미한 것보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 더 소중하지 않을까?”
“나는 노는 것이 소중한데……”
나는 말머리를 돌렸다.
“넌 어디로 갈거니?”
“놀이터요. 여우와 놀아야 하거든요.”
“그래, 잘 가라. 우리도 빨리 길을 찾아야 해.”
“그렇군요. 꼭 의미를 찾기를 바래요. 안~녕~!”
“안녕……”
사막에서 만난 어린왕자
후기
오후 5시 45분, 계획된 목적지까지는 두 시간을 더 걸어야 했으므로 우리는 어정가구단지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감을 하기로 했다.
출발 전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창환은
산행 내내 전혀 내색을 않고 걷다가 밥집에 도착해서야 그 고통을 말했고 향린동산부터 왼쪽 다리에 통증을 느꼈던 나는 하루가 지나서야 겨우 제대로
걸음을 걸을 수 있었다.
첫댓글 기훈형님 산행기 즐감했읍니다.감사합니다.
봄 산행의 백미인 꽃들과의 동무길...즐감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형님들...
회계결산이 늦었네요.
회비 : 10,000 x 5 = 50,000원
식대 : 57,000
전기이월 : - 42,000
현잔액 : -42,000 - 7,000 = - 4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