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아주 가끔은 소소한 행복이 찾아온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어떤 결과나 대상이 기대 이상일 때가 있다. 몇 해 전 인터넷 카페에서 누군가 용산 전쟁기념관 전시회에 가자는 제안을 했다. 낯가림이 심한 터라 대부분 초면인 사람들과의 전시회 관람은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평소 관심 있던 주제의 특별전이란 점에 끌려 결국 합류했다. 가서 보니 전시 수준은 기대치를 넘어섰다. 처음 만난 카페회원들도 내게 우호적이었고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관람 후 뒤풀이 겸 먹은 늦은 점심 또한 꿀맛이었다. 그때 들렀던 식당이 <타마타마>라는 파스타 전문점이었다.
소심해서 만나게 된 파스타 ‘타마 스페셜’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그런지 분위기는 마치 동창회 같았다. 초면인데도 헤어지기가 아쉬웠다. 일단 점심을 먹기로 하고 기념관을 나섰다. 무얼 먹을까 잠시 말들이 오갔지만 금방 결정이 됐다. 젊은 회원들이 다수여서 그랬는지 가까운 파스타 집으로 가기로 했다. 사실 이때만 해도 맛있는 점심을 먹긴 글렀다고 여겼다. 파스타를 좋아하지 않는데다 조금만 더 가면 유명 식당들이 즐비한 동네인지라 그들의 결정이 내키지 않았다. 제법 오래된 곱창집, 부대찌개집, 중국집 등을 놔두고 웬 파스타집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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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브 올리비아와 타마 스페셜
파스타 집에서 각자 입맛대로 메뉴를 골랐다. 그때 내가 메뉴판에서 고른 것이 ‘타마 스페셜’이라는 이 집 주인장의 추천 메뉴였다. 이름에 들어간 스페셜이라는 단어가 걸리긴 했지만 메뉴판 설명대로라면 무난할 듯 했다. 아마도 ‘스페셜’은 향이나 맛이 독특하다는 뜻보다 고급스럽다는 의미로 쓴 것 같았다. 그러니까 설렁탕 집의 ‘특’쯤 되어 보였다. 결과적으로 내 예상은 적중했다. 크림소스에서는 느끼함보다 고소함이 더 강렬했다. 파스타와 일정 거리를 뒀던 내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마침 식당 인근 동네로 이사를 가기도 했지만, 그날 이후 우리 식구들과 가끔씩 들러 이 집 파스타를 맛있게 먹었다.
닭가슴살과 새우맛 일품의 한국형 수제 파스타
오랜만에 들러보니 타마 스페셜은 여전히 이 집의 인기 메뉴였다. 타마 스페셜(1만5000원)은 일종의 까르보나라다.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알바생으로 시작해 점장까지 지내고 나온 주인장 김광희 씨가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 메뉴다.
“한국형 파스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맞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파스타를 개발하고 싶었지요. 그러면서 파스타 본연의 정체성도 잃지 않은… 타마 스페셜은 제 가게를 차리면서 그 꿈을 실현해준 메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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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마 스페셜
김씨는 큰 그릇에 양은 적게 주거나 정통 이탈리아 파스타를 표방하면서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파스타는 피하고 싶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조리의 전 과정이 조리사의 손을 거쳐야만 진정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타마 스페셜의 조리는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탱탱한 새우를 넣으면서 시작된다. 이어 양파와 브로콜리를 넣고 함께 볶는다.
어느 정도 익으면 천연 양념가루와 닭 가슴살을 넣는데, 바로 이 닭 가슴살이 타마 스페셜의 맛에 결정적 기여를 한다. 미리 오리엔탈 소스에 마리네이드해서 기름에 초벌로 익힌 것이다. 감촉이 부드럽고 약간 짭짤한 맛이 들게 했다. 여기에 크림소스를 듬뿍 붓고 칠리 파우더와 양송이를 넣은 뒤, 끓으면 본격적으로 스파게티 면을 넣고 마무리한다.
살짝 매콤한 향이 감돌면서 고소한 크림소스 맛이 혀에 감기는 느낌은 예전과 다름없다. 스파게티 면뿐 아니라, 다채롭게 씹히는 브로콜리, 새우, 닭 가슴살이 파스타 맛을 상승시켜준다. 여기에 와인을 곁들이면 훌륭한 안주가 된다. 파스타와 곁들여 마실만한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뿐 아니라 각종 차와 커피 등 음료도 구비했다.
주문할 때 매콤한 정도, 크림소스의 진하고 묽은 정도를 미리 얘기하면 좀 더 원하는 맛에 가까운 음식 맛을 볼 수 있다. 향신료나 조미료를 넣지 않고 만든 크림소스는 지나치게 느끼하지 않고 염도도 적당하다. 원하는 손님에겐 따로 포장 판매도 한다. 2~3인분에 1만원이다. 냉장고에서 3일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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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브 올리비아
캐주얼한 맛의 ‘올리브 올리비아’도 매력적
타마 스페셜이 다소 고전적인 맛이라면 올리브 올리비아(1만3000원)는 캐주얼한 맛의 파스타다. <타마타마>의 파스타 가운데에서도 개성이 강한 편이다.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른 팬에 마늘, 블랙올리브, 토마토, 새우를 볶다가 익으면 작은 고추와 스파게티 면을 넣어 완성한다. 올리브 향과 토마토 맛이 면발에 잘 스며들었다. 넉넉히 넣은 마늘 향과 파마산 치즈도 조화를 이뤄 전체적으로 고소한 맛이 난다. 메밀면처럼 뚝뚝 끊기는 면발의 식감과 은은한 불향도 올리브 올리비아의 매력이다.
주인장, 김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식당을 차리기 전 몇 달 동안 인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어느 날 자신의 내면으로 빛이 스며드는 것을 감지했다고 한다.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지금까지의 삶이 재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는데 당시 머물렀던 인도의 시골 동네가 타마타마였다. 그때 김씨는 ‘앞으로 내 진심을 담은 음식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후 귀국해 차린 파스타 전문점 이름은 당연히 ‘타마타마’였다.
점심시간에는 인근의 국방부 직원들이 좌석을 선점하기 때문에 오래 기다려야 한다. 가급적 이 시간을 피하거나 예약을 하는 편이 좋다. 오후 11시 30분까지 영업하며, 주차할 경우 미리 전화를 하면 안내해준다.
<타마타마> 서울 용산구 한강로 1가 104-1 2층, 02-749-0224